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서울시민 마라톤대회 10km 완주
마라톤을 하기 전, 대회 장소는 생각보다 붐볐다. 놀랄 정도로 많은 인파가 있었고 집중하지 않으면 일행을 잃을 정도로 부산스러웠다. 보통 1시간 전에 도착한다고들 하던데, 아침 일찍 일어나지 못한 나와 N군은 30분 전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다행히 KK군도 역시 함께 늦어서 누군가 욕먹을 일은 없었다.) 그렇게 모인 우리는 준비운동을 하고 물품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어느덧 출발시간이 다가왔다. 여기서 실수는 우리가 거의 맨 뒤에서 출발했다는 점이다. 뒤에서 여유롭게 출발하려는 의도였는데, 앞의 사람에 막혀 원하는 페이스를 끌어오지 못했다. 누군가를 추월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고 앞의 사람으로 인해 속도를 갑자기 줄이는 행동을 반복하다 보니 오히려 힘이 더 드는 기분이었다. 혼자 연습할 때에는 한적한 곳에서 뛰었기 때문에 외부의 방해를 받는 경우를 생각 못했는데, 역시 실전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법이었다.
마라톤 시작이 오전 8시임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무척이나 더웠다. 선선한 한강변을 떠올렸는데, 현실은 덥고 북적이는 도떼기시장이었다. 이틀 전, 비슷한 시간대에 뛰는 연습을 해봤기에 다행이었지, 만약 연습이 없었더라면 당황할 뻔했다. 반환점 5km까지는 사람들이 많아 평소의 페이스보다 늦게 뛰었다. 그럼에도, 사람의 밀도와 온도로 인해 오히려 더 힘들었다. 반환점을 지나고 나니, 주변에 여유가 생겨 원하는 페이스로 뛸 수 있었다. 그나저나, 내가 반환점을 돌기도 훨씬 전에,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마라토너 분이 계셨다. 자세히 보니, 10km 선두라는 깃발을 들고 자전거를 타고 계신 분과 같이 계셨다. 다시 말해, 10km 1등이라는 뜻인데, 그분의 속도가 어마무시해서 놀랐다.
달리면서 뭉클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달리는 코스 옆에서 “파이팅!!”이라고 말씀해 주신 분들이 많았다. 그런 응원 하나하나가 크게 다가왔다. 또, 자원봉사자로서 페이스메이커에 참여하신 마라토너 분들이나 달리는 코스 중간에 함께 뛰시던 안전요원 분들도 굉장히 멋있고 감사했다. 또한, 마라톤에 참여하신 시각장애인 동호회 분들을 보고 엄청난 존경심을 갖게 되었다. 각자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손에 줄을 연결해서 뛰고 계셨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대단했다. 그분들의 노력에 존경과 경외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7~8km는 종종 뛰어봤지만, 10km를 완주하는 것은 대회가 처음이었다. 더운 날씨, 초반에 부진했던 페이스라는 변수가 있어 후반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발을 움직였고 걷지 않으려고 부단하게 애썼다. 마지막 1km는 심장이 터질 정도로 힘들었다. 하지만 통과 지점을 지나는 순간, 그 모든 것이 잊힐 정도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꼈다. ’드디어 해냈다.‘와 같은 행복감과 ’더 이상 뛰지 않아도 돼.‘의 안도감이 교차했다. 완주 메달과 간식을 받고 공터에 앉아 물을 들이켜는 순간의 기분은 지금까지도 선연하다. 그렇게 얻은 기록은 1시간 2분 38초. 개인적으로 만족한 결과였다. 1시간 내외로 들어오자는 초기의 목표도 달성했다.
마라톤을 준비하는 가장 확실하게 와닿은 것은 2가지다. 우선, ‘하면 된다’라는 익숙한 말이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나는 3km를 뛰는 것도 힘들어했다. 처음에는 10km라는 거리가 불가능에 가깝게 느껴졌다. 초기에 마라톤 연습을 하면, 그다음 날은 항상 다리가 아팠고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10km를 완주했다. 3km는 웃으면서 뛸 수 있다.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은 성취한 결과가 되었다. 올해 가을이나 내년 초에 하프 마라톤을 도전하려고 한다. ‘10km로 힘들었는데, 과연 내가 20km를 뛸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걱정 뒤에 따라오는 자신도 있다. ‘하면 된다.’라는 자신이 나의 가슴에 자리 잡은 것이다. 지금은 힘들게 느껴지는 20km도 뛰고 뛰다 보면, 언젠가 달성할 결과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는, ‘자신만의 페이스로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라톤에서는 누군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를 밀고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들과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 그것이 마라톤의 본질이다. 맹목적으로 누군가의 페이스를 좇다 보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빠르게 가는 듯하지만, 장기전인 마라톤에서는 오히려 독이다. 나중에 이르러서는 페이스가 말려 뛰지도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누군가에 휩쓸리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를 찾고 묵묵히 밀고 나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는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의 나는 혼란한 시기를 가졌다. 전역 후 복학할 생각에, 걱정이 앞섰고 괜스레 무리하거나 여러 외부요인에 동요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나만의 페이스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고 밀고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마라톤을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아직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 초반부를 지나고 있지 않는가.
여러모로 배운 것이 많은 도전이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시간이었다. 마라톤이라는 좋은 취미가 생긴 듯하여 기분도 좋다. 다음에는 아빠와도 함께 마라톤에 나가기로 했다. 친구들과는 러닝 크루를 만들어 앞으로도 종종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자고 의지를 다졌다. 이번 ‘나 달리기 좋아하네…?’는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곧 새로운 도전을 글로 옮기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