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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아시아 Oct 20. 2024

#1 사전

나의 언어, 나의 세계, 나의 사전



문득, ‘나의 사전’을 만드는데 ‘사전’에 대해 정의해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첫 단어는 ‘사전’으로 정했다.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에 앞서 사전의 기본적인 정의와, 함께 사용되는 동사를 살펴보았다.


‘사전’은 사전적인 의미로는 ‘어떤 범위 안에서 쓰이는 낱말을 모아서 일정한 순서로 배열하여 싣고 그 각각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 따위를 해설한 책’이다. 사전의 ‘전’은 ‘典 법 전’ 자로 책을 양손으로 받들고 있는 모습인데, 그만큼 중요한 책임을 의미한다.

영어 ‘dictionary’의  PIE 어근 *deik- 는 "보여주다" 또는 "엄숙하게 발음하다"는 의미가 있다. (출처_etymonline.com)


즉, 사전이란 어떤 범위 안에 쓰이는 낱말의 발음, 의미, 어원, 용법을 모아 보여주는 ‘중요한 책’이다.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의 한계이듯, 한 국가에서 쓰이는 언어가 그 국가의 바운더리 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전은 한 나라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내가 정의한 단어로 편찬된 나의 사전은, 나의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중요한 책이 될 것이다.


사전은 ‘집필하다’ 혹은 ‘간행하다’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편찬하다’라는 단어를 쓴다. 편찬이란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산만하게 흩어진 것들을 모아 정리해서 묶어내는 것이다. 나의 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은 어지러이 흩어진 나의 세계를 한 데 모아 정리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을 편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 사전은 목적이 있어야 한다. 어떤 이용자를 위한 것인지, 어떤 내용을 전하고자 하는지 정해야 한다. 이용자가 모국어 사용자인지, 외국어 사용자인지에 따라 편찬 방식이 달라지고, 전문용어를 다루는지 일반적인 단어를 다루는지에 따라 내용과 설명이 달라진다. 사전 편찬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담으려 하기보다는 처음에 세운 기준에 맞춰 편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전은 언어의 대표 역할을 한다. 때문에 사전에 들어갈 단어를 고를 때에는 대표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말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중요하다.


사전에 대해 디깅 할수록 놀라웠던 것은 사전을 편찬하는 작업이 삶과 닮아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삶에도 명확한 목적이 필요하다. 목적이 있어야 다른 것들에 현혹되지 않고 본인의 의지를 밀고 나갈 수 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일, 가족, ‘나’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나브로 변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업데이트를 해 줘야 한다. 그래서 나에 대한 공부는 평생을 함께 해야 할 과업일 것이다.


사전에 나와있는 해설은 ‘정답’이 아니다. 그 시대에 가장 많이 쓰이는 의미로 단어를 정의한다. 

나의 사전도 똑같다. 내가 정의 내린 의미는 정답이 아니며, 정답을 정의내리기 위함도 아니다. 그저 그 시간에 살았던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함이다. 시간과 경험이 쌓인 후 변화한 나의 의미를 업데이트해보면 나의 역사가 사전에 축적될 것이다.



그래서 나의 사전은 각 단어에 대한 나의 정의와, 정의한 날짜를 함께 기재할 예정이다. 그리고 업데이트가 필요할 시 추가 혹은 변경된 의미와 날짜를 함께 기재 할 것이다. 그렇게 나의 세계와 역사를 축적해 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 정의 내린 ‘사전’의 의미는 

어떤 범위에 대한 모든 ‘세계’를 담고 있는 말의 모음집이다. 

그리고 나의 사전은 ‘나의 세계와 역사를 담고 있는 책’이다.  _2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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