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7일 차, 생리현상 총집합

너도 진짜 작지만 사람이구나

by 체리시체리

오늘은 한국 날짜로 하면 설날 당일. 부모님과 친척들께 연락을 돌리고 체리 사진도 잔뜩 보내드려도 미국에서는 명절 분위기를 느끼기가 어렵다. 남편도 나도 시끌벅적하게 사람들과 모여 노는 걸 좋아해서 여태까지는 음식도 하고 모임도 갖고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다. 아기 낳기 전, 이번 명절에 남편이 혼자서라도 만두를 만들겠다고 했었는데 어째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병원에서 집에 온 후로 친구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한 친구는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 갖다주었다. 다른 친구들도 음식을 갖다 줄까 많이 물어봐주었다. 아이가 신생아일 때는 남편도 아내도 잠도 잘 못 잔다는 걸 아니까, 끼니라도 더 잘 챙겨 먹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 같았다. 음식을 받으러 가는 남편에게 "수다도 좀 떨다가 와, 체리는 내가 잘 보고 있을 테니까"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5분도 안돼서 들어왔다. 친구가 얼른 들어가서 나를 챙기라고 했단다.


다행히 체리는 어제부터 밥을 제법 잘 먹는다. 남편한테 밥만 잘 먹어도 칭찬받는 체리가 부럽다는 얘기를 했다. 항상 체리를 보면서 다짐하는 일 중에 하나는 지금의 마음을 잃지 말자는 것. 체리한테 바라는 것은 단지 건강과 행복, 그뿐이다. 나중에 욕심나는 일들이 생겨도 지금 이 마음을 기억할 수 있기를. 최대한 지금의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내 바람이다.


모유수유를 할 때면 체리는 내 품이 너무 좋은지 자꾸 잠이 든다. 밥 먹이는 시간의 반은 체리를 깨우는 데 쓴다. 체리를 깨우려면 체리를 불편하게 만들어야 한다. 볼이나 팔을 문질러 귀찮게 하거나 속싸개를 벗겨 시원하게 하거나. 그런 맥락으로 기저귀를 가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물론 오줌이나 똥을 쌌다는 가정하에. 기저귀를 벗기면 시원한지 체리가 곧 잘 눈을 뜬다.


특히 신생아 때는 위장 반사로 인해서 음식물이 들어오면 바로 배변활동을 하기도 한다. 가끔은 수유를 하는 도중에 똥을 싸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아직 신생아라 그런지 배변활동을 하고도 불편하다고 울지는 않는데 잠도 깨울 겸 기저귀를 갈아준다. 무르지 않게 기저귀를 자주 갈아줘야 하기도 하고. 다만 수유하는 내내 그럴 때도 있어서 조금 기다렸다가 갈아주기도 하는데 오늘은 잠을 깨우려고 바로 갈았다.


수유하느라 들고 있던 체리를 남편에게 넘기면서 기저귀를 갈아달라고 부탁했는데 기저귀를 여는 순간 체리가 똥을 더 쌌다. ㅋㅋㅋㅋㅋㅋ. 처음 있는 일이라 나랑 남편은 당황했지만 다행히 남편이 기저귀로 잘 막았다(고 생각했다). 물티슈로 엉덩이를 닦아주는데 체리가 방귀를 뀌더니 한 번 더 똥을 쌌다. 남편 말로는 방귀를 뀔 때부터 걱정했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서 결국 기저귀 밖으로 똥이 다 샜다. ㅋㅋㅋㅋㅋㅋ.


다행히 체리 밑에 매트를 깔아 둬서 남편이 마저 정리를 하는 사이 나는 매트 애벌빨래를 하는데,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빨래를 마치고 나오니 남편이 체리에게 투덜투덜하는 소리가 들렸다. "체리야, 아빠한테 똥을 싸면 어떡하니".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오빠, 체리가 저렇게 작은데 할 건 다 한다. 똥도 싸고 트림도 하고, 너무 귀여워."


똥을 싸도 칭찬받는 신생아 7일 차.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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