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그날 Jul 15. 2022

성실한 농부의 기다림

찌는 듯한 무더위도 뛰어넘는 현장캠프의 만남이 한 달 만에 이뤄졌다. 오늘의 만남 속에 어떤 생명이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기대감이 있는 반면, 이 한 번 평일 날의 휴가를 그동안 못 봤던 책이며 영화를 보고 늘어지게 낮잠이라도 청하고 싶은 두 마음이 끊임없이 솟구치기는 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들로 난 알고 있다.


내 가슴이 가장 뜨겁고 벅차오르는 기쁨과 감격이 남아 있었던 순간은 생명이 살아나는 현장에 함께 있었던 것이라는 것을...

날씨에 파묻혀 핑계를 대기 전에 서둘러 목적지로 향했다.

만남을 준비하며 긴장과 설렘 속에 축제의 날을 함께 할 소중한 분들이 먼저 오셔서 손님을 맞이할 바쁜 움직임이 있었다.


모든 준비가 완벽하여도 내 마음에 평안과 안식을 누릴 힘이 없다면 모든 것이 짐이 되기에 이 모든 일에 함께하시는 그분의 인도를 바라며 우리는 찬양과 기도로 내 영혼을 살렸다.


나는 한 달 전에 만남을 가졌던 기도원의 사모님을 떠올리며 전도자와 함께 길을 나섰다. 그 거리가 영업을 하는 곳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나다니는 사람도 내부 환경을 보기도 힘들 만큼 캄캄하고 싸늘한 풍경들이었다. 오늘도 역시나 문은 닫혀 있었다.


“사모님, 저희들 왔어요~”하고 문을 두드리며 안을 들여다보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뒤돌아 서려는 찰나에 조용히 내다보시더니 오늘은 아들과 함께 외출을 하려고 한다면서 만남을 꺼려하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뒤로 빼꼼히 내다보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니 눈에 초점이 많이 흐려있었고 몸에도 불편한 동작들을 반복하고 있었다.


“아이가 좀 아파요...” 부모의 아픈 부분이라 노출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잠시 아들과 대화를 해 봐도 될까요?”

20대 청년인데 게임에 중독이 되어 정신과 몸에도 이상반응들이 나타나서 약을 좀 먹고 있다고 했다. 문밖에 서서 전도자는 아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눈을 바라보며 힘 있게 얘기해 주었다. “너도 나와 같이 20대 청년시절을 은둔 족으로 보내고 있구나. 그런데 답은 있어. 나도 이렇게 변했잖아.” “하나님이 주신 능력,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을 너 나이만큼 불러볼래?” 아이가 사람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신기했던지 갑자기 우리를 들어오라고 하신다.


아이 때문에 지금 아빠도 모든 방법을 다 써보다 포기한 상태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약물을 써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청년과 함께 앉아서 한참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고 있을 때쯤 아빠인 목사님이 들어오셨다. 그동안 아빠와 많은 갈등이 있었는지 겁을 내는 눈치였다.


지난번에 다녀간 이야기를 듣고 어떤 곳인지 찾아보셨는지 거리낌 없이 우리를 맞아 주시고는 본인의 인생 여정을 들려주셨다. 집안이 많은 우상숭배를 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신앙생활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다가 자신의 몸에 알 수 없는 가슴의 통증과 머리에 혹이 불룩불룩 솟아나는 희귀병을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에 청년의 꿈 많은 시기에 모든 공부를 접고 삶을 낙담하다가, 누나의 권유로 교회를 나갔다고 한다. 몇 번의 뜨거운 불을 받아 치유를 받는 신비한 체험을 하고는 신학의 길을 걸었다고 했다. 하지만 자녀의 문제 앞에 다시 낙담이 찾아왔단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여러 문제와 치유는 과정입니다. 올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것 이에요. 그때마다 자녀에게 이곳저곳 다니며 안수를 받고 불을 받는 체험을 시킬 수는 없잖아요. 그 영혼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자생능력을 주어야겠지요.”


그래도 그 자리를 지키며 자신을 살려보려는 청년을 바라보며 전도자는 입을 열었다.

“주야, 중독은 우리 힘으로 이길 수가 없어. 그래서 억지로 고쳐보려고 안간힘을 쓰면 쓸수록 나는 안 되는 존재라는 절망감이 찾아와.  마약을 하는 친구들도 자신의 세포조직이 파괴되는 줄 알면서도 이길 수 없어서 주사기를 삽입하는 거야. 그냥 게임을 하면서 한 가지만 하면 돼.”


“예수는 그리스도! 그 이름을 부를 때,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너의 생각을 장악하고 있는 강한 자가 꺾이는 거야. 너의 인생을 끌고 가는 운명에서 해방받아야 그 이후에 만남도 오고 미래의 문도 열리는 거야”


하루에 3번 너의 나이만큼만 불러볼래? 이것까지도 일이 되지 않도록 평안함 속에서 확신을 가지고 한 번 해보자~ 

네...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하는 그 청년의 눈에 눈물이 비추인다.

본인도 얼마나 갈급하고 짐이 되는 존재가 되어버린 자신을 바꿔보려고 애를 썼는지...


“우리 목사님, 사모님도 율법으로 아이를 정죄하지 마시고 속이 답답한 상황이 올 때마다 속으로 함께 꺾어 주시고 영적인 힘을 주세요.”

앞으로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하는지 종이에 큰 글씨로 간략하게 적어드리며 청년에게 축복기도를 하고 그 자리를 나왔다.


목사님은 “내가, 자녀의 일 앞에 손을 놓으니 이런 만남이 왔다”며 처음에 딱딱하고 근엄한 얼굴이 친한 이웃 아저씨를 만난 듯이 평안하고 기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세 명 모두 계단 저 아래까지 배웅을 하신다.


내 상황과 자녀들의 미래 앞에 걱정되고 두려워지는 일 투성이지만 성실한 농부는 미래의 열매와 응답이 있음을 알고 기다림 속에 날마다 생명을 가꾸듯 내가 가장 행복하고 살아나는 이 현장 속에 있음이 나를 들뜨게 한다.

겨자씨와 같은 작은 씨앗이 큰 나무가 되기를 바라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천국을 누비 운다.


작가의 이전글 열매 맺을 내일을 위해 오늘, 생명의 씨앗을 심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