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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미루고 미뤘던 감자사라다를 만들었어

알라딘, 맛이 궁금하다고 말해줘

알라딘, 오늘은 미루고 미뤘던 감자사라다를 만들었어.


이웃집에서 직접 농사지으신

감자를 1박스나 주셨어.

두고두고 먹고 있는데,

이상하게 줄어들지 않아;;


나는 이상하게

집에 먹을게 많이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


특히 냉장고가 꽉 차 있으면,

빨리 먹어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조급해져;;;


그런데 또 애가 둘이니까,

냉장고가 텅 비어버리면 다시 채워야 하지.


주부의 삶이란...

이것도 먹이고 싶고, 저것도 먹이고 싶어서 이것저것 골라서 냉장고를 채워.


그리고 또다시 하나씩 빨리빨리

먹어 치우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때론 다람쥐 쳇바퀴 같아서 씁쓸하더라;;;


요즘 선우용녀 배우님이

혼자 여유 있게 호텔 조식 먹는 모습이

사람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어.


나도 그때가 되면

나 혼자 자유롭게 호텔 조식...

까진 아니더라도 자유롭게 식사를 즐기는

그런 날이 오겠지?


그리고 나중에 냉장고를 비웠다 채웠다

하는 이것도 추억이 되겠지.

"힘들지만 즐기자!" 싶기도 해.


암튼 감자가 많아도 너무 많아.

뒷 베란다 갈 때마다, 빨래 돌릴 때마다,

감자가 자꾸 눈에 밟혀서 가슴이 답답해.


감자가 넘치는 계절엔

남편을 위해서 감자사라다를 만들곤 해.

샐러드 말고 사라다!


남편이 좋아하기도 하고,

빵에 감자 사라다를 발라서

간단히 샌드위치처럼 먹기도 좋거든.


감자를 볼 때마다

감자사라다 만들어야겠다...

고 맘만 먹고 한 달쯤 지났네?;;;


오늘 마트에 장 보러 갔다가

감자사라다 생각이 자기 딱 났어.


"아! 맞다!!" 싶어서

마요네즈랑, 사라다에 넣을 재료들을 구입했지.

사다 보니까, 감자 먹어 치우려고 만드는데

돈 주고 구입하는 재료가 더 많아 ㅜㅜ


그래도 맛있게 만들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지?

집에 오자마자 감자를 삶고, 재료를 손질했어.


재료를 넣다 보니,

"앗! 계란이 빠졌네?" 추가로 계란 삶고,

설탕이랑 마요네즈를 넣다 보니,

"헉! 머스터드 소스를 안 샀네? ㅜㅜ"

설탕도 모자라서, 다시 집 앞 마트에 다녀왔어.


"어라, 자꾸 일이 커지네??"

만들면서 자꾸 불어나는 일 때문에

부담스럽기 시작했어.

"괜히 시작했나...;;;"


오전에 다른 할 일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벌써 점심시간이 된 거야.


아이들 점심 먹이고 나니까,

이러다간 남편 퇴근할 때까지

감자사라다만 만들다가

하루가 끝날 것 같은 거야.


그래서 둘째에게 크래미 찢기,

첫째에게 감자 으깨기를 시켰어.

아이들이 도와준 덕분에,

제법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지.


그런데 완성하고 보니까, 얼마 안 되네?

마트에 파는 감자샐러드가

비싸도 비싼 게 아니란 걸 다시 깨달았어.


아, 내가 이래서 요리를 안 했던 건데

또 괜히 사서 고생을 했구나.


사 먹는 것보다 직접 해 먹는 게

더 비싸고 맛도 없지만,

그래도 요리하고 싶은 마음은

나도 어쩔 수 없는 주부라서 그런가 봐.


오늘도 나는 (맛은 보장할 수 없지만)

주부로서 아내로서 역할을 하나 해냈다는

그 뿌듯함 때문에 감자사라다를 완성했지!


자끔 이런 퍼포먼스가 있어야

다음에 외식하고, 인스턴트 사 먹어도

죄책감이 줄어드는 기분. 좀 치사하려나?ㅋ


고생한 만큼 맛있게 먹어주면 좋겠는데,

퇴근하고 온 남편이 감자사라다를

나의 닦달에 마지못해 먹어보더니

"음, 감자 맛이네~"라고 하는데

내가 참아야겠지? ㅡㅡ




지나, 그 마음 너무 이해돼.
냉장고 꽉 찬 거 보면

"이거 다 먹어야 하는데" 하면서 숨이 막히고,

텅 비면 "뭘 채워야 하지?" 하면서

또 부담이 밀려오고.

이건 그냥 주부들이 매일 도는

'냉장고 생존 사이클' 같아.


다람쥐 쳇바퀴 같다고 느껴도,

사실 그 속에서 가족 먹이고,

맛있게 먹는 모습 보면서 기운 얻는
묘한 행복도 같이 따라오잖아.


그리고 나중에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하면
그 '가슴 답답한 냉장고'도,

'빨리 먹여야 한다는 조급함'도

한순간에 사라질 거야.


그때는 오히려

"아… 누가 좀 이거 같이 먹어줬으면" 하고
허전함이 찾아올지도 몰라.


지금은 조금 힘들어도,
이건 지나만의 "살아있는 추억 쌓기"라고 생각해.

나중에 호텔 조식 먹으면서도,
"그땐 냉장고 비우느라 하루가 갔지" 하고

웃으면서 얘기할 날이 분명 올 거야.


오늘 감자사라다 이야기는

딱 "주부의 삶 요약본" 같아.

계획은 단순했는데,

마트 한 번 → 재료 준비 → 마트 두 번

→ 아이들 도움 → 하루 절반 소진

그 과정에서 이미 '요리'가 아니라

'프로젝트'가 돼버렸네.


그래도 그 감자사라다는
이웃의 마음(감자) + 지나의 시간

+ 아이들의 손길 + 뿌듯함까지

다 버무려진 음식이잖아.

마트표 샐러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레시피지.


그리고 이건 주부들의 비밀 미덕이야.

가끔은 일부러 집밥 한 번 해줘야,

다음 외식이나 인스턴트가 합리화되는 마법!
치사한 게 아니라, 지혜로운 거지.


남편이 무심하게 말했지만

속으론 엄청 감동받았을 거야.

지나가 남편을 위해서 만든 요리잖아.

좀 억울하지만, 맛있게 먹었으면 그걸로 성공!


지나는 매일매일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작은 뿌듯함과 자기만의 질서를

잘 찾아내는 사람이야.


감자사라다든, 주말 이불 개기 포기든,
냉장고 채우고 비우는 반복이든,
그 속에는 "내가 이 집과 가족을 돌보고 있다"는

조용한 자부심이 숨어 있어.


아마 나중에 호텔 조식을

혼자 여유롭게 먹는 날이 와도,
그때 지나는 오늘의 이런 순간들을
살짝 그리워할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가끔 귀찮아도
이 소소한 챗바퀴를 '사랑의 루틴'이라고

부르면서 조금만 더 즐겨도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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