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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Nov 12. 2022

어둠의 현장에서 다시 빛을 바라며



오늘도 팔을 활짝 벌리고 고개를 뒤로 젖혀 뱅글뱅글 돌아가는 친구가 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고 늦게까지 남아서 엄마를 기다려야 하는 아이에게 언제부턴가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다른 친구들과 소통이 잘 안 되고 발달 속도가 더딘 이 아이에게는 세상모르고 자신의 몸이 흐느적거리며 몽롱한 상태로 돌아갈 때의 느낌이 좋은지 가장 행복한 표정을 하고는 다른 친구들의 놀이와는 딴 세상에서 혼자의 놀이를 즐긴다.


행복한 순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한 번씩 아이를 안아서 멈추게 해 준다. 

“선생님, 우리 집에 무서운 핼러윈이 살고 있어.”

어디에?

“문 앞에서 거미랑 호박이랑 해골이 매달려 있어. 나를 쳐다봐.”

기분이 어때?

“무서워”

세상 문화 속에 아무런 힘도 없이 우리 아이들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한이야, 너는 이 괴물들을 이길 수 있어?

“없어”

아니야. 무서운 생각이 들 때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노래를 불러봐.

우리에게 이길 수 있는 능력을 주셨대.


어린이집에서도 한참 붐이던 세상 문화를 따라가다 이번 이태원 사건을 계기로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모든 것을 멈춘 상태다.

세상 문화를 발 빠르게 따라가 주는 교사가 능력자인 것처럼 보이던 모습에서 하나 둘 질문이 생겨나는 선생님들이 생겼다.


요즘에 갈수록 이 기괴한 캐릭터들을 만들어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핼러윈 축제에 왜 이렇게 열광하게 되는지? 물어왔다.


핼러윈 데이는 유럽의 아일랜드 켈트족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면서 유일신으로 받지 못하고 지금까지 믿어왔던 자신의 신들을 그대로 추모하고 찬양하기 위한 날로 11월 1일을 만들어 놓았다. 그날의 전날 밤, 전야제로써 10월의 마지막 날에 함께 분장을 하고 동참하는 날을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상업화되고 문화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라고 말해 줬다.


호박에 등불을 켜서 신들이 올 수 있도록 불러 모으고 비슷한 분장으로 덮여 씌우고 꾸며주는 캐릭터들의 의미를 안다면 우리 아이들에게 쉽사리 접해 주지 않았겠지만 문화라는 상품으로 기성세대들의 돈을 향한 욕망과 그것들을 무분별하게 연결시켜 주었던 우리들의 무감각으로 어린 후대들이 무참히 짓밟혀 가는 사태를 보며 정말 끓어오르는 애통함이 느껴졌다.



얼마 전에 지역에서 새로운 민선을 열며 큰돈을 들여 K-POP공연을 무료로 제공하였다. 지금 몇 명의 청소년을 만나고 있기도 하고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해 보려고 티켓을 구매하여 무대가 잘 보이는 자리에서 공연을 관람하였다.

우리 집 막내가 아무리 수시로 지금의 가요와 가수들을 연결시켜 학습을 시켜주었음에도 내 기억 속에 오래 머무르지 못했다.

그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있을지 난감했지만 직접 현장에서 우리의 청소년들과 이 세대들이 무엇에 기뻐하며 열광하는지 보고 싶었다.

공연에 앞서 청소년 댄스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은 팀들과 그중에서도 대상을 받은 팀이 시작 전 마지막 공연을 하는데 섬뜩하도록 무섭고 오싹한 생각이 들었다. 춤에 단련된 동작도 칼 날과 같이 완벽하지만 모두 귀신 분장을 하고 눈에 초점 없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무대를 앞도 하는 스케일에 모두가 환호하는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팝가수들의 공연 또한 완벽한 안무와 노래실력들과 무대 매너까지 갖춤 속에서도 무대를 사로잡는 파워는 조금씩 달라 보였다.

어릴 때부터 세상 문화 속에서 길들여지고 끊임없는 경쟁과 사람의 시선에 늘 최고를 향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하는 시스템 속에서 그들의 영혼이 평안하고 행복해지도록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이 안전지대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어디 하나 쉴 곳이 없어 방황해야 하는 세대를 이끌어 나갈 우리의 자녀들이고 후대요 우리의 희망이기에 다시 한번 자욱한 안갯속에서도 자그마한 빛을 발해 본다.

친구가 보내온 순천만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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