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콩 Oct 05. 2020

[문화전반] 빈지뷰잉(Binge Viewing)의 시대

빈지뷰잉의 왕국, 넷플릭스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바야흐로 구독의 시대다. 책, 영화, 예능, 음악 등의 콘텐츠는 물론이요, 집도, 차도, 옷도 빌려 쓴다. 최근에는 외식 산업에서도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구독(購讀)이 아닌 구용(購用)이라 말하는 게 좀 더 올바른 편인 것 같다.  


구용의 시대에서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OTT 산업이다. OTT란 Over The Top이란 약어로,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를 일컫는다. 넷플릭스(Netflix), 왓챠(Watcha), 웨이브(Wavve), 티빙(Tving) 등이 바로 그 예이다. 특히나 최근에는 이런 OTT 산업이 발달하며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한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를 기반으로, 빈지뷰잉(Binge viewing)의 명대사인 넷플릭스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넷플릭스의 빈지뷰잉 


빈지뷰잉은 폭음, 폭식이라는 의미의 영어 단어 '빈지(Binge)'와 감상, 텔레비전 보기라는 뜻을 가진 '뷰잉(Viewing)'이 결합한 단어로,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서 TV 프로그램 전편을 몰아 시청하는 경향을 일컫는 말이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 시사상식사전, pmg 지식엔진연구소) 


혹자는 빈지워치(Beinge watch)라고도 하며, 한국어로는 ‘콘텐츠 몰아보기’로 일맥상통한다. 몰아보기는 사실 예전부터 쭉 있던 시청 경향성인데 이 경향성은 넷플릭스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넷플릭스에서는 2012년 8월, ‘포스트-플레이(post-play)’란 기능을 선보였다. 포스트 플레이란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5초 뒤 다음 에피소드가 바로 재생되는 기능을 뜻한다. 따라서 소비자는 다음 에피소드를 ‘보기 위해’ 클릭하던 행동을, 이제는 다음 에피소드를 ‘보지 않기 위해’ 종료를 클릭하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이유로 다음 에피소드를 보지 않기 위해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게는 6시간에서 많게는 13시간 분량의 콘텐츠로 만들어진다. 짧은 드라마들이 모여 하나의 긴 영화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클리프행어'로 빈지뷰잉을 고조시키다 


이처럼 사람들이 콘텐츠를 몰아보는 경향성에는 ‘클리프행어(Cliffhanger)’라는 연결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클리프행어란 콘텐츠에서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고조되거나 새로운 갈등이 등장한 시점에서 에피소드를 종결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끄는 연출법을 뜻한다.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사용하는 ‘60초 후에 공개됩니다’나 주말 연속극의 엔딩 장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클리프행어는 다음 에피소드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높이며 콘텐츠를 갈망하게끔 한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포스트-플레이’ 기능이 더해지면 소비자들은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여섯 시간 이상의 시리즈를 해치운다. 소비자가 다음 에피소드를 선택하기도 전에 포스트 플레이가 발동해 바로 클리프행어의 뒷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다양한 OTT 채널을 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OTT 채널에서보다 넷플릭스에서 빈지뷰잉을 더 많이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들 그 이유로 ‘포스트-플레이’기능을 손꼽는다. 


이런 포스트 플레이 기능은 2012년 출시를 기점으로 넷플릭스의 기본적인 기능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포스트 플레이 기능에 대한 거부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2014년에는 ‘포스트 플레이 기능 OFF’를 선택할 경우, 해당 기능이 없어지도록 만들었다. 물론, 많은 사람이 여전히 포스트 플레이 기능을 사용하고 있지만 말이다. 


이런 이유로 ‘잠들기 전 한 시간만 봐야지’라는 초심은 온데간데없고,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잠을 청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구용(購用)의 시대 


책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중독’에 관한 얘기를 한다. 특히나 1인당 1개 이상의 스마트폰이 보급된 사회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쉽게 걸리기 쉬운 중독들을 얘기한다. 그리고 그중 ‘미결 중독’은 앞서 다룬 내용인 넷플릭스의 포스트-플레이에 대한 얘기를 다룬다. 


중독은 좋아하는 상태 이상의 무엇이다. 중독자는 마약이 자신의 삶을 파괴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약을 절실히 원하는 사람이다. 중독이 그토록 치료하기 힘든 것은 좋아하는 상태보다 절실히 원하는 상태가 훨씬 떨쳐버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p. 112) 


빈지뷰잉은 우리가 흔히 걸릴 수 있는 중독이다. 야심한 밤의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혹은 집에서 시간을 보내며 저렴하게 좋은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우리는 손쉽게 빈지뷰잉으로의 길로 빠지기 마련이다. 


혹자는 콘텐츠를 몰아보는 것이 왜 나쁜 것인지, 그것이 왜 중독인지에 물을 것이다. 물론 빈지뷰잉이라 해서 모든 현상이 다 나쁜 것이라 할 순 없다. 그 시간 만큼은 콘텐츠에 푹 빠져 재미난 시간을 보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쌓여있는 상태에서의 빈지뷰잉은 중독이라 할 수 있다. 빈지뷰잉을 하나의 힐링 매체로 사용한 것이 아닌 도피처로 사용한 것이니 말이다. 지난 연휴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괴감이 들었다면, 지금이라도 현대의 중독을 멀리하고, 현실로 복귀하는 것은 어떨까. 


이제는 일상이 된 구용의 시대에서 현명하게 빈지뷰잉을 바라보길 바란다.


[원문 보기]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50118


작가의 이전글 [웹콘텐츠] 혹시 ‘니트 컴퍼니’ 아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