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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Oct 13. 2022

꿈꾸는 한국어


이번 10월 9일 한글날에 특별한 곳을 참여하게 되었다. 

바로 미라클 오케이 어학당(Miracle Operation Korean Language School)의 개교식이 열리는 날 

이었다.

7개국 162명이 참여한 이번 과정에 수료자의 자격으로 함께하는 영광까지 얻을 수 있었다.


“더 이상 늙어가는 자가 아닌, 날마다 새것으로 나를 바꾸어 생명 살리는 일에 인생을 걸어라”는 말씀이 내 뇌리에 박힐 지음이었다.


지금까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새로운 곳을 향하여 겁 없이 덤벼드는 나였지만 이제 와서 다문화 다민족을 위해 한국어 교원능력을 갖추는 일에는 엄청난 두려움이 왔다. 영어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마당에 한국어를 더 깊이 짜임새 있게 알아간다는 것이 나의 분야가 아닌 듯했다.

디아스포라 문학을 대하기 전까지는...


조심스레 어학당의 문을 두드리고 쭈볏쭈볏 겁먹은 상태로 ‘경계를 넘어 씨를 뿌리듯 흩어지다’라는 뜻의 디아스포라라는 용어 자체도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하지만 인간의 본질인 낯선 곳으로의 이주, 그곳에서의 생존하기 위한 사람들의 몸짓을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최고의 장르인 문학수업을 듣기 시작하는 순간,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감각들이 살아나면서 한 이야기 이야기마다의 그들 내면의 소리는 나의 좁디좁은 사고를 깨기에 날카롭고 예리하게 파고 들어왔다.


나와 너를 넘어 제3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그들이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에서 끊임없는 자신의 정체성을 묻고, 주류 세계에 때론 저항하고 소외되고 아니면 현실을 위해 동조하고 전향하는 몸부림들을 함께 듣고 배우고 나눠가면서 그저 지식 전달자가 아닌 그들의 가슴을 보게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아프리카 선교를 하시던 분이 계셨다. 그분은 아프리카를 다녀오시면 젊은 청소년들의 삶을 많이 안타까워하셨다. 

하루하루를 그냥 할 일이 없어서 땅바닥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상태의 아이들을 불러 모아 학교를 세우고 언어를 가르치셨다.


그중에 좋은 신체와 운동을 잘하는 친구 2명을 선발하여 한국으로 데려와서는 유소년 축구단에 가입도 시키시고 정식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많은 지원도 하셨다. 


그 친구들을 짧은 시간 맡아서 잠도 재워주고 한국어를 가르칠 기회가 있었는데 난감한 상황 속에서 우리 아이들을 교육했던 것처럼 초등 1학년 교과서를 가지고 아침저녁으로 목청 높여 게임도 하고, 칠판에 판서도 하면서 모든 바디 랭귀지를 사용했던 나의 첫 한국어 수업이 생각이 났다.



한국어 문법을 배우면 배울수록 현란하다 못해 미친(?) 한국어의 환상적인 변화를 몸소 체험하니 이곳 이 땅에서 이 두뇌로 모국어를 익혔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가 절로 나온다~~ㅎㅎ

제2외국어로 익히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존경을 표하고 싶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230만의 다문화 인들과 각 나라로 흩어진 750만의 이주 한국인, 앞으로 세계 237 나라가 하나의 지구촌이요 세계화로 모이고 퍼트려질 시대 앞에 서로 다름을 극복하고 같이 가는 노마드(새로운 목초지를 향해 떠나는 유목민)의 여정을 가야 할 시점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사랑하고 안내해 주는 더욱 겸손해 가는 교사의 소양을 갖추고 그들이 더 이상 약자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생성하고 미래 다문화 사회의 주역으로 세상을 살리고 화합할 수 있는 그루터기로 남을 수 있도록 창조적인 교사요 흩어지는 대사로써의 시대적인 교사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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