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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Dec 11. 2023

수전 손택의 말

by 조너선 콧

저는 수전 손택을 좋아합니다. 그녀의 일기를 보면 글을 쓰고 싶은 열망도 생기고 이런 식으로 아이디어가 생길 수가 있구나 하고 참고도 합니다. 그녀는 천재성을 바탕으로 꾸준한 독서와 영화감상을 하고 약자들 편에 서서 사회의 문제점을 제기하였습니다. 그래서 생긴 그녀를 표현하는 수식에는 “뉴욕 지성계의 여왕”,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20세기 미국의 지성” 등으로 불렸습니다. 그녀는 소설가이면서도 뛰어난 에세이스트이고 연극과 영화 연출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도 하고 냉철한 평론가로서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베트남전 반대운동과 9.11 이후 미국의 대 테러 전에 대한 비판 등은 행동하는 지식인으로서 손택의 면모를 가감 없이 보여줬습니다. 대중들은 그녀의 말과 글뿐만 아니라 개인 자체에도 열광했습니다. 미국 버클리대와 시카고대, 하버드대, 파리대학교 등 최고의 대학에서 열정적이고 학구적이면서도 천재적인 면모와 매력적인 외모와 지적인 말투 그리고 짧게 끝난 불행한 결혼 생활과 이후의 동성애 고백, 토론과 논쟁을 즐기는 강인함, 대중문화와 고급문화의 경계를 오가는 자유로운 취향 등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2004년 골수성 백혈병으로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후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 나온 각종 회고록이나 평전 등도 그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짐작케 합니다. 사실 그녀가 허락한 거는 자신의 아들에게 부탁한 일기를 내는 것 말고는 허락하지 않았지만 아들이 그녀의 평전이나 인터뷰집을 적극적으로 펴냈습니다. 이 책도 그중 하나이며 수전 손택이 1978년 미국 대중문화지 <롤링스톤> 과의 12시간에 걸쳐 가졌던 긴 인터뷰 전문을 담은 책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될 당시 45세였던 손택은 인생의 변곡점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전해인 1977년 자신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사진에 관하여>를 내놓아 한창 문화예술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또 다른 역작 <은유로서의 질병>의 출간도 마무리된 시점에 한 인터뷰였습니다. <은유로서의 질병>은 1974년 유방암 선고를 받은 손택이 수술과 투병으로 보낸 2년여의 시간 동안 구상한 책이었습니다. 아마 다음에 그녀의 책을 소개를 한다면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에디터 조너선 콧은 그녀가 문장이 아니라 정연하고 여유로운 문단으로 말했으며 말투는 "명료하고 권위적이고 직접적"이었다고 회상하였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파리와 뉴욕, 마흔 중반의 인터뷰>입니다. 둘의 대화는 문학과 영화, 음악, 사회, 성, 사랑, 여행 등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하고  특히나 힘든 투병 생활을 마친 후 손택은 “내가 원하는 건 내 삶 속에 온전히 현존하는 것이에요. 지금 있는 곳에, 자기 삶 '속'에 자기 자신과 동시에 존재하면서 자신을 '포함한' 세계에 온전한 주의를 집중하는 것 말입니다."라고 말합니다.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희생자라는 느낌을 받는 게 싫어하였고 최대한 책임감을 갖고 싶어 했습니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재혼 등으로 인해 불우한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손택이 문득 자신의 지난날을 뒤돌아보며 얘기할 때는 인간미마저 느껴졌습니다. 어린 시절 하루에 책을 한 권씩 읽었다는 손택은 "독서는 내게 여흥이고 휴식이고 위로고 내 작은 자살"이며 "내가 모든 걸 잊고 떠날 수 있게 해주는 작은 우주선"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여러 곳을 전전하며 보낸 어린 시절에 대한 씁쓸한 기억은 "기원으로 회귀하고 싶지 않다. 나로서는 돌아갈 곳도 없고, 돌아가 봤자 뭘 찾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야기합니다.



P : 무엇 때문에 이렇게 앓아눕게 됐나 걱정해 봤자 별로 의미가 없다.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면, 최대한 합리적으로 올바른 치료를 모색하고 진심으로 살고자 원하는 것이 답이다.


P : 사고하는 삶을 살고 자신이 살고 있는 삶에 대해 사고하는 일이 상호보완적이며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활동이다.



한편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특유의 냉철함을 잃지 않았습니다. 남성과 여성, 젊음과 늙음, 더 나아가 사유와 감정을 구분 짓는 이분법에 대해 비판하면서 "모든 것들의 분리를 철폐하자"라고 주장할 때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거짓되고 선동적인 해석들을 파괴해야만 한다. 나 자신에게 스스로 부과한바 작가의 소명은 온갖 종류의 허위에 맞서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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