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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현재학 Mar 30. 2024

기획: 댓글부대로 본 2020년대의 대한민국

어쩌다 보니 댓글부대의 개봉일에 잠이 안 와 새벽같이 용산 cgv에 갔다. 다른 영화 상영관에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는데, 왜 예매율 1위인 댓글부대만 사람이 없을까. 전세 영화관 관람이 즐거웠으면서도 혼자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지 생각해보려고 했다. 이것은 아무리 영화광이라도 아침잠이 훨씬 더 중요한 20대에게 어필하는 영화이고 30대에게는 아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방증인가? 그런 생각에 개봉 후 며칠이 지나고, cgv 어플을 통해 관객의 인구 구성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댓글부대의 관객 인구 구성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이 영화가 20대에게 좀 더 어필이 되는 영화라는 것은 분명했다. 왜냐하면 다른 영화들은 거의 대부분 30대가 30퍼센트를 넘기며 1등을 하는 그래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파묘의 인구 구성

대표적인 예로는 파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화 파묘를 20대가 본 후기들을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관객층도 후반부가 엉성하고 망작이 되는 느낌이었다고 하는 반면, 영화광을 자처하는 30대가 이 영화는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이야기하는 면이 있었다.


왠지 이것은 나에게 한국 사회에서 밀레니얼과 Z세대의 문화적 취향이 서로 갈라지는 분기점처럼 느껴지긴 했다.


물론 나처럼 파묘는 별로였고, 댓글부대는 좋았다고 생각한 밀레니얼이 있을 수 있고, 파묘가 좋았고, 댓글부대는 뭘 말하고자 하는지 모르겠다 말하는 Z세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파묘와 댓글부대의 차이가 현실과 가상의 세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이 세상 속에서 무엇을 중요시해야 할 것이냐의 문제라고 보였다. 즉,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경계 속에서 진실은 무엇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과거에 있던 실제 사건으로 인해 어딘가에 묻혀있으며 변하지 않는 관"을 중요시할 것인가, 혹은 "이 사회에는 어떠한 속임수와 거짓말이 가능한 세상인가"를 봐야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나처럼 후기 밀레니얼들이 대학에 다닐 때 이해하지 못한 중고등학생들의 세상이 있었다. 그것은 엑소였다. 그 당시 엑소는 엑소만의 세계 내에서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존재로 있었다. 그것은 대학생들에게는 유치한 설정 놀이였고, 중고등학생에게는 팬덤에게 선사해 준 하나의 재미난 스토리였다. 그렇다면 그러한 경험의 차이가 오늘날의 밀레니얼과 Z의 분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영화 댓글부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에 대하여 4부작으로 다루면서 댓글부대가 보여주는 2020년대의 한국사회에 대한 진단을 내려보고자 한다.


1. 파묘와 댓글부대 :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세계에 대처하는 두 가지 자세.


파묘와 댓글부대는 둘 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한 세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그들이 진실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데 전혀 다른 자세를 취한다. 하나는 진실은 땅속에 묻혀서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다른 하나는 사회에서 어떠한 수법과 거짓말이 통하는지가 훨씬 더 정교하게 진실을 보어준다고 믿는다.


2. 내부자들과 댓글부대


둘 다 언론의 은폐공작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내부자들은 2015년에 상영하였다. 내부자들은 재벌, 관료, 검찰, 언론이 서로 공생하며 단일한 집단인 '민중'을 속이는 면에, 댓글부대의 언론은 늘 속임수에 당하는 언론이다. 2015년에서 2024년까지의 사회상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3. 애나 만들기와 댓글부대


애나 만들기와 댓글부대는 두 가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첫째, 기자가 주인공이며, 둘째, 주인공은 거짓을 조명하면서 사회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 사회는 위계에 기반한 사회이고, 미국 사회도 위계가 있지만 위계보다는 계약 관계에 의거하는 경우가 많다. 애나 만들기와 댓글부대는 기자가 취재인을 상대하는 방식부터 편집장과 기자가 기사에 대하여 서로 의견 교환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것을 집중 조명해보고자 한다.


4. 영화 댓글부대와 소설 댓글부대


영화 댓글부대는 속이는 자는 누구이며, 그들은 왜 그러한 일을 하는가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장강명의 소설은 속는 자는 누구이며, 왜 속는지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러므로 영화 댓글부대에는 누가 속는 자이며, 그들은 왜 속는가 또한 한 번 탐구해보고자 한다.


이렇게 4부작으로 준비하였다. 차근차근 하나씩 써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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