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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Sep 16. 2022

특별한 추석 연휴

학구열이 높은 이곳에서 자녀를 키우는 엄마와 엄마가 만나 친구가 되었다. 물론 우리들의 처음의 꿈은 자녀들의 성공이었다. 아이들의 성적, 친구관계 하나에 날이 서고 예민해지는 온통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곳이었다. 

여기저기 도란도란 모여 앉은 엄마들의 대화 소재는 대부분이 자녀들의 학교생활과 좋은 과외 공유하기...

처음에는 솔깃하다가도 뒤돌아 서면 공허와 비교의식이 엄습해 와 더 이상의 매력을 느끼지 못하던 때에, 나를 지켜 줄 믿음에 함께 할 너무도 소중한 친구를 만났다.


이제는 자녀의 성공을 핏대 세워가며 지켜보는 자가 아니라 내가 행복한 누림의 모델로 나아가는 자로 함께 바꿔가는 중이다.


이렇게 같은 지역에서 끝까지 함께 하고 싶었지만 친구는 자신의 산업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야 했다. 친구도 수십 날을 고민하며 너무나 낙후된 지역으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유 없는 과정은 없기에 발걸음을 옮기었다.


새로운 삶의 터전도 보고 추석 연휴 동안 많이 지쳐있을 그 친구를 만나러 갔다. 역시나 한참 짐 정리며 추석 명절 동안 시댁에서 하루 종일 서서 신물이 날 때까지 많은 음식 준비를 했다는 친구는 녹초가 되어 있었다. 

집안에 음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  명절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처음에는 솟아오르는 분노가 이번에는 왠지 모르게 그럴 수밖에 없는 가족들의 상황이 안쓰럽게 느껴졌단다.



지금, 나의 자유스러움에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명절에 힘들어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양가가 모두 제사를 중요시했던 집안인지라 명절이 되면 하루 종일 음식 준비에 온갖 기름 냄새, 설거지에 녹초가 되고 아이들은 한쪽 방에 방치되어 온종일 영상에 노출되어 있어야 했다.

시댁에서는 오는 손님들의 밥상을 차리고 물리기를 반복하다 손꼽아 친정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는 그야말로 오가는 발걸음이 무거운 짐의 연속이었다. 신앙생활을 하고부터 마음의 그 고민들과 의문들을 가지고 성실히 임하던 어느 날, 어머님께 두렵고 떨리지만 온 맘을 다해 말씀을 드렸다. 

“어머니, 제가 믿음의 사람인데 하나님이 가장 싫어하시는 우상숭배를 하는 일을 한다는 게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무거웠어요.

다른 일은 무엇이든 다 따르겠지만 이 일은 함께 할 수가 없겠어요.


그런데 의외의 대답이 왔다. 어머님도 집안의 눈치를 보며 진행해 왔을 뿐 마음에 큰 뜻이 품어진 건 아니었다며 “지금까지 애썼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번 추석에는 미리미리 마음을 담아 선물을 양가에 보내드리고 아이들이 있는 서울에 가서 함께 흠뻑 예배도 드리고, 한산해진 서울 길들의 가까운 고궁도 문화의 거리들도 누빌 수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새벽예배를 마치고 함께 나누었던 작은 테이블 속 몽골과 중국과 아프리카와 생명을 사랑하는 동역자 들과의 만남은 내가 아주 작은 소도시에 있다 할지라도 최고의 축복을 누릴 수 있는 비밀을 새기기에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감동이 왔다.

그나저나 현장을 뛰지 않은 영문과의 비애가 처절히 느껴져 다시금 언어 정복에 도전장을 내밀어 본다~ㅜㅜ


어느덧, 함께 차도 마시고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던 친구의 얼굴이 밝아온다.

그 앳된 얼굴에 홍조를 띤다. 

그래! 내가 여기에 와야 할 이유가 있었네. 

이 아름다운 자연을 일으키지 못하고 사람들이 떠나가는 낙후된 곳으로 무너졌더라도 살리고 일으킬 나는 

빛의 모델인 거지?^^

“오늘 너무 고맙다~~~ 친구야!”

돌아오는 길에 메시지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함께 식사를 나누었던 곳의 배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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