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진행 중
고3 막내의 대입 원서 접수가 시작되었습니다. 삼 형제 중 막내의 입시이니, 고등 입시부터 헤아리면, 저에게 입시 준비는 10여 년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러니, 저는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겠습니까! 드디어 끝나는 날을 카운트다운 할 수 있는 날을요! 모두 손에서 떠나보낼 수 있는 그날을요!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을 위해 무엇인가를 하게 됩니다. 참, 이상하지요. 그것의 실체도 잘 모르면서,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이 있어요. '헬리콥터 맘이 되려고 그러나?' 내심 움찔하면서 얼른 독립시키고, 나도 독립해야지 생각은 했지요. 그럼에도 여전히 안테나는 아이들에게 향해 있고, 저는 다 큰 아들들을 육아 중이더라고요.
'뭐야.. 아직도 육아 중인 것 아니야?'
그리고, 2023년을 기점으로 적당한 책임과 권리를 타협하기로 했어요. 이 정도면 서로 서운하지 않도록 하는 기준을 고민 중이었거든요. 막내에게는 조금 미안하긴 하지요. 그래서 가중치를 살짝 얹어서 조절해야지 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육아를 끝내려 했지요.
그런데, 아직 육아를 끝내면 안 된다는 책을 만났습니다.
서울대 이수형 교수는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라는 책에서, 아직도 학부모로서의 부모 역할이 있다고 말합니다.
여러 가지 시도와 고민 끝에 학생들이 사회인으로 출발하는 첫 관문인 구직 단계를 잘 넘기 위해서는 결국 부모님께서 반 발자국 앞서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만약 제가 부모님들께 조금이나마 필요한 정보를 드리고, 부모님들께서 이를 바탕으로 자녀들이 미래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면 분명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p.12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들보다 반 발자국 앞에 있으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아이보다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고 해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준비라고 합니다. 마치, 학원에 상담 가면 "왜 이제야 오셨어요!"라는 말을 듣는 것과 같은 느낌일까요?
자녀가 처한 현실이 복잡하고 엄중하기에 어느 때보다 부모님께서 자녀와 함께 미래를 준비할 것을 당부드립니다.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부모님뿐 아니라 우리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전인미답의 세상입니다. 이런 낯선 현실을 아이 혼자 헤쳐 나가기엔 난관이 너무 많고 어려움이 깊으리라 예상됩니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님께, p.14
"OOO과에 지원해도 나중에 OO 공부를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다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어제도 막내 친구 어머님과 통화 중에 이런 대화가 오갔어요. "글쎄요.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알아보세요. 학과 홈페이지에서 전공 설계나 교과목 등을 보면 되지 않을까요?"
예전에는 자신의 진로를 탐색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아이의 몫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요즘 사회가 워낙 급변하니 정보의 최신화 주기도 매우 빨라집니다. 한 번 알아봤다고 다른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특히, 인공지능과 같이 최첨단의 분야는 공부할 수 있는 진로가 새롭게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과가 개설되기도 하고, 연구소가 생기기도 하고, 대학원 과정이 생기기도 하고요. 고려해야 하는 것들이 다양해집니다.
원서를 쓰고, 학과를 정하는 시기에 얻는 정보가 최신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1학년에는 학과 구별 없이 단일계열로 선발하는 곳이 좋더라고요. (아이도 그곳을 좋아하면 좋을 텐데요.)
이러한 사회의 변화를 읽고 대응하는 것만도 벅차지만, 이 외에도 부모의 역할은 남아있습니다. 아이의 인지적, 비인지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라 해요. 더 중요할 수도 있겠어요.
인지적 능력에서 강조하는 것이 수리력입니다. 고등을 졸업하면서 많은 학생들이 수학과 결별을 선언하지요. 그러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고, 그 안에서 인사이트를 얻는 것은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수리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합니다. 수학문제 풀이와 같은 공부의 의미는 아닐 거예요.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해력, 그리고 영어 능력입니다.
비인지적 능력은 아이의 사회생활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능력은 아이뿐 아니라, 성인의 시기를 훌쩍 넘어선 부모도 만찬가지로 중요해요. 하지만, 요즘 20대는 자신을 표현하는 것, 자기를 억제하고 조절하는 것 등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기본 능력이 부족한 점으로 지적됩니다. 근래에 발생하는 일련의 사건들이 증명해주고 있어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배우고 경험해야 할 것들이 삭제된 세대이기 때문일까요? 가정에서 비인지적 능력을 키우기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일이 있을 거예요. 정서적인 지지와 성공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 양질의 문화를 접하고 느끼게 하는 것 등입니다.
인지적, 비인지적 능력을 잘 익혀 성장했다 하더라도, 급변하는 사회에서 잘 적응하여 미래를 꿈꾸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당장 취업의 단계에서 필요한 능력이나 소질, 적성 등에 대해 많은 혼란이 있다 합니다. 부정확한 정보와 그중에서도 가치 있는 판단 기준을 갖기 어렵기 때문일 거예요. 이전보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사회에서 성인으로 내딛기가 어렵습니다.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 이야기합니다.
그러니, 부모도 여전히 공부해야 합니다. 아이의 미래에 적절한 조언과 도움이 되기 위하여, 그리고 내 앞에 나타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함이지요.
대학을 졸업시키면서 '과연 그러한 역할을 다 했을까' 생각하면 조금 미안해지고, 아쉬움이 남아요. 다시 대학에 보내려니 '좋을 선택은 무엇일까' 답 없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받아주는 곳이 좋은 선택의 시기이긴 합니다만, ) 막연하고 혼란스러웠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여전히 멋진 육아를 노력하는 부모가 되어야겠습니다. 육아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