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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무 Dec 04. 2023

이방인 (1)

by 알베르 카뮈

브런치에 여러 카테고리로 책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있는 지금도, 카뮈는 따로 카테고리를 만들었을 정도로 저에게 있어 카뮈는 특별합니다. 특히 <이방인>은 특별한 책이어서 잘 쓰고 싶은 생각이 컸고, 이미 많은 분들이 읽고 많은 감상평을 남겨주셨기에 굳이 나까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래도 밤새 몇 번이고 되풀이하며 읽었던 책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책장 앞에 있는 영어 판본을 꺼내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기에 나눠서 소개해드릴 생각입니다.



P 첫 문장 : Aujourd'hui, Maman est morte. (오늘 엄마가 죽었다.)



카뮈와의 첫 인연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조금 생각이라는 걸 하고 살고 있을 때 즈음, 대학교 문학 첫 수업시간, 흰머리가 울긋불긋 나셨던 미국 교수님은 이렇게 프랑스어로 친절하게 이 책의 첫 문장을 자신의 이름 대신 적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가방에서 여러 개의 번역본을 꺼내며 칠판에 서로 다른 첫 문장을 옮기시며 읽어 주셨습니다.


mother died today.

mum died today.

maman died today.


제 머릿속에 기억나는 세 개의 영문 번역본을 이야기하시며 200명이나 되는 학생들에게 다가가 한 명 한 명에게 어떤 것이 맞는 번역일 거 같냐고 물어보셨습니다. 다 똑같고 뉘앙스만 조금 다르다고만 생각했던 저는, 무슨 대답을 하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뿐더러 사실 별 다르게 차이점을 알 수가 없었습니다. 교수님의 말을 빌려서 이야기를 해보면 mother 익숙해 있는 미국인들이나 우리들에게는 사실 maman이 이상해 보이고 사전을 찾아봐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낯설게 다가옵니다. 다 큰 성인이 갑자기 영어권에서 아이들이나 쓰는 maman 이 단순하게 반말로 번역이 되는 게 아니고 우리말에서 어머니가 아닌 엄마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호칭이기에 존댓말과 반말이 없는 영어권에서는 더없이 친밀한 관계의 말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만약 번역가라면 maman이라는 단어를 쓰셨을 거라고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또 다른 지적 사항은 영어에서나 우리 번역본에서는 오늘 다음에 오는 쉼표가 없습니다. 카뮈가 굳이 쉼표로 강조했던 오늘이 힘을 잃고 지극히 평범한 문장이 되어 버린 것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저 쉼표를 살려야 카뮈의 의도를 살릴 수 있다는 논문이 뒤늦게 발표되었고 2010년 이후에 나오는 책들은 저 쉼표를 넣는 것을 대개 수긍하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원문 번역이었다면 카뮈가 쓴 그대로 서술 구조를 살려 번역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대부분 나왔던 <이방인>의 책은 영문으로 번역된 걸 번역했다는 사실들이 나중에 드러나게 됩니다.


500권 한정이기는 했지만 빈티지 인터내셔널과 Easton press라는 미국 출판사는 첫 문장부터 시작되는 한문단을 영어책인데도 불구하고 어떠한 설명도 없이 프랑스어 원문을 그대로 실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첫 문장에 대한 자신들의 찬사를 나타내는 방식이었고 <이방인>과 더불어 카프카의 <변신>, 두 책만이 유일하게 첫 문장은 원문 그대로 실어 책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감동을 주게 됩니다.


이 첫 문장 하나로 두 시간을 교수님과 이야기를 하였고 카뮈의 위대함을 아주 조금 엿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제가 책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교수님 수업을 듣고 두 달 동안 교수님의 번역 과제가 밤새면서 그 어떤 시간보다 학교에서의 행복한 순간으로 제 머릿속에 남아 있으며 좋은 문학을 제대로, 그리고 작가가 원하는 그대로 번역하고 책을 만드는 일이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PS : 내일은 <이방인>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아닌 책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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