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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Oct 28. 2022

이 시대와 세대 속에 나의 시간표


푸른 하늘의 싱그러움 속에 붉어가는 열매만큼이나 수줍은 얼굴을 하고는 청첩장을 조심스레 내민다. 몇 달 전에 출산휴가를 가신 선생님 대신 같은 반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선생님의 결혼식 초대장이었다.

앞으로 결혼하게 될 남편의 직장을 따라 이곳, 먼 타향에서 신접살림을 차릴 선생님이라 이 큰 축복을 어떻게 나눌지 고민을 하고 있던 차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의 기발한 청첩장이 기대되기도 하고 어떤 분을 만났을지 궁금함에 바로 초대장을 열어 본 순간, 세상에나~! 엄마가 유치원 원장님으로 계시던 원에서 만났던 친구와 평생의 반려자 되어 그때 그 시절, 소풍에서 함께 찍었던 사진을 성인이 되어, 같은 장소에서 그대로 재연해 보았단다.



자신의 엄마가 직접 운영을 하며 마음과 몸이 많이 상하여 그토록 말리던 유치원 교사의 일을 본인도 똑같이 이어가게 되었고 그 가운데 오랜 시간 동안 지켜봐 준 예비남편이 큰 힘이 되었단다.

“만약에 제가 아이를 날 수 있다면, 두 명 이상은 낳을 거예요. 그리고 그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꼭 엄마가 데리고 있고 싶어요.”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더욱 간절해지네요.”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 우리의 미래가 안심되는 최고의 대화였던 것 같다.ㅎㅎ



며칠 전에 엄마와 대화를 하던 중이었다.

얼마 전 오랜만에 멀리 있는 사촌언니가 장성한 딸들을 데리고 나의 친정집을 방문했다.

그런데 사촌언니가 자신은 자녀교육을 잘못한 것 같다며 요즘은 잠도 잘 오지 않는다고 했단다. 한 참 집안에 아이들의 웃음소리 우는소리까지도 사랑스러울 때에 결혼한 큰 딸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하고, 둘째 딸은 평생 애완동물만 키우겠다고 선포를 했다니... 많이 울적할 만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동안 엄마도 이 세대를 이해해 줘야 할지, 조언을 해 줘야 할지 몰라 그냥 입을 닫았다고 했다. 

그들의 생각도 존중해 줘야 할 것 같아서...


나는 그냥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엄마, 내가 사촌언니랑 그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네요.”

그 친구들의 생각은 전혀 틀리지 않아요. 이 시대와 세상만을 바라보면 아무런 미래가 없어 보이니까. 

지금까지 사람을 향한 꿈을 꾸지 못했고 사람의 미래를 향한 비전을 키웠을 때의 기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을 테니까요.

사람을 도와주고 그 사람이 세상을 향하여 도전하는 것을 보는 것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거든요.



요즘 우리 반에 두 명의 금쪽이가 있다.

처음에는 이 아이들을 그대로 방치하는 그 부모님들이 너무나 이해가 가지 않을뿐더러 미운 마음까지 들었다. 맞벌이를 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두려움에 휩 싸여서 한번 울기 시작하면 엄마를 부르며 절대 멈추지 않는 아이와 다른 아이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루는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공동체 생활에 왜 내버려 두시는지...


하지만 마음을 바꿨다.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전혀 누리지 못하는 이 아이들을 내게 맡겼다면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울고 떼를 쓸 때마다 조용히 속삭여 주었다. 내가 나와 우리 자녀의 주인을 바꿨을 때 가장 큰 평안과 힘을 얻은 것처럼... 

“안이야, 너는 최고 축복의 이름을 가졌어. 항상 너 안에 누가 계시는지 알게 하시잖아. 하나님이 주신 예수가 그리스도가 되시면 너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서 이제는 두려움을 주는 생각과 내가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갖다 주는 마음과 싸우면 이 시대의 챔피언 승리자가 되는 거야!”

함께 노래 불러 볼까? 하며 반복하며 지나 온 몇 주 만에 아이들에겐 변화가 조금씩 보인다. 

눈물의 길이도 분노의 속도도 점차 좁혀져 간다.


아~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변화하고 성장하고 진보되는 것이 정말 있구나. 나와 같은 겁쟁이도 욕심쟁이도 나를 뛰어넘어 이 시대와 세대를 살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오늘도 포기하지 않고 그 꿈을 향해 일어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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