"아프냐? 나도 아프다."라는 한 사극의 대사는 너무도 유명해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그 드라마를 보지 않은 나도 그 상황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만큼.
옛날 도시락을 난로 위에 올려 추억을 소환했다.
딸내미가 와 있어서 다행이다.
오랫동안 독립해 있었는데, 서울로 올라가기 전 한 달 남짓 허락된 시간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다.
아들내미가 훈련소에 들어가고, 전능하신 손이 마치 그렇게 판을 짜놓으신 것처럼 딸내미가 왔다. 결코 아들내미의 빈자리를 대신해서라는 의미가 아닌, 그 존재 자체가 소중하고 애틋한 딸내미.
부산에 있는 동안 자유롭게 많은 경험도 했지만, 때로 집밥이 그립고 외롭기도 했을 터. 한 달 동안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맛있는 밥을 먹게 해주고 싶었다. 아빠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함께 맛있는 걸 먹으면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법! 아주 간절히 기다렸던 전화인데 딸내미-남편-시아버지 생일이 이어지는 3일간의 북새통 속에서 야속하게도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갔고, 생각보다 지낼 만하다는 메시지로만 위안을 해야 했다.
아들내미 생각 나는 걸 굳이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딸내미와 함께하는 시간에 딸내미를 들러리로 만들고 싶지 않은 까닭이다.
난롯가에 앉아 고기를 굽고 일부러 밥을 눌려가며 조금은 느슨하게 밥을 먹고 오후를 보내니 어느새 저녁. 또 이렇게 이등병의 하루도 지나가겠구나. "힘드냐? 나도 힘들다." 엄마도 딱 이등병의 엄마라서 아직 힘들 내 새끼의 생활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일타강사에 출연한 나의 멘토의 목소리는 여전히 카랑카랑하다.
꾸준히 해서 나를 브랜딩하라고 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녀의 강의를 들은 것만도 십수 년이라 조금은 사적인 이야기도 알고 있다.
드라마틱했던 그 시간들을 그녀는 어떻게 버티어냈을까!
멘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눈물 한 방울 툭! 떨구면서 다시 나를 꽉 끌어안으며 기울어가는 시간에 몸을 맡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