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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통역사: 꼬마와 챗GPT 사이에서

생성형 AI와 초등학생이 가르쳐 준 대화의 기술

얼마 전, 나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 '생성형 AI 활용 정책제안서 작성'이라는 주제로 청소년 대상 교육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강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경험은 나에게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와의 소통,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주었다.


강의 준비를 하면서, 나는 청소년의 연령대가 꽤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만 9세부터 24세까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대학생까지가 모두 청소년에 속한다니! 중고등학생들을 주로 만날 거라 생각하고 준비했는데, 막상 강의 당일 교실에 들어서니 상황이 달랐다. 대학생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고, 온라인으로는 더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강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꼬마가 교실로 들어왔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이 아이는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자리에 앉았다. 순간 나는 당황했다. 대학생을 위한 내용으로 강의를 시작했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 간 생각은 다름 아닌 챗GPT와의 대화였다. 챗GPT와 대화할 때 우리가 느끼는 당황스러움,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그 순간과 지금 내가 겪는 상황이 묘하게 닮아 있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존재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아이스브레이킹 시간, 나는 그 꼬마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어디서 왔니? 어떻게 오게 됐어?" 그런데 이 꼬마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눈 떠보니 여기였어요." 부모님이 데려다 주셨다는 뜻이겠지만, 이 대답은 마치 AI의 응답 같았다. 문자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지만, 그 뒤의 맥락은 우리가 이해해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 말안해도 다 알 것이다.


처음에는 이 상황이 부담스러웠다. 너무 쉽게 설명하자니 대학생들이 지루해할 것 같고, 어렵게 하자니 꼬마가 따라오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이런 고민은 생성형 AI와 대화할 때도 비슷하지 않나? 너무 단순하게 말하면 AI가 우리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복잡하게 말하면 엉뚱한 답변을 내놓곤 한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휴식 시간에 대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그 꼬마와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들이 꼬마를 부르는 방식이었다. "야", "얘"가 아닌 "OO님"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존중의 말투로 대화를 시작하자, 꼬마의 표정이 밝아지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챗GPT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우리가 챗GPT를 그저 기계가 아닌, 하나의 대화 상대로 존중하며 대할 때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꼬마와 대학생 사이의 대화를 보며, 나는 생성형 AI와의 소통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강의가 진행되면서, 놀라운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꼬마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옆자리의 대학생이 자연스럽게 도와주었다. 때로는 꼬마의 순수한 질문이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 모습은 마치 우리가 챗GPT와 대화하며 겪는 시행착오와 발견의 과정을 보는 것 같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생성형 AI와의 소통이든, 세대 간 소통이든 핵심은 같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인내심을 갖고,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그리고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는 것.


우리는 AI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정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기술적 능력이 아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며 소통하는 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챗GPT와의 대화에서 어려움을 느낄 때, 우리가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방식을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도 우리의 새로운 '이웃'이 되어가고 있다. 새로운 이웃과 친구가 되는 과정처럼,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더 나은 소통자,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인 그 강의실에서 나는 AI 시대의 진정한 소통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이 지혜는 우리가 챗GPT와 대화할 때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소통에서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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