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세스 노터봄
이전에 소개를 했었던 <산티아고로 가는 길>이라는, 작가의 책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책에서도 보통 사람들이 가는 일반적인 순례길을 우회적으로 돌아다녔던 작가는 기록 문학을 주로 쓰는 작가입니다. 그러다가 편집자의 권유로 첫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그 책은 바로 이 책이며 역시나 여행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원서를 보면 2권으로 되어있는데 분량이 그렇게 두껍지가 않아서 굳이 나눠서 내지 않아도 될 법도 한데 작가의 고집으로 2권이 분권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다행히 번역본을 보고 있는 우리는 한 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주인공 필립이 그의 사랑의 화신인 중국인 소녀를 찾아 유럽을 배회하면서 겪는 여행이고 가는 곳마다 부딪히는 다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여행기입니다. 필립이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들 위주로 이야기는 흘러가는데 괴벽스러운 알렉산더 삼촌, 정체 모를 나그네 마반테르 아저씨, 매력적이지만 비밀이 있는 듯한 여자 페이, 오래전 잃어버린 아이를 잊지 못하는 비비안 등 흔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번 정도는 볼 수 있는 이력을 지닌 다른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들은 어떨 때는 필립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때로는 누가 주인공이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인생을 글려줍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필립은 조금씩 인생의 의미를 깨우쳐 갑니다.
필립이 떠나는 길을 구글 지도로 검색하며 따라서 한번 더 읽었습니다. 필립처럼 철학적으로 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상상하며 언젠가 그가 걸었던 길을 한번 떠나고 싶다는 상상을 하였습니다. 먹는 것, 수다 떠는 것, 걷는 것,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모든 것이 여행에 녹아들어 가 있는데, 자신을 찾아 방황하고 방랑하는 여행 또는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행이 이 시국에 다니기가 힘든 시간이라 소중하게 여겨집니다.
P : 무명천으로 된 뻣뻣한 침대 시트에서는 강에서 헤엄치며 놀다 막 걸어오는 아이들의 냄새가 나는 듯했다.
P :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구든지 우리 생애 가운데 가장 행복하다고 손꼽을 만한 어느 한 시절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거야. 지나간 시점이나, 그걸 언급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이나 우리가 불행하긴 다 마찬가지거든. 그럼에도 우리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행복을 가급적이면 미래보다는 과거에 놓으려고 하지. 그렇게 하면 만사가 한결 단순해 보이거든.
이 책은 젊은 시절 노터봄 그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작가는 20세에 파리로 건너가 2년 동안 유럽을 떠돌아다녔던 경험을 이 책으로 녹여냈습니다. 10대에 가톨릭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 학교로 보내졌으나 가출을 일삼는 등 방황을 하였는데 작가 본인은 자유를 갈망하였기에 그러한 행동을 한 것처럼 보입니다. 합법적인 성인이 되고 20세에 파리로 건너가자마자 유럽 전역을 떠돌며 기록을 남기기 시작합니다.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출간한 이 책은 2년 동안의 기록을 쓴 작품이었고 22살에 유럽 문단에 스타로 떠올랐으며 이후에도 여행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는 책들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나는 꿈속에서 잠을 자고, 나는 꿈속에서 꿈을 꾼다”라는 폴 엘뤼아르의 말을 좋아하는 그는, “어디긴 어디겠어, 바로 이야기한테로 가야지” 라든지 “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거든요” 등의 말들을 자신의 책들에 인용하며 여전히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노벨문학상 후보에 보이지 않는데 충분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