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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Aug 27. 2022

값진 보화를 발견한 최고의
여름 여행

 무더운 여름 아이들의 방학과 함께 쉬었던 글방을 가을의 향기가 스멀스멀 느껴지는 어느 아침, 드디어 문을 열었다.


이번 여름은 유독 폭염이 계속된다 싶더니 어느 곳은 폭우와 홍수로, 세계는 화염과 가뭄으로 지구도 사람도 많이 아프다.

개인과 세계의 역사가 언젠가는 종말과 멸망을 향해 나아가는 사태가 느껴지고 낙심이 찾아온다고 해도, 작은 희망의 빛줄기가 흘러 들어오는 가슴 뛰는 소식이 있었으니 지난번 소식을 접했던 디아스포라 팀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남도 땅을 다시 밟는다는 것이었다.


함께 활동해 보지 못한 아쉬움이 절절했기에 이번에는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나의 아이를 데리고 서울에서 srt를 타고 도착할 목포역으로 출발했다. 

2박 3일간의 일정을 함께할 수 있다는 부푼 설렘이 있는 반면, 잘 훈련된 교사와 아이들 속에 이방인 같은 낯섦의 두려움이 끊임없이 찾아와 우리를 흔들었다.


목포역에서 만난 40여 명의 아이들과 10여 명의 선생님, 헌신자 들이 조를 나누고 팀을 꾸려 여러 미션을 수행한 후에 목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진도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처음 통과해야 하는 난문이었기에 서로 머리를 맞대고 SNS를 이용하여 주변을 탐색하고 지역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도해 보는 활동을 해 나가며 점점 한 팀원이 되어 갔다.


그 지역의 특산물이 나오는 식당에도 가보고 낯선 사람에게 처음으로 대화도 나눠보고 지도를 찾아가며 드디어 도착한 곳은 우리의 아픔과 한이 설여 있는 진도 땅이었다.

아이들에게 그 지역을 직접 밟아보고 빛을 비추어야 하는 이유를 전해주고자 하는 간절함이 들어 있는 것 같았다.


행복한 영혼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여서 일까?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인심 좋은 사람들을 볼 수 있는 기회와 이 거친 파도의 두려움과 싸워가며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람들이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신들을 부르며 바다에 제사를 드리는 그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나의 무관심들이 교차하며 한없는 미안함이 들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잠깐 마주한 나의 아이를 만나니 처음에는 “각자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그 속에 함께 어울리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요? 

라는 말에 마음이 아파오더니 어느샌가 “엄마, 내가 사교성이 좀 좋은 거 같아~”라고 살짝 귀띔을 해주고 간다.

정말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어린 동생들과 팀 활동도 충실히 하고,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러시아에서 온 친구와는 손을 꼭 잡고 다니며 넓은 잔디밭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아침에는 찬양과 말씀으로 이 세상의 시작과 끝을 알고, 내가 누구이며 어떤 축복들을 받았는지 힘차게 선포해주시고 그 속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자신의 생각과 관계 속에서 움직여지는 것들을 보게 하고, 낮에는 맘껏 뛰고 놀고 도전할 수 미션이 주어지고 저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글과 그림, 영상, 연극, 발표 등 분야별 만남들이 이루어졌다.


나는 글과 그림 팀으로 들어가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들을 도왔는데 특히, 다문화 아이들에 대한 소망과 관심이 콕 들어왔다.

학교생활 속에서 덩그런 학교, 그 속에 혼자라는 그 외로움...

늘 두려웠고 무서웠던 시간들. 

그 가운데 자신을 지켜준 믿음의 고백 한마디가 있어서 이제는 혼자여도 그것과 상관이 없어졌다는 한 여학생의 눈물의 그림을 대하는데...

내가 다시금 품고 도전해야 할 이 생명들에 대한 가슴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교육 관련 일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최고의 교육은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찾아 헤매었던 시간들...

목포에서 진도로 관매도에서의 아이들의 활동 영상들을 보고 다시 순천과 광양에서의 캠프를 마주하며 우리 후대들 속에 감추어진 값진 보화와 무한한 에너지들을 보았고 특히 다민족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품어지면서 내가 달려가야 할 길과 푯대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공동체의 소중함과 기쁨을 누리는 

최고의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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