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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Dec 14. 2023

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by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저는 국어사전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색에 대한 표현 때문인데 국어사전에 색에 대한 단어들을 찾아보면 다양하게 표현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빛의 스펙트럼에 따라 같은 듯 다른 색상을 단어로 옮기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국어사전에는 자세하게 단어로 쓰여 있고 표현도 다르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예를 노란색만 보면 노리끼리, 노르스름, 연노랑, 누런, 샛노랑, 노랑, 노릇노릇, 진노랑, 찐 노랑 등등으로 우리나라 표현뿐만 아니라 고흐가 사랑한 크롬 옐로까지 외국에서 표현되는 단어들까지 전부 수록이 되어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색에 이렇게 예민(?) 한 데에는 역사적인 사연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까지 자연 그대로의 색상들, 황토색이나 검은색 흰색 등에 치우쳐 저 있었고 거기에 더해 일상생활에서 색의 사용을 천하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금지를 하였습니다. 이러한 반발로 오히려 나타난 것이 화려한 색채를 사용하는 풍자적 기법의 민화, 보자기, 자수, 매듭 등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장식물이나 생활용품에서 사용된 원색적인 색채는 중성색으로 둘러싸인 일상의 무미건조한 환경에서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단어를 하나하나 민중들에 의해 이름이 지어진 것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는 책에는 색의 이름에 대한 사연입니다. 매일 보는 색부터 미술작품 속에만 존재하는 색까지, 그 이름과 그 색에 얽힌 75가지 형형색색 이야기들을 작가가 펼칩니다. 재밌었던 에피소드 중 하나는 오스카 와일드가 노란 책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다가 음란죄로 체포가 된 것입니다. 당시 프랑스 선정주의 소설들이 노란 표지였던 탓에 노란색이 퇴폐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색을 고흐를 비롯한 화가들에게는 빅토리아 시대의 억압을 거부하는 색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색감에 대한 인식은 그 시대와 사회상에 따라 변해 왔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저 어렸을 때만 하더라도 소녀는 분홍, 소년은 파랑이라는 생각도 백 년 남짓 된 고정관념이라는 것입니다. 20세기 중반 미국 매체들을 보면 핑크는 단호하고 강인한 색이라서 남자아이에게 어울리고, 블루는 섬세하고 앙증맞은 색이라 여자아이에게 어울린다는 글이 실린 글도 있습니다.


우리는 12색, 많아야 64색 세트 물감에 익숙하지만, 모든 색에는 자신만의 이름이 있습니다. 작가가 의복학자인지라 대표적인 75색을, 탄생과 상징 등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역사, 사회, 문화, 정치를 넘나들며 펼쳐집니다. 구리고 <모비딕>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허먼 멜빌이 그토록 묘사하고자 애쓴 고래의 흰색은 어떤 색인지 이 책은 알고 있습니다.



P : 흙과 피로 얼룩진 4년 반 뒤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며 카키는 군대의 상징 색으로 자리 잡았다. 징집 또는 거부를 당한 남성은 작은 빨간 왕관을 수놓은 카키색 완장이나 팔찌를 착용했다. 그리고 전쟁 발발 후 몇 달 동안 격앙된 젊은 노동 계급 여성이 팔찌에 너무 공격적으로 반응해 ‘카키 열병’이라고 놀림받게 되었다. ‘카키색을 입지 않겠습니까?’라고 독려하는 포스터나 감상실에 울려 퍼지는 노래, 제복 8 등을 통해 눈에 잘 안 띄는 카키는 끊임없이 자기 자리를 넓혀나갔다.



1917년에 처음으로 국어사전 편찬을 하고 10만 개의 단어들을 20년이 지나서야 완성을 합니다. 지금은 50만 개의 단어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첫 사전에서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색에 대한 단어들은 우리 고유의 표현들은 실렸었고 계속 첨가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사투리 단어들까지 포함하는 과정 중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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