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고 쓰다
지우개 달린 연필은 모순 그 자체다. 한 몸에 쓰는 의지와 내가 쓴 걸 지우는 의지가 함께 담겨 있다. 여러분들은 지우개 달린 연필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잘못 쓴 글들은 모두 지워라. 0을 만들어라. 그리고 새로 써라.(...)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끝없이 쓰고 지워라. 이렇게 해서 평생 동안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쓰고 지우며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물음과 느낌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이어령의 말> p.302, '쓰다'
내가 쓴 걸 내가 지우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잘못 쓴 글, 유효기간이 지난 말들, 지워야 하는 것들이 많다.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의식주와 관련한 기준도 바뀌고, 인생을 살아가는 가치의 기준도 바뀌고 있다. 지난 과거 세대의 변화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다. ’틀린 말이 아니잖아!‘라고 항변할 필요도 없어지고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으니. 그래서 우리는 지우개 달린 연필이 되어야 한다. 지우지 않으면 새로 쓰지 못하는 시간이 되었다. 고리타분함을 벗어나자는 의미가 아니다.
내가 지우고 내가 쓰다.
지워진 빈 공간을 여백으로 남겨두느냐 대안으로 채우느냐는 다시 쓰는 사람의 몫이 된다. 무엇을 쓰고 남길지 결정하기 쉽지 않다. 기존에 옳다고 생각한 것들이 지금도 그런지 잘 모르겠다. ’이렇게 사는 게 맞지!‘라는 항변에 자신감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운 자리를 다시 채울 작업은 이어져야 한다.
끝없이 지우고 쓰다.
”지우개 달린 연필처럼 끝없이 쓰고 지워라.“ 이어진 말씀, “평생 동안 어떠한 목적이 있는 게 아니라, 쓰고 지우며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 물음과 느낌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쓰고 지우며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질문이 생기고 느낌이 생기는 시간을 만드는 것이다. 나의 오만과 오판, 오류를 지우고, 반성과 배움을 담아야 한다. 목적이 아니라 과정이다.
쓰고
지우고
읽고
생각하고
지우고
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