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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얼음의태양 Jan 22. 2021

그 길에서 다시 만나다

나의 아저씨


「또 다시 그 길을 만났어
  한참을 걸어도 걸어도
  익숙한 거리 추억투성이
  미로 위의 내 산책
  벗어나려 접어든 길에
  기억이 없어서 좋지만
  조금도 못 가 눈앞에 닿는
  너의 손이 이끌었던 그때 그 자리」 - 박정현, 미아 중에서.


그 길을 보는 당신은 어쩌면 그곳을 생각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길 바랐다.

오래전 우리가 함께 걷던 그 길을 닮아 있던

좁고 오래된, 쾨쾨한 냄새가 날 것 같은

희미한 불빛들이 새어나오던

가로등마저 처량히 비추던 그 길


나도 이제 당신이 바라보던 그 길을 보고 있다.

이제는 그 시간을 거슬러 다시 걸을 수 없지만

나는 이미 그 길을 바라보고 또 걷고 있다.

이제는 갈 수 없는, 당신이 그리워하던 그 길을

나는 걸으며 기억속의 당신을 꺼내어 바라본다.

한 걸음 한 걸음

내가 당신을 한번 보았고

다시 우리는 모른척 걸었다.

당신도 나를 한번 걸어 보았다.

서로의 마음이 그러했지만 우리의 손은 그날도

잡아지지 않은 채로 집으로 향했다.

잡지 못한 당신의 손을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그 길에 서있다.


그 길 위에 서서

당신이 바라보던 그 길 위에 서서

당신을 보며 걷고 있다.


눈을 감아 내 손을 밀어 당신에게 내어 본다.

알 수 없는 조용한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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