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줌파 라히리
돌이켜보면 어렸을 때는 친구들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 지내는 관계들이 어렵지가 않았습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졌습니다. 제 개인적인 문제만을 바라봤을 때 사람을 만나게 되는 기준이 그 사람이 정말 좋고 잘 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나를 받아들여 주느냐에 가까웠던 것 같았습니다. 깊은 우정을 쌓아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기보다 단지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을 만났던 거 같습니다. 그렇게 어려워진 인간관계는 점점 결과적으로 깊은 관계를 갈구한다고 하더라도 정작 상대방에게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관계는 속한 사람 모두가 행복할 때 건강한 것인데 내가 추구하던 관계에는 오직 저만 있었고 상대의 자리는 없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이 책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가족과 연인 등으로 그 관계는 친밀하며 또한 내밀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그런 관계지만 줌파 라히리가 그리는 것은 좀 달랐습니다. 그 친밀함 뒤에 가려진 어떤 불협화음의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미묘한 균열로 시작해 언제라도 가족 같은 관계들이 해체될 수 있는 그런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표제작인 <그저 좋은 사람>의 수드하는 동생 라훌의 삶에 깊이 관여하며 살았습니다. 라훌에게는 부모님보다 누나가 더 의지할 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남매의 관계는 보통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드하가 학업 때문에 집을 떠났을 때 라훌은 빗나가기 시작합니다. 수드하가 결혼하려고 했을 때는 라훌은 알코올에 중독된 상태로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 수드하는 누나이기에, 가족이기에 라훌을 감싸 안으며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고쳐주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했습니다. 라훌은 수드하의 결혼식에서 사고를 치고 어느 날 자신이 이제 괜찮아졌다며 수드하의 집에 오는데 수드하는 불안하지만 조카를 바라보는 라훌을 보며 믿기로 합니다. 하지만 라훌은 또 술을 먹게 되고 어린 조카를 내버려 둔 채 알코올 중독자의 모습이 돼버립니다.
그저 좋은 사람의 의미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했습니다. 라훌의 행동을 비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의 뉘앙스를 보건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보다는 가족의 어떤 한계를 말하려는 것처럼 보였고 라훌의 삶에 간섭하려 했던 수드하를 그리면서도 라훌의 삶이 수드하가 원하는 것처럼 되지 않는 것을 보여주면서 한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될 것 같지만 반드시 할 수 없는 어떤 것이 있다고 말을 합니다.
이 책의 <길들지 않은 땅> 에서부터 나타납니다. 루마는 아버지가 온다는 소식에 마음이 싱숭생숭해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의 관계는 어색했습니다.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난스럽게 애정을 표현하는 관계도 아니었기에 어쩌면 그저 좋은 사람인 관계 정도로 보였습니다. 루마는 혼자 남겨진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야 할지, 그렇게 된다면 남편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등으로 고민하는데 막상 딸의 집에 온 아버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딸을 어려워하면서도 손자는 편안하게 대하는 그는, 좋은 감정을 느끼고 있는 어느 여자를 생각한다. 사람들이 상상하듯 또한 루마가 그랬듯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머물지 않고 떠나고 딸은 그제야 아버지를 이해합니다. 루마의 가족들은 서로가 이방인처럼 보입니다. 어쩌면 그저 좋은 사람인 것 같아 보입니다.
이 책의 나오는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가족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가족 사이에 흐르는 어떤 경계와 그로 인해 느껴지는 거리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족을 이해하려는 또 다른 노력으로 보였습니다. 이상적인 생각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가족을 이해하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이 말하는 균열들은 씁쓸함을 만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을 파고드는 애틋함이 있었습니다. 가족을 넘어 인간이 인간을 이해하려는 그 모습이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