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성희 May 19. 2023

엄마의 병영일기 11

2023.01.05. 목

이 차가운 눈이 어쩜 이렇게 포근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았는데도 함께 한 것이 그리 많지 않았음을 많이 느낀다.


속정은 많지만 드러내는 일이 별로 없는 남편.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아이들.


때로 나는 '같은 말을 쓰는데 왜 매번 내가 통역을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스킨십과 애정표현이 어색한 풍경이 안타까웠다. 아이들과 아빠가 그렇게 조금은 데면데면한 채로 성장을 하고, 어느덧 두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다.


이제는 모두 그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듯하다.

5년간 떨어져 지냈던 딸내미는 오히려 떨어져 지내면서 자신을 객관화하기도 하고 사회성도 길러진 것 같다. 아이의 살가움에 아빠는 살짝 쑥스러워하지만 계속 입이 귀에 걸린다.


아들내미가 막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했을 무렵, 조부모가 계시는 이곳 충주에 놀러 왔을 때였다. 근처 계곡을 지나다가 발목 깊이의 물이 흘러넘치고 있는 곳에 안은 채로 발을 담가 주었더니 돌고래 함성을 지르며 찰방찰방 발을 굴러대던 모습이 선하다.


주말 남편과 나의 드라이브 코스가 된 곳을 다시 찾았다. 오늘은 딸내미와 함께.


때마침 내린 눈이 곳곳에 수북이 쌓여 장관을 이루었다. 부산에 살던 5년 동안 이런 눈을 본 적이 없었던 딸. "우와! 겨울왕국이 따로 없네!"


남편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를 보며 나도 따뜻해진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의 병영일기 1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