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우튀김 살인 사건의 이면
새우튀김도 때때로 흉기가 된다. 쿠팡이츠 가맹점주가 사망했다. 새우튀김 환불 요구를 받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쿠팡이츠를 통해 새우튀김 3개를 주문한 손님이 다음날 냉장고에 보관한 새우튀김 1개가 변색됐다며 점주에게 3개 전부 환불을 요구했다. 점주는 1개만 환불해줄 수 있다고 답했지만, 손님은 3개 전부 환불을 요구했다. 급기야 쿠팡이츠 직원까지 나서 환불을 종용했고, 점주는 직원과 통화 중 쓰려진 뒤 깨어나지 못했다.
물론 새우튀김만으로 사람이 죽음에 이른 것은 아니다. 비극이 일어나기까지는 '갑질 감수성'이 결여된 소비자의 막말과 생떼가 있었고, 점주의 정당한 방어권을 무력화하는 쿠팡이츠의 리뷰·별점 시스템이 있었다.
손님이 왕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주인이 왕으로 대접해주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누리는 일시적 지위를 누군가는 영속적이며 절대적인 신분으로 오인한다. 비폭력·평화적 집회로 대통령까지 탄핵한 한국은 자타공인 민주주의 국가다. 그러나 일상에서 비민주적 행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때문에 뭇사람들이 부조리한 고통에 빠진다. 새우튀김 살해 사건도 그러한 사례 중 하나다.
쿠팡이츠의 리뷰·별점 시스템은 비극적 사건을 부채질했다. 손님의 부당한 요구와 허위·과장된 리뷰가 소상공인에게 부당한 피해를 야기한다는 지적은 오래된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업체들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게다가 쿠팡이츠는 점주의 '대댓글'마저 금지해 악의적인 리뷰에 대한 점주의 방어권조차도 보장하지 않았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리뷰 시스템이 일방향적인 권리만을 중시하면서, 소비자의 '왕' 지위만 공고하게 다져놓은 셈이다.
쿠팡이츠의 대응은 또 다른 문제였다. 쓰러져 깨어나지 못하는 점주에게 전화해 계속해서 문제 시정을 요구했다. 점주가 쓰러졌다는 설명에도 아랑곳 않고 '추후에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쿠팡이츠의 매뉴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매뉴얼에 인간성이 결여됐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혁신을 간판에 내걸고 각종 플랫폼으로 영향력을 확장해온 쿠팡의 성장 이면에는 이처럼 인간성이 결여된 경영 방식이 있을지 모른다.
혹자는 쿠팡의 시스템이 불만이면,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 있다. 조금이라도 매출을 올려보려 갖은 노력을 하는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부족한 갑질 감수성과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혹한 시스템. 새우튀김 살인 사건 이면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