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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Jun 28. 2022

열매 맺을 내일을 위해
오늘, 생명의 씨앗을 심는다


알고 지낸 지 30년이 넘은 중학교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먼저 전화하는 것을 극히 힘들어하는 나에게 지금까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전적으로 그 친구의 아량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없는 용돈에 생각지도 못한 생일을 챙겨주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며 자신보다 나를 칭찬해주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가기 전까지 집을 서로 오가며 가족들을 소개해 주고, 결혼을 해서는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고충을 토로하며 그래도 남편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중간 역할을 잘해 준다며 오랜만에 만남 속에도 그동안의 피곤함을 짐작할 만큼, 우리 집으로 건너와서는 잠으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며 참 안쓰러울 때가 많았다.


그랬던 우리의 청춘도 세월이 지나 벌써 세, 네 명의 자녀들을 키우는 엄마가 되고, 친구는 작년에 고3 엄마를 지나 올해 재수생의 엄마가 되었단다.ㅎㅎ 

바쁜 일과 중에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외출을 받아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와 준 고마운 친구.


역시 멋진 경찰답게 톡도 정확하고 명료하게 보내온다. ‘사건이 끝나는 대로 바로 갈게’라는 문자를 보며 예쁜 카페에서 오랜 친구를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설레 이는지.


급히 달려온 친구는 여러 관할 부서와 같이 일을 하면서 참고 또 참고 견디느라 마음과 몸이 녹초가 되었고, 심리가 복잡한 성향의 같은 성별과 많은 수의 인간관계는 처음이라 큰 어려움이 있었다.


다행히 늘 누군가를 가르치고 바꾸고 지적 질을 하는 것에 능숙한 성향을 가진 45명의 여인들과 그 속에서 이겨나가고 있는 경험을 한 나로서는 그 노하우를 전할 수 있었다.

“친구야, 나도 사람 말을 가볍게 여기고 웃으며 여유롭게 되받아치는 성향이 되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니까 그 사람이 너무 미워지고 얼굴에 표가 날만큼 굳어져 주눅이 들어서 인지 자꾸 실수를 하게 되더라고”

그때마다 속으로든, 거울을 보든 외쳤지.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이 현장 속에 이간하고 분리케 하는 사탄의 세력은 떠나갈 지어다”

“내속에 상처로 분노로 기쁨을 빼앗아 가는 저주의 영아, 산산이 무너질지어다”

“지금 이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할 지어다” 

그런데 정말 반복해서 했던 기도와 찬양으로 얼굴 붉히는 일이 사그라들면서 사람이 정리가 되더라고... 그리고 그 괴롭히는 사람 덕분에 나에게도 발전이 되는 부분이 있었고...


그러면서 알았어. 내가 아이들을 잘 키워보려고 지적을 하는 잔소리는 사람을 주눅 들게 하고 실수를 더 반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그냥 부모는 아이들에게 축복을 불어넣어주고 정체성을 심어주면서 기도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 나도 살고 자녀를 살린다는 것을 요즘 더 절실히 깨닫고 있단다.

신선한 재료와 갖은 야채로 정성스럽게 요리해준 브런치 카페의 음식과 차를 마시며 친구에게도 힘이 되었는지 얼굴은 환한 빛이 돌고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전해 준 책과 기도문을 들어 보이며 꼭 해보겠다고 약속하고 급하게 서로의 현장으로 나섰다.



며칠 전 시사 잡지를 보며 서울의 한 구청장이 3선 도전에 승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소속 정당과 지역구는 3연패를 했지만 유독 이 정치인 만은 유권자들에게 신임을 얻어낸 결과였다.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효율적이고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주민들에게 만족도가 높은 전국 최초의 기록들이 많은지를 물었다.

그런데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모든 필요한 아이디어는 민원과 현장과 데이터에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들을 가까이 다가가 보고 그들이 겪는 문제와 고통의 소리를 귀담아듣다 보면 갈등의 문제도 해답도 그 속에서 다 나온다는 것이다.



친구와 만나고 온 카페 주변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자주 왕래하는 지역이 아니어서 깊이 들여다보진 않았는데 학교 주변인데도 너무나 구석구석 골목이 많고 어두워 보이는 건물과 환경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알게 모르게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흐름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고 조금 연약한 영혼들에게는 큰 눌림이 될 수 있다.


그래 좋아! 이 지역은 오늘 내가 접수한다~~~

나약해 보이지만 영혼을 사랑하고 속 사람만은 강건한 기도팀들과 이 현장을 밟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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