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하는 시간 블렌딩
며칠 전, 친구의 생일이었다. 요즘 서로 바쁜 데다 코로나까지 겹쳐 큰 10개월은 못 본 친구였다. 원래 생일 선물을 챙겨주는 사이가 아니었는데, 무심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리적 거리는 예전보다 멀어졌지만,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싶었다. 어떤 선물이 좋을까 고민하다, 그냥 커피 이모티콘을 보냈다. 그냥, 무난하게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우리는 커피를 많이 마신다.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커피는 빠지지 않는다. 흔히들 커피를 ‘현대인의 포션’이라 얘기하기도 한데, 그만큼 피로도가 높은 사회에서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해 마신다는 뜻을 대변하는 듯하다. 커피를 즐기는 기호식품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하나의 각성제로 소비하고 있는 현실이 슬퍼지는 부분이다.
나 역시 커피를 아침 일어나서, 혹은 업무나 공부를 하기 전에 마신다. 이제는 이러한 행동이 습관이 돼서인지,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집중하기가 힘들다. 심리적 효과일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이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작가는 커피를 하나의 각성제로 취급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는 휴식으로 여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어울리는 음료를 선택하고 음료와 알맞은 이야기를 적어낸다. 작가의 글과 함께 게재된 사진을 보고 있으면 방안에서 여러 카페를 탐험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제는 어떤 일에 대한 준비단계인 커피가 아닌, 여러 일 간의 휴식단계인 커피를 한 번 즐겨봐야할 것 같다.
저자: 영진
분야: 국내 에세이 > 그림/사진 에세이
사양: 152*225 신국판, 무선제책, 192쪽, 4도
가격: 13,000원
출간일 2020년 10월 1일
ISBN 979-11-90545-06-8 03810
◎ 책 소개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나간 어제를 커피 한 잔처럼
맛있게 마실 여유가 아닐까
문득 어제, 오늘, 내일 사이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길을 잃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시계는 한치도 틀림없이 제시간에 맞게 가고 있는데, 내 시간은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황량한 사막과도 같은 일상 속에 파란 선인장처럼 다가올 글과 그림. 버거운 하루를 견디기 어려울 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