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유튜브 알고리즘 덕분에 많은 도전거리를 찾았다. 생산적인 일을 고민하다가 눈에 띈 공인중개사 인강도 그중 하나였다.
농사, 토지거래
벼농사를 하며 토지를 매매하는 경험을 했다.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수수료 액수가 꽤 컸다. 나이가 많아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매력적이게 보였다. 농사를 직접 지어본 경험이 토지 거래에도 유리할 것 같았다.
내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니,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공인중개사 사무실이 아주 많이보였다. 이미 공인중개사들은 전국에 포화상태라고 한다. '내가 자격증을 따면 사무실을 차려서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됐다. 하지만 공부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운 건 언젠가 써먹는다. 농사를 짓는 동안 토지를 매매하거나 임차할 기회는 많이 있을 것이다. 공부해서 살아가는데 유익하면 했지 불필요할 일은 없을 것이다.그렇게 공인중개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2021년 시험 체험하기
어른들의 수능이라 불리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시험. 국가자격증이고 자격증만 취득하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차려 창업이 가능하다 보니 매년 수험생들의 관심과 열기가 뜨겁다. 관심을 갖자마자 무턱대고 2021년 10월 시험을 접수했다. '시험'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긴장됐다. 컴싸도 OMR카드 작성도 시험을 치르는 모든 과정이낯설었다. 마지막으로 친 시험이 대학교4학년 때 쳤던 토익시험일 것이다. 다시 시험이란 것에 적응해 본다 생각하고 무작정 신청했다.
수험생이 되어 시험장을 다시 경험해 보는 걸로 공부를 시작하고 싶었다.시험 치기 2달 전, 입문강의 위주로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을 구경만(?) 하고 시험장에 갔다. 공부도 안 하고 시험 치러 갔으니 긴장감 제로. 순수하게 언어영역 풀듯이 문제를 읽고 느낌대로 찍었다. 예상했지만 각 과목별로 10~20점 정도 나왔다. 그리고본격적으로 2022년 10월 시험을 대비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2022년, 2023년 어른들의 수능에 도전
2022년 1년 동안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공부를 하였다. 자격증 시험준비한다고 일부로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남들이 다 알고 있으니 떨어졌다고 말하기 부끄러워서라도 공부를 열심히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바쁘단 핑계로 공부를 너무 대충 했다. 당연히 실패했다. 그래도전 과목을 한 번 훑어보고 낯선 용어들과 친숙해지는 데 성공했다.
2023년공인중개사 재수생이 되었다.사실 집에서 할 일 다 하고 남는 시간에 공부를 한다는 건 참 어려웠다. 봄엔 강사활동으로 바쁘고 모내기철이라 바빴다. 여름엔 아이들 방학이라 정신없고 가을엔 추수랑 수매 준비로 바빴다. 핑계를 대자면 끝도 없다. 바쁜 틈틈이 인강 듣고 기출문제 풀고 모의고사를 풀었다. 늘 시험이란 스트레스를 안고 있어서 늘 마음이 불안 초조 했다. 여름이 지나고 동차합격은 포기하게 되었다. 2023년은 '1차 과목 집중공략+2차 과목 이해하기'를 목표로 공부하였다. 그리고 '이 정도만 유지하면 1차는 가능성 있겠는데?' 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결국 운 좋게 1차 합격, 2차는 과락은 면했지만 60점은 넘지 못했다.
2024년 마지막 도전
3년 차, 2024년 올해 또 시험에 도전했다. 1차 합격 덕분에 2차에만 몰입할 수 있어서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이번에 떨어지면 1차부터 다시 공부해야 한다. 정말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었다. '진짜 올해 끝낸다!'는 각오로 공부해야 했다. 하지만 올해도 역시나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다. 수영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잠이 많아졌다. 수영은 포기할 수 없어서 밤공부를 포기했다.
공인중개사 공부만 해도 벅찬데, 육아/살림/농사/수업을 병행하면서 시험공부를 했다. 연속 공부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 짧은 시간에 조금씩 공부할 수 있도록 공부 계획을 세웠다. 상반기에 개념정리와 요약정리 노트 만들기에 정성을 쏟았다. 하반기에는 요약노트를 반복해서 암기했고 기출문제와 모의고사 문제를 계속 풀었다.
시험이 하필 추수로 바쁜 10월 말이다. 남편이랑 시험 전날까지 벼수확을 했다. '본업이 젤 중요한 건 맞잖아, 그동안 제대로 공부했으면 뭘 해도 되겠지!' 싶었다. 불안했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모이고 모여 자신감이 조금 있었다. 그 결과 2차 시험도 무사히 합격할 수 있었다. 아휴 진짜 다행이다. 3수 만에 도전 성공!!
미니멀한 공부법
나의 공부목표는 '비싼 투자 없이 요령껏 공부해서 합격하기'였다.1년 올인해서 공부만 딱 하고 끝낼 상황도 아닌데, 돈까지 쓰면서 공부하고 싶진 않았다. 돈까지 썼는데 불합격하면 더 쪽팔릴 것 같았다. 유튜브에 공인중개사 무료인강이 많이 있다. 과목별 인강선생님을 한 분씩 골라 인강을 순서대로 들었다.
1,2년 차까진 교재를 따로 사지 않고 인강을 듣고 직접 강의노트를 만들었다. 궁금한 건 인터넷으로 찾아가며 정리했다.3년 차엔 2차 기본서와 기출문제집 세트를 당근에서 3만 원에 중고로 구입했다. 내가 합격하고 나면 버려도 안 아까운 책으로. 기본서 내용을 독서하듯 읽고, 인강으로 한 번 더 공부 후 내용을 정리했다. 시험 칠 생각을 하면 막막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하나씩 구분하여 정리하면 조금 신이 난다. 공부도 미니멀하게 내용을 줄이고 정리한 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공부를 한다는 것은
공인중개사 공부를 한 후, 단순히 시험 합격을 넘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진 것 같다. 길을 가다가 상가 임대나 아파트 매매와 같은 문구를 보면 저절로 눈이 간다. 주변에서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더 깊게 이해하려고 하고, 어느새 내가 먼저 정보를 찾고 분석하는 습관이 생겼다.
공부를 하면서 돈, 경제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똑같은 크기에 비슷한 구조의 건물인데도 어느 지역에 있고, 주변 환경이 어떤지, 누가 사용할 건지에 따라 수요가 달라진다. 수요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내린다. '가격'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사람의 욕구, 가치관, 심리의 영향을 받는다. '부동산'을 하나의 재화로써 그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공부를 하면서 독서의 힘을 느꼈다. 긴 글을 읽고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하는 것은 어렵다. 낯선 어휘가 많은 민법, 공법은 특히나 어려웠다. 기본서를 읽는 것도, 문제를 푸는 것도 글을 읽는 힘이 필요했다. 한 유튜브 영상에서 교육전문가가 말하길, 모든 과목의 기본은 '국어'라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국어를 잘해야 수학도 과학도 영어도 잘할 수 있다. 그동안 쌓인 나의 독서 내공은 공부할 때 큰 도움이 되었다.
공부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몰랐던 것을 알고, 알던 것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공부하며 나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시켰다.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정했고, 3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달성해 냈다.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을 통해 자기 효능감 확인했다. 공부는 끝났지만, 배움은 멈출 수 없다. 부동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도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 배운 만큼 성장한다.
공인중개사를 준비하며 '나는 공부를 재밌어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3년 동안 합격의 스트레스는 컸지만 '목표'가 생기자 부지런히 살아갈 원동력이 되어서 좋았다. 이젠 2025년을 위한 새로운 목표를 찾고 있다. 내년은 또 무슨 일에 열정을 다해볼까 즐거운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