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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woluck Oct 07. 2020

조선의 늦은 개항의 영향은 현재까지 고스란히...

조선의 못난 개항 (문소영 저, 역사의 아침)

제목 자체가 지극히 도발적이다. 못나다고 표현했다. 아주 직접적이다. 이제 막 식민사관에서 벗어나고 있는(?) 마당에 "꼭 그렇지만은 않아"라고 작가가 콕 집어서 말을 하는 것 같다. 알 건 알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이 책은 말 그대로 일본의 메이지유신부터 조선이 경술국치를 당하기까지를 살피면서 일본은 착실하고 치밀하고 멀리 내다보는 근대화에 대한 준비로 메이지유신이라는 결과를 이뤄낸 반면, 조선은 주자학과 명나라를 숭상하면서 주자학 외에는 다 사문이라고 규정지으면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도 못했고, 읽어낼 생각도 못했으며, 읽어낼 인재도 없었기 때문에 근대화에 실패해 결국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을 여러 주제별로 일본과 비교해가면서 설명하고 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정말 멀리 내다보고 정책을 만드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정말 부족한 것 같다. 실패했던 조선왕조의 대외정책 - 임진왜란에 대한 안일한 대처, 무조건적인 숭명 사대주의, 주자학 외의 학문에 대한 철저한 경시, 끝끝내 자주적으로 타파하지 못한 반상의 신분제 - 부터 우리나라를 둘러싼 대외정세의 급변이나 더 좁게 살펴도 예산 부족 등을 핑계로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성하지 못해 벌어졌던 수많은 인명사고들. 모든 것이 결국 사회 시스템이 전통적으로 어디에서부터 인가 미래를 전망하고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을 천시하게 되어 버렸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소득계층은 자꾸 빈부차가 벌어져가고 있고, 젊은 세대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게 되었다.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고 난리지만 이에 대해 정부 어느 부처에서도 뾰족한 아이디어가 나오지를 않고 있어 국가경쟁력의 급격한 하락은 눈에 선하다. 어느 정도 교양을 갖춘 식자 계층에서 먼저 솔선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우리는 그런 기미조차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정말 유럽 애들 얘기이다.

작가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메이지유신은 근대화에 대한 열망이 일본인 중 하급무사로 하여금 일본의 미래를 서구 열강과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선구적인 결정이 막부의 해체로 이어졌고 그들이 천황제의 정부에 진출해 요직을 겸하면서 일본의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결국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식민지화되지 않고 근대국가로 발돋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일본으로부터의 독립도 자주적이지 못했고 그에 따른 여파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외교만 보더라도 우리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게 현실이다.

책 내용을 보면, 자칫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지만 그것이 진짜 있었던 역사였고 앞으로도 충분히 일어날 개연성이 있는 것이 역사다. 기분 나빠도 배울 건 배워야 한다. 따질 건 따지고 욕할 것은 욕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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