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고 혼란한 뉴욕의 90년대를 살아낸 희망과 사랑의 이야기
혹시 넷플릭스 뮤지컬 영화 <틱, 틱…붐!> 보셨나요? 저는 펑펑 울면서 재밌게 관람했답니다. 화면 가득 담기는 1990년대 뉴욕과, 힘겨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꿈과 가치를 좇으며 살아가는 주인공 ‘조나단 라슨’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오늘은 <틱, 틱…붐!>처럼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희망과 사랑으로 어려움을 이겨내는 두 개의 공연을 소개하려고 해요!
첫 번째는 뮤지컬 <렌트> 입니다. <틱, 틱…붐!>에서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실존 인물이자 뮤지컬 창작자인 ‘조나단 라슨’의 대표작으로, 훗날 그에게 토니 어워즈 작품상과 각본상을 안겨다 준 작품이죠.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의 배경을 1990년대 뉴욕의 ‘이스트 빌리지’로 끌어와 재탄생시켰습니다. 또한 <렌트>에는 20가기 말 미국을 휩쓸었던 에이즈의 현실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잘 드러나 있는데요. 7명의 주인공 중 4명이 에이즈 환자이며, 극 중 환자들이 함께 두려움을 나누고 서로를 북돋아주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Will I?’라는 넘버는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자신이 아무것도 남기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 등 복잡하게 뒤섞인 당대 사람들의 심정을 전합니다.
그럼에도 <렌트>는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은 오늘의 사랑을 하는 것, 그렇게 ‘오직 오늘(No Day But Today)’을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작품입니다. 상처와 두려움 속에서도 오늘의 찬란함을 외치는 젊음, 지금을 살아가는 강렬하고 압도적인 에너지. 이것이 <렌트>가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요?
두 번째 작품은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입니다. (이하 <엔젤스>) ‘가장 위험한 동성애 연극’이라는 슬로건을 단 작품인 만큼, ‘동성애’라는 소재로 1990년대 미국의 사회를 폭넓게, 또 심도 있게 파고드는 극입니다.
<렌트>처럼 ‘에이즈’라는 소재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에이즈의 발병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핍박이 심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회의 시선을 견디고, 소중한 이를 잃으며, 자신의 명예를 잃게 될까 두려워 확진 사실을 숨겼겠죠. 이 모든 것이 <엔젤스>에 있습니다. 등장인물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 ‘클로젯 게이’(커밍아웃을 하지 않은 채 살아가는 동성애자를 칭하는 말), 트랜스젠더 등으로 다양한 성 정체성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엔젤스>는 마냥 어둡지만은 않습니다. 대본에유쾌한 부분이 많기도 하고요. 아직 한국에서는 1부밖에 공연되지 않았기에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미국에서 2부까지 전부 보고 온 사람으로서(이 때도 <틱, 틱…붐!>의 주인공 앤드류 가필드의 공연으로 봤었네요!) <엔젤스>는 분명하고 강렬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엔젤스> 역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해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이거든요. 지난해 공연된 1부에 이어 <엔젤스>의 2부는 2월 25일부터 3월 27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니 관심이 있으시다면 관람을 추천합니다. (1부의 내용을 간단하게만 알고 가셔도 충분히 재밌게 보실 수 있어요!)
P.S. <엔젤스>는 극의 배경이 되는 당대 미국의 사회상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양의 레퍼런스가 쏟아지거든요. 알지 못해도 스토리의 큰 뼈대를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으나, 알고 보면 200%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작품임을 보장해요!
이 글은 '문화소비리포트'의 시즌 4 뉴스레터에 실려 오늘(1월 8일) 오전 11시에 발송되었습니다. '문화소비리포트'는 문화예술 콘텐츠 큐레이션 뉴스레터로, 실내외에서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소개하고 추천합니다. 저는 시즌 2부터 합류해, 연극과 뮤지컬 담당 에디터로서 글을 써오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11일부터 '문화소비리포트'의 시즌 4가 시작됐습니다. 다시금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마다 구독자 분들의 메일함에 찾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비록 저의 글이 실리는 것은 이번 레터가 마지막이지만, 시즌 4는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흥미가 생기셨다면 아래 링크에서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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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그동안 '문화소비리포트'에 실렸던 글들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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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분량상 아쉽게 레터에는 담지 못했던 한 문단을 마지막으로 시즌 4 연재 마칩니다.
연극 <마우스피스>에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극을 본다는 것은 관객들의 심장 박동이 하나로 맞춰지는 일이다.’
이처럼 저는 공연예술이 같은 공간 안에서 사람들 간에 공유되는 에너지에 관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일까요? 저는 유독 시련 속에서도 끝까지 희망을 찾아내는 메시지를 담은 공연에 특히 깊은 감동을 느낍니다. 무대 위, 작품 속의 인물이 어떻게든 삶을 살아내려는 의지가 객석에 있는 저에게까지 직접적으로 다가오거든요. 제가 소개해드린 두 공연은 바로 그런 공연입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 몸을 타고 흐르는 희망의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이 두 작품을 직접 관람해보시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