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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준경 Oct 28. 2024

트럼프 국익론, 그 안이함에 대하여

트럼프 당선이 한국에 이득을 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 북한과 교류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이득이 되리라는 발상이다. 그러한 발상의 대표주자로는 노무현 정부 시기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정세현 전 장관을 꼽을 수 있다. 다음은 정세현 장관이 10월 10일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던 당시의 인터뷰 내용이다.

김현정 : 아니, 그런데 트럼프 후보는 왜 그래요? 지난번 하노이 때는 그렇게 쌩 하고 돌아가지고 지금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왜 트럼프 후보는 계속 러브콜을 지금 대선 상황에서 보내는 거예요?
정세현 : 지금 미국이 중국을 압박해 들어가는 과정에서 지금 여러 가지 미국이 힘이 달리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것도 추진을 하고 있고 쿼드도 만들고 그러는데 그래도 힘이 달려요. 그런데 중국은 지금 날로 미국을 지금 찍어 누르기 위해서 경제력이 커지고 군사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현정 : 그렇죠.
정세현 : 이런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서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들어가면 그건 인중에 비수가 꽂히는 겁니다. 중국한테는.
김현정 : 와, 인중에.
정세현 : 비수.
김현정 : 중국 인중에 비수 꽂는 일이에요?
정세현 : 그렇지.
김현정 : 북한의 미국 대사관.
정세현 : 그러니까 지금 주한미군 사령부가 용산에서 평택으로 내려간 것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내려간 거예요.
김현정 : 그렇군요.
정세현 : 지금 북한의 대남 도발을 막기 위해서 지금 미군이 여기 남아있는 건 아닙니다. 동아시아에 있어서 미국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특히 중국을 감시하고 압박하기 위해서 지금 평택으로 내려가 있는데 그거 가지고도 모자라단 말이에요. 지금 중국이 날로 욱일승천하는, 진짜 일본만 욱일기를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중국도 지금 욱일승천하는 중이에요. 이런 중국을 미국이 압박해서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계속 유지하는 데는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나는 봅니다.
김현정 : 그런 쪽으로 트럼프 후보는 구상하고 있는 거군요. 북한을 포용해서 중국을 견제하자. 러시아랑 같이 가기는 어려운 거니까, 어차피 미국이.
정세현 : 그러니까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데 있어서 서울보다는 평양이라는 게 훨씬 더 전진기지로서의 가치가 크지.


즉,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에 북한이 필요하니, 북한과 화해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데에 북한을 활용하리라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다. 왜냐하면 국제관계에서 미국과 북한만은 변수로 두고 나머지는 상수로 계속 생각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우호를 증진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북한이 이에 호응하는 낌새가 보인다면 중국의 입장에서는 압록강변에 군사 경계 태세를 강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입장은 어떻게 되는가? 북한도 압록강변의 군사 경계 태세를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해봐야 한다. 북한은 과연 현재 두 개의 국경에 군사적인 긴장 상태를 두고 유지할 만한 국력이 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의 대답은 NO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최대한 할 수 있는 일은 북한에게 핵무기를 어느 정도 용인해 주고, 중국과의 유착 관계를 약화시킬 겸 어느 정도의 무역 봉쇄를 풀어주고 타국들과 교류할 수 있게 함으로써 상수 관계인 중국과 북한의 동맹 관계를 약화시키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이와 비슷한 예측은 이미 한참 전에부터 나와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405Y13Uq5o


서울대 정치외교학부의 조동준 교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북한이 핵 보유 정상국가로 가는 것을 노리고 있고, 핵 무력이 어느 정도 확장되어 핵무기 상호 억제 기능을 갖게 되었을 때 북미 관계가 풀릴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그리고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그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다.


이를 위해 북한은 이미 이 논의에서 한국을 빼기 위해 올해 대한민국과의 관계를 '통일을 전제로 한 특수 관계'를 파기하고 적대적인 두 국가임을 선언했다. 즉, 미국과 대화할 때 한국과 상호조율 없이 미국이 북한 문제를 논의할 수 있게 헌법적 기반을 만들어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정세현 전 장관의 현실인식은 안이함, 그 이상의 논평은 아까운 정도다. 민주당에서 보여주는 국제관계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현재까지 북한 문제를 계속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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