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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 Apr 15. 2024

나를 초월하는 부활의 능력으로  누리는 기쁨


   며칠간 계속되는 돌풍과 비가 나의 마음을 대변하듯 변덕스러운 날씨가 끊이지 않는다. 이곳의 날씨라고는 하지만 추적추적 거리는 어두움을 뚫고 미지의 현장을 향해 아침마다 출근을 해야 하는 나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터널을 하염없이 홀로 가는 기나긴 두려움의 순간이었다.

성경 속에 선진들과 미리 앞서서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왔던 인생의

선배들과는 비할 바 없겠지만 자꾸만 약해지는 나의 마음에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공격 앞에 나는 자꾸만 작아져 갔다.


그나마 그 적막하고 나만의 공간인 자동차 속에서

출퇴근 때마다 듣는 부활의 능력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으며 겨우 나를 살려내고 있던 차에 한국에 가서

계속적인 일을 해야 하는 남편의 전화 한 통에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나의 힘듦을 몰라주는 것도 같고

나만이 무거운 짐을 혼자 지고 있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불평불만을 내뱉으려는데...

큰 딸아이가 “엄마, 멈춰요. 아빠도 얼마나 혼자서

힘든 일이 많겠어요.

엄마 나이에 이렇게 도전하고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정말 건강하다는 증거예요. 데려 행복하고

감사한 거죠. “


아~ 그렇지... 그렇게 매일 듣는 말씀에서도 너의 생각을 지배하여 그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너를 낙심케

하고 쟁쟁거리는 뱀 머리를 밟으라고 하고.

이런 나를 뛰어넘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주어졌다는 것이 싫지만은 않은 날마다 나를 일으키게 하고 새롭게 시작하게 하는데도

말이다.

“딸아, 고마워. 내가 정신이 번쩍 나네. 하마터면

태평양을 넘어 나의

분노의 불화살을 꽂을 뻔했구나”


함께 동료들과 일을 하고 점심을 먹는 자리였다.

베네수엘라에서 의사 일을 하다가 나라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어 이곳으로 정치적 망명을 온 동료가 질문을 했다. 자신은 이곳에 와서 삶이

너무 힘들고 고달파서 얼굴이 늙어져 가는데

“너는 그렇게 좋은 한국을 두고 여기에 왜 왔어?”

무슨 꿈이 있는 거야?라고 물었다.

그러게 내가 왜 여기 있는 걸까?

잠시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하나님께 큰 사랑을 받았어. 내가 하나님을 알기 전과 알고 난 후에 생각과 삶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그래서 나의 그 기쁨을 나누고

돕고 싶어졌어. 아이들과 다른 나라 사람에게 까지도.

서로 잘 소통이 안 되는 언어로 떠듬떠듬 통역기의

도움을 빌려가며 얘기를 나눴다.


동료는 말했다. “그 일을 위해 너는 무슨 준비를 하고 있어? 나는 오로지 지금의 꿈은 나의 딸이 안전하게 이곳에 입국하여 함께 정착하는 것이고 가족이 마음 놓고 여행을 하는 것이야. 다른 것은 생각할 수도 없어.

나 너무나 이기적이지.”

아니야, 전혀... 내 마음이 평안하지 않은데 다른 사람을 어떻게 생각해.

정말 너와 너 가족이 먼저 행복해지고 안정을 찾는 것이 우선이야.

그다음에 다른 사람도 보이는 거고.


나도 무심히 꿈만 꾸고 있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평생 많은 생각과 공부를 한 사람이어서 인지

질문도 또렷하고 냉철했다.

우선은 나에게 주어진 직장과 다른 사람들과 정말

만나서 소통하고 싶어 다니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수업인 작은 일부터 집중하고 싶어

좀 더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면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공부를 더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기도 하고.


그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래. 나는 지금 이 품은 꿈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항상 꿈에서만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신선한 충격이었다. 나를 볼 수 있는.



다시금 내가 해야 할 일과 꿈이 있다는 기쁨을 안고, 일주일간의 긴장과 초 집중에서 오는 피로감을 날려버릴 수 있는 고향 같은 쉼을 불어넣어 주는 곳. 금요일마다 퇴근을 하면 쏜살같이 달려가 허전함을 가득 채워서 마음의 풍요를 얻는 우리만의 공간.

한인마트로 향했다. 한국에 있었을 때는 그냥 반복되는 일상이었고, 또 무슨 음식을 만들어야 하나 일로써 다가왔던 것들이 집 앞에 5~1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지는지...

이곳에 와서 다른 음식들을 많이 경험하고 시도해 보기도 하지만 한국에 비해 비싼 가격을 제공하고도 한국식당을 찾아다니며 우리의 외로움과 뱃속의 평안함을 주는 데에는 이 만한 음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몇 주간을 버틴 끝에 식료품을 아껴가며 오랜만에 찾아간 Korea House.

아~ 바로 이 맛이지. 모두들 음식의 맛과 색에 감탄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아직은 많이 힘들고 지쳐서 서로를 끌어올려주고 세워주는 것은 어렵지만 함께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고 안식이 되었다.

아직도 내 마음 평안의 봄은 추위와 더위를

오락가락 하지만

그때그때마다 붙여주신 영혼들과의 만남 속에서,

현장 속에서,

살아서 움직이시는 그 하나님이 나를 끝까지

지켜주시고 함께하시며 이끌어 가시고

그분의 계획안에 있다면 문제는 응답이기에

나를 뛰어넘을 수 있는 부활의 그 힘으로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도전을 하게 하시니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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