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뭔가 잘못됐어.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 (Victim)
*이 글은 제가 피해자 삼각형을 배운 선생님 린 포레스트(Lynne Forrest)의 글 “The Three Faces of Victim - an overview of the Victime Triangle”을 번역한 글입니다. 원본은 그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lynneforrest.com/articles/2008/06/the-faces-of-victim/?fbclid=IwAR0scyq0z5QN54fJSN-kWoCWBYVr93KIEwoN46E285Cg1m6SeDvWZWqb9MU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는 상처 받은 내면 아이의 그림자입니다. 순수하고, 연약하면서 한편으로 굶주려 있지요. 우리는 어른이 된 이후에도 돌봄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 내면 아이를 품고 삽니다. 이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요. 하지만, 자신이 스스로를 돌 볼 수 없다고 믿게 되는 경우, 이들은 피해자가 됩니다. 자신이 허약하고, 힘이 없으며, 어딘가 결함이 있다는 믿음 때문에 이들은 항상 자신을 구해줄 누군가를 필요로 합니다. 피해자는 평생 극심한 의존성을 중심으로 주요 인간관계를 맺습니다.
이들은 스스로에게 본질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무능력하다는 식으로 자아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어딘가 약하거나, 똑똑하지 못해서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하지요. 무엇이든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자기보다 강한 사람, 자신을 돌봐줄 능력이 있는 사람을 항상 찾게 됩니다.
자기 내면의 힘, 즉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정하고, 자신의 힘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없다고 믿습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느낌, 누군가에게 휘둘리거나, 외부적 요인에 따라 자신의 삶이 좌우된다는 느낌에 시달립니다. 본질적으로 결함이 있다는 믿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를 어딘가 고장 난 사람,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으로 여깁니다. 동시에 자신이 의존하는 사람들을 원망하는 경우가 많죠. 주요 구원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자신을 돌봐줘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자신의 무능함을 들춰내는 것도 싫어합니다.
구원자에게 가장 중요한 감정적 보상은 인정과 감사지요. 하지만 피해자는 감사를 표현하기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부족함도 같이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 대신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에 한편으로 원한을 품습니다. 다른 사람보다 한 수 아래 있는데 점점 싫증을 느낀 그들은, 타인과 동등하게 느낄 방법을 찾기 시작합니다. 불행하게도, 이 단계에서 어떤 종류의 앙갚음이 일어납니다.
자신을 구하려는 시도를 사보타주하거나, 다른 수동 공격적 행동을 통해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는 삼각형의 박해자 위치로 이동합니다. 그들이 자주 쓰는 표현은 “맞아요, 하지만…(Yes, but)”이죠.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가 제시한 문제나 불평을 해결하기 위해서 구원자가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피해자는 즉각 이렇게 대답하죠. “맞는 말이긴 한데,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 왜냐면 … ” 그리고는 구원자가 열심히 제시하는 모든 해결책들에 대해서 하나하나 “맞아, 하지만”으로 반응하죠. 피해자는 문제가 결코 해결 불가능하다는 걸 증명하면서, 구원자를 쩔쩔매게 만들고, 결국은 자신이 속으로 무가치하다고 느끼는 것만큼이나 구원자도 패배감을 맛보도록 합니다. 타인을 비난하는 박해자 위치에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돌볼 수밖에 없도록 정서적으로 타인을 조종하기도 하죠.
자신이 무능하게 타고났다고 믿기 때문에, 피해자는 평생을 수치심에 휩싸여 살아갑니다. 깊은 수치심은 자학으로 이어지죠. 이들이 선택하는 자멸적 행동으로는 약물 중독, 알코올 중독이나 섭식 장애, 도박, 충동적 소비 등이 있습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수치심의 소용돌이에서 그들은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결국 자신의 결함이 정체성의 전부가 되지요.
린다는 둘째 딸로, 태어나자마자 문제를 달고 살았습니다. 골칫거리 하나를 해결하면 다른 사건이 터졌죠. 학교에서도 항상 말썽을 일으키고 자주 아팠습니다. 사춘기가 되어 그녀가 약물에 빠졌을 때, 사실 주변 사람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습니다. 린다의 어머니는 완고한 구원자로, 린다가 문제를 일으킬 때마다 그녀를 구해주었습니다. 딸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고, 그리고 엄마인 자신은 딸을 도와주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죠.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에서 항상 자유로웠던 린다는 실수로부터 배울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자신을 점점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고, 성장하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의존이 점차 심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좋은 의도로 딸을 ‘도와' 줬지만, 딸은 평생을 피해자로 살아가게 되었죠.
스타팅 게이트 피해자들은 많은 경우 가정에서부터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먼저 찾습니다. 절망에 빠진 가족 구성원이 문제아를 어떻게든 구슬려 전문 상담가와 첫 약속에 데려갑니다. 그때부터 피해자들은 한 구원자에서, 다음 구원자로 항상 주변의 도움을 찾게 됩니다. 스타팅 게이트 구원자들은 이런 전문가 집단에 너무나 많습니다. 잘 훈련된, 매우 설득력 있는 피해자를 상대로, 전문가가 의도치 않게 피해자 삼각형에 낚이게 되죠. 이런 경우 정말 중요한 문제는 다뤄지지 않습니다.
피해자 역할에 처한 사람은 밖에서 자신을 구할 사람을 찾기보다는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돌보는 연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삼각형 사이클에서 벗어나려면, 자기 자신을 돌 볼 수 없다는 깊은 믿음에 도전하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걸 몸소 체험해 나가야 합니다.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보는 대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고, 자기 삶을 주도할 힘이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하죠.
누가 피해자를 구해주든지 간에, 얼마나 많은 돈을 지원받고, 더 잘하거나 “더 나아지려는” 의도가 얼마나 진실되든지 간에, 피해자 역할을 계속하는 한, 그들은 결국 피해자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패배감과 무가치함을 느끼는 끊임없는 악순환이죠. 자신의 감정, 생각, 반응 방식에 완전히 책임을 지는 것 외에는 다른 출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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