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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콩 Nov 05. 2020

[음악] 신나는 비트 안에 담긴 신비한 탄생 설화

망할 이 지구를 구원할 에일리언


또 다른 상상력의 시작, Alien 


"누구든 내가 누군지 묻는다면

망할 이 지구를 구원할 ALIEN "


요즘 내가 빠진 노래가 있다. 바로 악동뮤지션 이수현의 Alien이다. 악동뮤지션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부터 줄곧 그들의 팬이었는데, 수현의 솔로 앨범이라니! 청량한 민트색으로 물든 그녀의 머리에 그녀의 음색이 녹아있는 것 같다. 


이번 신곡 타이틀은 Alien이다. 처음 노래를 틀었을 때, 신나는 멜로디에 취향을 저격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노래를 계속 듣다 보니 ‘외계인 이야기인가? 아니면 이방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구절을 곱씹어보면 수영 선수를 얘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 LEE SUHYUN 1st SINGLE [ALIEN] Behind The Story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히어로가 각성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그것이 정말 특별한 힘인지,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힘인지 연구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특별하다고 말해주기 전까지는 기괴하고 유별난 것으로 남기 마련이다.

침묵 끝에 엄마는 내가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것을 고백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어떠한 무리에 속하지 못했던 나의 삶. 내 존재에 의문을 가져야만 했던 시간들.

내가 저들과 다른 호흡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이 세상에 비밀리에 왔으며 특별한 사명을 가졌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모든 게 들어맞는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나를 손가락질 하는 그들까지 구원해 낼 에일리언이다.



클릭해본 앨범 소개에는 위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 덧붙여, “'에일리언'의 이야기는 자존감이 낮아진 딸에게 엄마가 용기를 주기 위해 그동안 감춰왔던 비밀을 말해주면서 시작돼요.”란 수현의 인터뷰 내용까지 미뤄봤을 때, 이번 노래는 단순히 댄스 팝 장르의 곡이 아니었다. 독특한 가삿말 때문이었다. 


작사를 맡은 이찬혁은 누구에게나 있는 ‘탄생의 신비’를 하나의 ‘탄생 설화’로 빗대어 표현했다. 마치 박혁거세가 알에서 나왔다는 설화처럼 말이다. 단순하지만 색다르고, 즐겁지만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곡이었다. 악동뮤지션의 특징이 은연중에 잘 드러났다.   


악동뮤지션, 소재의 다양성


사실 악동뮤지션은 다양한 소재로 곡을 만드는 데 유명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첫 무대로 불렀던 <다리꼬지마>는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만든 곡이었다. 악동뮤지션의 색깔이 뚜렷하게 들어간 곡이었다. 그들의 재치있는 가사와 그들의 출중한 실력은 심사위원과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그들의 곡은 사랑뿐만 아니라 일상의 사소한 내용도 많이 다루고 있다. <라면인 건가>나 <지하철에서>는 특히나 그 부분을 잘 드러내는 곡이라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모바일 게임을 보고 만든 ,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담아 만든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어릴 적 공룡 꿈에 대한 얘기를 담은  등은 악동뮤지션의 다양한 소재 스펙트럼을 잘 보여준다.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 대단하다고 느껴지는 곡이 있는데, 바로 <소재>라는 곡이다. <소재>는 소재가 될만한 사람, 혹은 아이템을 찾는다는 내용을 담은 곡이다. 즉, 소재가 없다는 얘기로 3분이 넘는 곡을 만들어 낸 것이다. 


요즘 글을 쓸 때 어떤 소재로 글을 적어야 할지 매번 고민이 드는 나에게 ‘나도 마땅한 소재가 없어’라는 위로의 메시지와, ‘그래도 곡 하나 만들었다?’라는 허탈함의 메시지를 동시에 주는 곡이기도 하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이들은 곡의 장르 역시 한 분야로 국한하지 않는다. 잔잔한 발라드부터 신나는 락/포크 장르, 그리고 EDM까지. 그 장르도 다양하다. 이러한 그들의 장르 소화력은 예전에 출연했던 예능 <아는 형님>에서도 잘 보여준다.  



이찬혁이 제대한 후, 악동뮤지션은 <아는 형님>에 출연했다. 그들은 예능에서 ‘아무 책이나 집어서 노래 만들기’ 장기를 보여주었고, 예능이 공개된 후 사람들은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묵은실잠자리’가 발매돼야 한다고 댓글 창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들에게는 놀이가 곧 연습이었고, 연습이 곧 놀이인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아무 책이나 집어서 노래 만들기’와 같은 남매간의 놀이가, 메모와 녹음을 숨 쉬듯이 한다는 습관이,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잘 표현해준다는 남매간의 호흡이 지금의 악동뮤지션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그들의 일상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보고는, 이수현의 Alien 가사에 대한 그들의 노고를 짐작해본다.


[전문 보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0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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