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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른백산 Aug 16. 2021

존바바토스, 오소이, 페미니크, 제주도의 공통점

신림 사는 김성현, 조은지 님을 인터뷰 했습니다.

소비 대한민국에서 물건이란, 어쩌면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을 찾아, 물건을 통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이야기를 듣는 것 만으로 충분합니다.


시골쥐소셜클럽의 안부 묻기 프로젝트 <우리들의 소소한 사는 이야기> 첫 번째로 모신 분은 신림에 살고 있는 조은지 / 김성현 님입니다.

좌_조은지 / 우_김성현


1. 자기 소개를 부탁한다.

조은지/김성현: 남자 사람 한 명, 여자 사람 한 명, 고양이 한 마리. 이렇게 십여 년 함께 살고 있는 삼십대 초중반 평범한 사람들.


2. 본 인터뷰는 물건과 사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다. 자신 만의 물건 고르는 기준이 있나?

김성현: 물건을 고를 때 특별한 기준이 있지는 않다. 뭘 사려고 할 때도 다 정해놓고 구입하러 가는 편이라 시간을 많이 쓰지도 않는다. 그런데 가끔 꽂히는게 있다. 최근엔 애플워치가 그랬다. 아이폰, 아이패드를 가지고 있으니까 갖추고 싶었던 것 같다.


조은지필요한 물건을 고를 때는, 미리 한도를 정하고, 그 안에서 가장 좋은 물건을 찾는다. 오래 쓸 수 있고, 가장 간지 나는 것으로(웃음). 최근엔 소파를 구입하는 일이 있었는데, 한참을 찾은 것 같다(이 과정에서 보통은 가격이 상향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으려고 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물건도 고른다. 인센스 홀더가 그랬다. 제주도 한 스토어에 몇 년을 오가면서 계속 봐왔던 물건이 있었다. 이제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 회사 책상에 놓으면 기분이 좋아지겠다 싶어 구입했다.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연상시키면 마음에 드는 물건이 되는 것 같다(고양이, 도라에몽, 제주도..)

몇 년을 고민해서 구입했다는 제주도 인센스홀더


김성현: 가치에 기준을 두고 구입하는 물건은, 전혀 새로운 물건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그러니까 물건을 살 때 내가 좋아하는 가치가 더욱 '강화'되는게 아닐까  


3. 특별히 애용하는 브랜드가 있나?

김성현: 없다. 개인적으로 브랜드에 의미를 두지 않기도 하고. 굳이 찾아보자면 애플, 존바바토스 정도. 존바바토스는 향수 브랜드다. 예전에 우리 둘이 향수 만들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둘 모두 마음에 들어했던 것이 우디향이었다. 존바바토스의 아티산도 우디향으로, 우리에게 익숙하고 무겁지 않은 여름향 정도?

존바바토스의 아티산. 같이 살고 있다는 고양이, 소금이도 찬조 출연 했다


조은지: 오소이 라는 가방 브랜드가 있다. 초기 런칭 때부터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는데, 가방만 일곱개를 갖고 있다. 모양도, 색감도 마음에 든다. 얼마나 마음에 드냐면, 원래 외출할 때 짐을 많이 갖고 다니는 편이었는데, 이 가방을 위해 짐도 줄였다. 오소이는 너무 여성적이지 않은, 중성적 매력. 핏이 딱 떨어지는데 그게 내가 가장 원하는 스타일이다.

페미니크 라는 쇼핑몰도 좋아한다. 겨울마다 코트를 자체 제작하는데, 옷들이 발목 위까지 떨어지는, 길지만 맵시 있는 옷들을 많이 제작한다.

조은지씨가 애용하는 오소이와 페미니크의 상품들

4. 제주도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왜 좋아하나?

조은지: 올 해와 작년, 각각 한 번씩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다녀왔다. 가서 여행을 하다 보니, '내가 취향을 찾는 여정을 떠나왔구나' 하고 느껴지더라. 일을 하는 동안에는 온전히 나에게 집중할 겨를이 없었던 것 같다. 제주도 바닷가를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내가 물에 있으면 집중하는 스타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가 지는 시간은 고요하다. 마음이 평온해진다. 제주도는 나에게 그런 장소. 힐링을 주고, 이제는 취향의 집합체가 된 곳.

종달리의 책약방, 제주도의 돌담
제주도의 바람, 바다, 노을


5. 인생 물건을 소개해주시라

조은지: 10대는 MP3와 헤드폰. 어린 시절 답답함이 많았다. 집에 들어가기 싫었다. 그래서 두시간, 세시간 노래를 듣다 들어간 적이 많았다. 학교에서도 음악을 듣고, 버스에서도 음악을 듣고. 노을 보면서 음악을 듣고. 하루 중 음악을 들으며 풍경을 보는 시간이 나에게 있어 가장 잔잔하고 기쁜 시간이었다.

아이리버u10

20대. 성현과 연애 천일이 되었을 때 각자 선물을 준비해 보았는데, 공통으로 사진첩이 들어 있더라. 천일 동안 찍었던 사진을 편집하고, 문구를 작성해서 책으로 만든 것. 지금 봐도 그 때의 감정이 느껴진다.


30대의 물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망치, 끌로 직접 만든 반지인데, 안에는 베스트프렌드를 뜻하는 단어와 만든 날짜를 새겨 놓았다. 성현과 나, 엄마와 엄마 친구가 함께 만든 것이다.

지난 14년 우리 엄마가 유방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아야 했다. 나와 성현이 돌아가며 엄마의 병실을 지켰지만 우리도 일을 하는 와중이라 항상 같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 때 미국에서 살던 엄마 친구가 엄마 간호를 위해 한국까지 날아왔다. 항암치료가 모두 끝날 때까지 계속 같이. 나중에 엄마가 제주도에서 두 달 지냈는데, 그때까지 엄마 친구는 엄마와 같이 지냈다.

나와 성현, 엄마, 엄마 친구는 가치관이나 생활도 너무 잘 맞았다. 캠핑을 갈 때도, 어디 놀러 갈 때도 넷이 함께 다녔다. 그래서 엄마 친구(이모)가 미국에 가기 전에 반지를 만든 것이다. 아마 평생토록 손에 계속 끼고 있지 않을까.

안쪽에 반지를 만든 날짜가 새겨져 있다

다른 하나는 제주도 한달 살기 할 때 썼던 일기장이다. 원래 일기를 잘 안쓴다. 성격상 뭔가를 시작하면 끝까지 갈 것 같아서. 혹시나 오늘 안썼네, 하고 후회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어서. 근데 제주도에서 일기를 무작정 시작했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남기고 싶어서 아주 세세하고 길게. 지금도 가끔 읽어보는데 그땐 종달리 책방에서 내가 이런 기분이었구나, 하고 느껴진다.


김성현: 10대는 축구공. 축구를 너무 좋아해서 매일매일 운동장을 뛰었다. 천안에서도 시골이었는데, 천안의 큰 초등학교 축구 선생님이 축구 잘 하는 아이를 데려가려고 우리 동네에 온 적이 있었다. 거기 발탁 되기도 했었을 만큼 축구를 좋아하고, 열심히 했다.(가지는 않았다)


20대는 첫 차로 구입했던 현대i30. 스물 여섯. 차를 사는 것 자체도 큰 의미가 있었지만, 사고 나서 은지와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그 차가 있어서 어머님이 수술을 하실 때 병원을 잘 다녀올 수도 있었고. 지금도 그 당시 차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 단계 더 상승시켜주었다.

현대 i30,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고마운 첫 차



30대는 텐트. 은지와 오랫동안 함께 살았는데, 하나 공통된 취미생활을 만든 것이 바로 캠핑이다. 준비하는 시간부터 텐트를 접는 순간까지. 텐트와 캠핑은 지금의 우리를 대표할 수 있는 물건이자 취미이다.

조은지, 김성현님 캠핑 추억들




'당신이 누구인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회사에서 처음 만난 동료에게 자기를 소개해본 사람이라면, 소개팅 자리- 난생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나를 설명해 본 사람이라면 '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가 좀처럼 쉽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삶의 수준이 향상되면 될수록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증명하고, 설명하도록 요청 받습니다. 그것을 도울 방법은 영영 없는 걸까요?


나만의 브랜드를 안다는 것, 나만의 물건이 있다는 것은 자기소개의 망망대해에서 빛나는 북극성을 지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사람들의 취향을 통해, 어떤 물건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건인지 천천히 찾아가보겠습니다. 


조은지, 김성현 님을 모시고 처음 시작한 <우리들의 소소한 사는 이야기>. 새로운 인터뷰로 다시 인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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