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디스 워튼
재기 넘치는 풍자와 슬프고도 아름다운 러브 스토리
- 뉴욕 타임스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문장에는 그 어디에도 픽션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이야기라고 마무리를 지은 이유는 아무래도 그녀의 삶과 맞닿아 있었던 이 책이 허구가 가미가 되었겠지만 사실을 염두에 두고 쓰였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신문사에서는 이렇게 그녀의 책을 소개를 했을 겁니다.
이 책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발표를 하였습니다. 전쟁 전의 뉴욕의 상류층의 모습을 면밀히 담겨 있고 사회적인 제약으로 억압된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통해 당시 사회상의 부조리함 뿐만 아니라 세대교체와 사회 변화 모습을 사실적이면서도 문학적으로 담아냅니다. 이 책은 재미나게도 작가들의 데뷔 루트였던 문예지가 아닌 대중 잡지 “픽토리얼 리뷰”에 연재되었습니다. <기쁨의 집>으로 이미 한 번의 성공을 거둔 그녀에게 책 한 권을 미리 계약을 하였는데 당시 작업하던 작품은 훗날에 발표된 <전장의 아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1919년경 편집장이 전쟁 이야기에 대중들은 이미 지쳤으니 연재하고 있는 지금 이 책의 간행물을 엮어보는 거는 어떻겠냐고 조언을 하였고 수정과 몇몇 이야기가 합쳐져서 만들어졌습니다.
프랑스에서 살고 있던 작가는 18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위해 오래된 기억을 더듬으려 자신의 일기장을 다시금 열게 되었고 그것으로 모자라다고 판단하여 고증을 위해 주변의 친구와 친인척들에게 연락을 해서 모든 이야기를 합치기를 시작합니다. 당시 편집장의 적극적인 기획으로 글과 함께 수록된 일러스트 역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미 대중의 인지도와 사랑을 얻은 이 작품은 같은 해 10월 25일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그해에(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2만 부가량이 팔렸으며 문학성 역시 인정받아 여성 작가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거머쥐게 됩니다.
이 책이 나오자마자 영화로 제작이 되었고 후에도 2편이나 더 영화로 제작이 되었습니다. 낯설고 새롭고 화려하면서도 보수적인 당시 미국의 상류층 모습을 자세하게 그리고 아름다운 문체와 외부로 드러나는 우아함 뒤에 숨겨놓은 암호처럼 얽혀있는 미묘한 태도와 예의범절과 사회적 규칙들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위트와 조소를 얹어 우아하게 풀어냅니다. 실제로도 상류층에서 태어난 이디스 워튼이 자연스럽게 습득한 것들에 자연스레 작가적인 관찰력과 필력이 더해진 결과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 : 지혜로움이 그렇듯이 어리석음도 종종 그 결과에 따라 정당화되기도 하는 법이다.
P : 당신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지만 어디에서, 어디에서 말씀드리죠? 모든 문이 환히 열려 있고 하인이 계속해서 난로로 장작을 가져오든지, 차나 신문을 가져다주는 이 커다란 신학교 같은 집에서는 누구도 단 일 분을 혼자 있을 수가 없어요! 미국의 집에는 혼자 있을 장소가 없나요? 당신네들은 무척 낯을 가리는 듯하면서도 뭐든 다 공개해 버리죠. 나는 마치 수녀원에 들어온 것 같으면서도, 절대 손뼉 치는 일이 없는 무시무시하게 예의 바른 관객들 앞에 선 것처럼 느껴져요.
그들이 만났던 시절은 관습에 의한 사회적인 정답이 있던 때였고, 언제나 좋고 이상적인 것만을 보여주어야만 하던, 그 어떤 문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던 제목 그대로 순수의 시대였습니다. 이 책을 좋아하는 이후는 이별 이후의 삶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 마음대로 상상해 보면 그가 어떻게 견뎌냈는지에 초점을 맞춰보게 됩니다. 폐쇄적이던 순수의 시대를 살아가며, 우아하고 똑똑한 아내와 결코 입 밖으로 그의 과거에 대해 언급하는 이 아무도 없는 우호적인 지인들에 둘러싸여 아픔을 표시조차 내지 못한 채 긴 세월을 견뎌내다 그것이 습관이 되고 일상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짧은 인연이었어도 관계의 상실이나 헤어짐이 오히려 그전에 함께 나눈 시간보다 삶에 더 큰 흔적을 남기기도 하는데, 이 둘에게도 이별 뒤 삶 역시 각자에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