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40년 직장생활에서 내가 만든 원칙

by 일의복리

2025년 가을 나는 40년 직장생활의 막바지에 서 있다. 같은 해에 입사한 동기 32명 중 남은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단 3명이다. 누군가는 더 좋은 기회를 찾아 떠났다. 누군가는 번아웃으로 쓰러졌다. 누군가는 조직 개편의 희생양이 되었다. 나는 운이 좋았던 걸까. 아니면 다른 것이 있었던 걸까.


돌이켜보니 나는 "최고"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대신 이런 질문을 매일 스스로에게 던졌다. "오늘 내가 한 일이 내일의 나를 조금이라도 더 강하게 만들까?" 이 질문이 내 40년을 만들었다.


1986년 20대 초반, 졸업 후 일을 처음 시작한 나는 월급의 반을 무조건 저축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당시에는 금리가 굉장히 높았다. 그때 배운 개념 하나가 내 인생을 바꿨다. 바로 복리(複利)였다. 100만 원을 연 10% 이자로 30년 예금하면 얼마가 될까. 단리라면 400만 원이다. 복리라면 1,745만 원이 된다. 같은 10%인데 결과는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내 인생도 복리로 설계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1%씩 나아지면 1년 후엔 37배가 된다. (1.01의 365 제곱) 매일 1% 씩 후퇴하면, 1년 후엔 거의 0에 가까워진다. (0.99의 365 제곱) 벤자민 프랭클린은 복리의 원리를 가장 간결하게 설명했다. "돈이 돈을 만든다. 그리고 그 돈이 만든 돈이 또다시 돈을 만든다."[1] 워런 버핏은 복리를 "눈덩이"에 비유했다. "긴 언덕만 있으면, 작은 눈덩이도 거대해진다."[2]


영국 사이클 팀이 있다. 1902년부터 1976년까지 76년 동안 금메달 1개를 땄다. 참담한 성적이었다. 2003년 데이브 브레일스포드가 감독으로 왔다. 그는 "1% 개선 전략"을 도입했다. 자전거 시트를 0.1kg 가볍게 만들었다. 타이어를 0.5% 더 효율적으로 바꿨다. 선수들의 베개를 바꿔 수면을 1% 개선했다. 손 씻기 루틴으로 감염률을 1% 줄였다. 매일, 모든 것을 1%씩 개선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영국 사이클팀은 10개 종목 중 7개에서 금메달을 땄다. 76년간 1개였던 금메달이 5년 만에 7개가 되었다 [3]. 이것이 복리의 힘이다.


문제는 우리가 살아가는 직장생활이 복리가 아닌 단리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 번의 큰 성과로 승진하려 한다. 단리다. 매일 조금씩 신뢰를 쌓는 대신, 한 번의 프레젠테이션에 모든 걸 건다. 단리다. 번아웃될 때까지 휘몰아치다 쉬는 패턴을 반복한다. 단리다. 나는 반대로 했다. 모든 것을 복리로 바꿨다.


40년을 지나오며 나는 세 가지 인생 자산을 복리로 쌓았다.


첫째, 방수 멘털. "한 번 무너지면 회복하는데 10배의 시간이 든다."


초반 10년, 나는 비판에 약했다. 부서장의 한마디에 무너지고, 며칠씩 그 말을 곱씹으며 자존감이 깎여나갔다. 그때마다 내 멘털은 마이너스 복리로 약해졌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감정은 복리로 쌓이지만, 멘털은 단리로 무너진다는 것을. 그래서 방수막을 쳤다. 감정과 상황을 분리하는 기술. 에너지를 지키는 루틴. 나쁜 감정의 출구를 만드는 시스템. 매일 조금씩 멘털 방어막을 쌓았더니, 40년 후 나는 어떤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둘째, 관계의 황금률. "한 명의 적을 만드는 건 1초, 한 명의 동맹군을 만드는 건 10년"


20대의 나는 논쟁에서 이기는 걸 좋아했다. 상대방의 논리를 꺾고, "내가 맞다"를 증명하는 쾌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내 주변에는 조용한 적들이 쌓여갔다. 30대에 깨달았다. 논쟁에서 이기는 것은 단기 수익이고, 관계를 지키는 것은 장기 투자라는 것을.


링컨은 자신을 "원숭이"라고 비난했던 정적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했다. 논쟁에서 이기는 대신 인재를 확보했다. 그 선택이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4].


나도 전략을 바꿨다. 말싸움을 피하는 대화법. 상대의 체면을 살리는 기술. 조용한 동맹군을 만드는 지혜. 매일 작은 신뢰를 쌓았더니, 40년 후 내 주변에는 위기 때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것이 관계의 복리였다.


셋째, 성장의 기술. "오늘 배운 것이 내일의 기회가 된다."


40대 후반, 주변 동료들이 "이제 배울 건 다 배웠다"며 안주할 때, 나는 박사 과정을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왜 그 나이에?"라고 물었다. 내 대답은 간단했다. "명함이 사라진 후에도 남을 것을 만들고 싶다." 직함은 회사가 준다. 전문성은 내가 쌓는다. 회사는 언제든 나를 내보낼 수 있다. 내 머릿속 지식과 경험은 아무도 가져갈 수 없다. 매일 조금씩 배우고, 기록하고, 체계화했더니, 40년 후 나는 "정보보호 분야 전문가"라는 브랜드를 갖게 되었다. 이것이 성장의 복리였다.


딸아이가 미국으로 떠났다. 딸 하나뿐인 남편과 나는 갑자기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처음엔 막막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안하지 않았다. 40년간 복리로 쌓아온 것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는 멘털.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고, 직장 밖에서도 통하는 전문성이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다.


찰스 다윈은 말했다. "자연선택 혹은 적자생존으로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생존한다."[5] 40년 직장생활도 마찬가지다. 한 번의 큰 성과가 아니라, 매일의 작은 적응이 생존을 만든다. 이 40년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20년을 절약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은 화려한 성공 스토리가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이 40년을 번아웃 없이, 마지막까지 최고 인사고과를 받으며, 가족과의 관계도 지켜내며 살아온 생존의 기록이다. 특별한 재능이 없어도, 극적인 반전이 없어도, 매일 1%씩 나아지면, 복리로 쌓이면, 40년 후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PART 1. 방수 멘털.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법.

PART 2. 관계의 황금률. 적을 만들지 않고 동맹을 쌓는 법.

PART 3. 성장의 복리. 지속적으로 가치를 증명하는 법.


순서대로 읽어도 좋고, 지금 가장 필요한 파트부터 읽어도 좋다. 각 장 끝에는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정리되어 있다. 단, 한 가지만 약속해 달라. 완벽하게 하려고 하지 마라. 나도 처음엔 10번 중 1번만 성공했다. 하지만 매일 시도했고, 그것이 복리로 쌓였다. 당신도 할 수 있다. 아니, 당신은 이미 시작했다. 이 책을 펼친 것부터가 복리의 시작이다.


일의 복리 - 40년 직장생활에서 배운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기술

프롤로그 - 40년 직장생활에서 내가 만든 원칙

다음 글: PART1. 방수 멘털: 감정과 상황을 분리하라


당신의 꾸준함에 복리를 붙이세요 - @일의복리


[1] Franklin, B (2006). The Autobiography of Benjamin Franklin. Dover Publications. (Original work published 1791)

[2] Buffett, W. E. (2009). In A. Schroeder, The Snowball: Warren Buffett and the business of life. Bantam Books.

[3] Harrell, E. (2015, October 30). How 1% Performance Improvements Led to Olympic Gold. Harvard Business Review. https://hbr.org/2015/10/how-1-performance-improvements-led-to-olympic-gold

[4] Goodwin, D. K. (2005). Team of rivals: The political genius of Abraham Lincoln. Simon & Schuster.

[5] Darwin, C. (1859). On the origin of species by means of natural selection, or the preservation of favoured races in the struggle for life, John Mur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