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독서모임의 맛
매달 한 번씩 만나는 이들이 있다.
오프라인 독서모임을 위해서다. 함께 소속된 온라인 모임에서 가까이 사는 몇몇이 모였다. 우리는 책도 읽고 맛있는 밥도 먹고 수다도 떤다. 책을 앞에 두고, 책 이야기와 이로부터 연상되는 사는 이야기를 쉬지 않고 한다. 그렇게 2~3시간의 숨구멍을 만들고 있다.
코로나 시기에 만들어진 모임은 대부분 온라인 모임이었다.
처음에는 줌 사용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적응 후에는 이처럼 편한 것이 없었다. 화장을 하지 않아도, 옷을 차려입지 않아도, 무엇보다 오가는 시간이 절약된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저녁이 환영받는 시간대가 된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결정적인 단점이 있다. 간접적인 만남이라는 느낌.
오프 모임에 대한 필요가 절로 생겼다.
직접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는 것, 고립의 시대를 거스르는 방법이었다. 책으로 이어진 인연이니 시작이 꽤 정당하다. 목적이 있는 만남이니 헤어진 후 공허함은 처음부터 고민거리가 아니다. 온라인보다 더 내밀하고 친밀하게 작가에 대해, 주제에 대해, 묘사에 대해… 속삭일 수 있다. 오프 모임을 안 할 이유가 없다.
작년에 만들어진 오프 독서모임의 이름은 ‘카렌시아‘. 우리들의 안식처 역할을 기대했다.
일 년 동안 읽을 책을 함께 정하고, 꾸준히 읽고 토론한다. 생각을 정리하고, 안목을 배운다. 이렇게 커진 식견이 나의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간증의 시간도 빠지지 않는다. 2년 사이에 취업을 하신 분도 있고, 새롭게 자신의 진로를 개척한 분도 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이 되며, 용기를 얻어가는 시간이 매월 주어지는 것이다. 맛있는 식사는 덤이다.
내년이면 3년 차 모임이다.
어떻게 변화를 주어야 할지, 작게는 도서목록부터, 나누는 방법까지, 어떤 방향으로 진화시킬지 고민할 시간이다. 변하지 않는 가치와 변해야 할 기준을 새로 의논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 왜 오는가 보다 어떻게 만날 것인가가 주된 고민의 핵심이다.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 지난 시간을 복기하고 새롭게 규정할 때가 오고 있다.
우리들의 독서목록
<나는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끝나지 않은 일>, <데미안>, <철학은 날씨를 바꾼다>, <자기만의 방>, <그리스인 조르바>, <달과 6펜스>, <배움의 발견>,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프레임>, <작은 땅의 야수들>, <운명의 딸 1,2>, <세피아빛 초상>, <영혼의 집 1,2>, <안나 카레니나 1,2,3>, <유리알 유희 1, 2>,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