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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준경 Oct 12. 2024

정쟁에 미친 것 같은 인간들

한강 작가 노벨상 수상 이후 미디어들의 보도 행태를 보고

한국의 공영방송이 둘 다 진영으로 나뉘었다. KBS는 현 정부 친화적, MBC는 전정부 친화적.


둘 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 보도가 이상했다.


한강 소설가는 노벨상 수상 작가 중에서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 원래 원로쯤 되어야 받는 상을 50대에 받았으니 정말 대단한 성취임에 분명하다.


원로에게 주는 상인만큼 한림원에서 수상자에 대한 코멘트를 할 때 어떤 작품에 의해서 수상이 이루어졌는지 특정하도록 코멘트를 주기보다는, 그 사람의 작품을 통틀어서 부합할 수 있도록 말해주는 게 관례였던 것 같다.


그러나 50대의 작가, 아직은 작품 세계가 변화하고 있는 비교적 젊은 작가에게 주는 일만큼이나 특별하게도, 어떤 작품들로 인해서 수상이 이루어졌는지를 유추할 수 있게끔 선정 이유를 코멘트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력한 시적 산문"이라고 선정 이유를 발표함으로써 이번 노벨상 수상이 분명히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에 의한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작품 이외에 특별히 역사적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이 없기 때문이다.


KBS는 이 선정 이유를 보고도 사사건건 프로그램을 한강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특집으로 마련하면서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채식주의자를 소개하는 데 할애했다. 이 작자들은 도대체 노벨상 위원회에서 특별하게도 어떤 작품으로 인해 노벨상 수상이 이루어지는지를 소개했음에도 '채식주의자'만을 테이블에 올리는 행동을 하는지... 웃기는 인간들이다. 자기의 진영에게 불리한 이야기는 한사코 피하는 진영만의, 진영만을 위한, 진영에 의한 공영방송. 이 작자들의 공공성은 지들이 한 자리씩 해 먹는 게 공공성인 거다, 그냥!


MBC의 보도 행태 또한 추잡하긴 마찬가지였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의 '뉴스신세계'는 이 이야기를 알리며 "저희가 이제 시사 프로그램이니까 정치적 맥락을 한 번 짚어봐야 할 것 같은데"라고 말했다. 환영이다. 문화적 성취가 가능했던 이유, 그리고 이웃나라들에 비해 노벨상 수상이 비교적 늦었던 이유 등을 되짚어보고 장려할 일이 있다면 장려하고, 고쳐야 할 제도적 개선점이 있다면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지. 당연히 그런 의미에서의 정치라면 환영이다.


그러나 임경빈 씨가 이야기한 정치적 맥락은 어떻게 보수 정치인들의 못난 면모를 보아야 하나의 의미였다. 보수 정치인들의 한강 소설가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코멘트들에서 광주 관련 이야기가 하나 같이 빠져있다는 거였다. 그건 정치적 맥락이 아니라, 정쟁적 요소라고 하는 거다. 이 돌대가리야!!! 머릿속에 쌈질밖에 안 들어있는 정쟁기생충 같으니라고.


제도적인 개선점이 무엇인지, 제도적으로 장려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그것을 이야기하는 게 정치의 본질이지, 누군가의 말꼬리를 붙잡고 한껏 모욕 주고자 하는 건 그냥 니들이 한 자리 씩 해 먹고 싶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거다!!! 밥버러지 새끼들!!!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이야기를 할 거면은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가 아니라, 미래에 블랙리스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행정 조직을 어떻게 더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을지를 방안들을 이야기해야 한다. 이제 거의 10년 정도 지나간 정권 이야기를 하면서 탄압을 이겼다느니, 그때 그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던 사람들은 다 잘 되었다느니, 술자리에서나 해도 될 법한 이야기들을 꺼내놓는 추잡한 언론들이다.


한국 사회의 공공성은 지들이 한 자리씩 해 먹는 게 최고의 목적인 거다 그냥.


공공성을 위한 방송이라 하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게 중요한지를 보여줘야 하는 거다.


역사왜곡으로 노벨상 받았다는 그냥 주목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들의 망언을 공공미디어에서 꼭 한 꼭지씩 다루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냥 이들에게는 진짜 "개들은 짖어도 기차는 간다"라고 속으로 말하고 더욱 앞으로 갈 방도를 고민하고 전달해야지, 지들끼리 쓰잘 떼기 없는 쌈질하는 데 뭐 그리 관심을 주냐?


민주당계에 젊은 사람들이 관심 안 가져주는 이유는 딱 하나다. 늘 과거에 빠져 산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노무현 정부 시절만 살더니, 2020년대에 들어서는 계속 2016년 촛불정국 시기에만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안다. 니들에게 정권 맡겨봤자, 내가 지난 번 애들보단 덜 부패했다는 걸로 위안 삼는 똑같은 머저리이란 걸! 민주개혁 세력이 아니라, 민주적인 척하는 개밥그릇 세력!


내가 하는 말이 너무 길어서 읽기 힘들까 봐 딱 세 마디로 요약해 주겠다.


"정말, 짜친다, 이 밥버러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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