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여름에는, 달까지 바캉스 떠나고 싶어

빛이 있는 곳으로

by 짠맛 나는 파도

빛이 있는 곳으로(光の方へ) - 카네코 아야노


앙칼지고 단단한 목소리가 정말 좋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냐면

린다 린다 린다, 2006

배두나를 주연으로 한 <린다 린다 린다>

10대 고등학교 소녀들이, 성장통을 겪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떠오른다.


청춘, 사랑, 아픔, 상처, 희망과 같은 단어들.


라이브 영상을 보면, 감정을 쥐어짜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목소리뿐 아니라 표정, 몸짓, 손짓을 다 동원해서 노래의 감정을 기가막히게 전달한다.



애정하는 노래인 만큼 가사 해석에 품을 많이 들였다.

직역보다는 의역 위주. 가사의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함과 함께, 나의 글맛을 살렸다.


* 오역 지적 환영입니다!


視界で揺れる髪の毛先が好き

시야에서 흔들리는 머리카락 끝이 사랑스러워


茶色く透けている 綺麗だね

투명한 갈색빛이 내 마음까지 비추네


言葉が反射する こころの底に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말들이 메아리치고 있어


言葉じゃ足りないこともあるけど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이 있지만


瞳は輝きを続ける 続ける

눈동자는 빛을 잃지 않아, 계속해서 빛나네


たくさん抱えていたい

많은 것을 잔뜩 끌어안고 싶어


次の夏には好きな人連れて

다음 여름에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月までバカンスしたい

달까지 바캉스 떠나고 싶어


隙間からこぼれ落ちないように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するのは苦しいね

눌러 막는 일이 내겐 참 버거워


だから光の方に 光の方へ

그러니 빛이 있는 곳으로, 빛이 있는 곳으로


•••


靴のかかと 踏んで歩くことが好き

신발 뒤꿈치를 꺾은 채 걷는 것을 좋아해


潰れた分だけ なぜか愛おしくて

엉망인 만큼 왜인지 더 사랑스러워서


僕だけの命 チューブのチョコレート

나의 생명줄, 짜먹는 초콜릿처럼


みたいに けち臭く 最後まで

소중하게 아껴가며, 마지막 한 방울까지


繊細に指先で触れる 触れる

손끝을 떨면서, 부서질까 두려워하네


壊れそうだよな 僕ら

부서질 것만 같아, 우리들


次の夜には星を見上げたい

다음 밤에는 별을 올려다보고 싶어


ちっぽけだからこそもっと

우린 아직 작고 보잘것없으니까


勝手になれる 勝手になれる

자유로워질 수 있어, 제멋대로 굴어도 돼


たくさん抱えていたい

모든 것을, 품에 안고 싶어


次の夏には好きな人連れて

다음 여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月までバカンスしたい

달까지 바캉스 떠나고 싶어


隙間からこぼれ落ちないように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するのは苦しいね

눌러 막는 일이 내겐 참 버거워


だから光の方に 光の方へ

그러니 빛이 있는 곳으로, 빛이 있는 곳으로


できるだけ光の方へ

가능한 빛이 있는 쪽으로, 빛이 있는 방향으로


光の方 光の方へ

빛이 있는 곳, 빛이 있는 곳으로




먼저, 가사 중 가장 사랑스러운 부분은

“다음 여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달까지 바캉스 떠나고 싶어”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현이다.


그런 말을 하는 화자는, 신발 뒤꿈치를 꺾은 채 신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망가지고 엉망인 것, 불완전한 것들에 마음이 이끌리는 사람이다.


나 역시 그렇다. 결점 하나 없는 완벽한 것들보다는, 어딘가 부족한 것들에게 마음이 간다.


나 역시 엉성하고,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그렇다.



말로는 다 전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


내 마음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에 내 모든 마음을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어도 결국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얼마든 다른 방식으로도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본다거나.

아무 말 없이 꼭 안아준다거나.


화자 역시 눈빛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지만


“부서질 것만 같아, 우리들”


이제는 위태로운 관계로 변해버렸다.

부서질 것만 같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우리.


꺾인 신발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의 관계도 지금 엉망진창이 돼버렸기 때문에,

“난 그래도 원래 엉망인 것들을 좋아하니까, 괜찮아.”

우린 아직 괜찮다고, 괜찮다고 위안을 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말의 이면에서, ‘사실은 손끝이 떨릴 만큼 불안하고,너무나도 힘겨워’ 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갈라진 틈 사이로 새어나오지 않도록, 눌러 막는 일이 내겐 참 버거워”


위태로운 관계가 둑이 터지기 직전까지 왔다.


넘쳐흐르지 않도록, 감정을 애써 눌러 막는 화자.

상처가 난 마음에 반창고를 덕지덕지 붙여가며, 스스로를 다그치는 모습이 그려진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혼자 오랫동안 애를 써온 사람.


관계의 종말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그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밤에는 별을 올려다 보고 싶어”

이 말을 반대로 하면, “이번 밤에는 땅만 내려다 보았다”는 말이 된다.


”다음 여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달까지 바캉스 떠나고 싶어“라는 말 역시, 이번 여름에는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 된다.



‘たくさん抱えていたい‘라는 표현이 두 번 나온다.

직역하면 “많이, 끌어안고 싶다”라는 뜻인데,


1절에서는 “많은 것을, 잔뜩 끌어 안고 싶어”

2절에서는 “모든 것을, 품에 안고 싶어“

각 절을 다르게 해석한 이유는


1절은 화자가 이제 막 사랑에 빠진 상태

좋아하는 사람의 작은 부분까지, 잔뜩 끌어 안고 싶어 하는 마음을 상상했다.


2절은 무너지기 직전, 끝에 다다른 상태

사랑하는 사람의 단점과, 엉망진창인 모습까지도 전부 품에 안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라봤다.


“너의 모든 것을 다 이해해줄게!” 하는 마음 말고,


이런 마음 말이다.


“부정적인 마음을 억누르는 게 때때로 힘들고

그냥 다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너를 잃고 싶지가 않아.

너를 전부 품을 수 있는,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

길고 긴 어둠에서 벗어나고 싶어.

빛이 있는 방향으로 손을 맞잡고 가자.

다음 여름에는 꼭, 달까지 바캉스를 떠나자.“



화자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보통의 존재임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렇기에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역설을 노래한다.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기 때문에

더 자유로워질 수 있고, 마음대로 될 수 있다고.

얼마든지 제멋대로 굴어도 된다고.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무엇이든 될 수 있다.


특별할 게 없는 나라도, 내가 나를 믿어야 한다.



“빛이 있는 곳으로”

이 노래의 시작과 끝이다.

빛에서 출발해, 다시 빛으로 향하고 있다.


노래의 끝에서 “빛이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외침은

투명한 갈색빛의,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너”에게로

다시 향하겠다는 말이 된다.


끝에서,

다시 시작으로.



희망과 절망은 정반대의 개념처럼 보이지만, 아니야, 아주 가까이 맞닿아있다.


희망은 절망 속에서만 태어난다.

어둠에 익숙해진 사람만이, 빛을 향해 움직일 수 있다.


“빛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는 화자의 외침이

마음 깊이 내려앉는다.


그 빛이 어떤 의미이든 간에, 우리는 자신만의 믿음을 가지고, 희망을 향해서 나아갈 수 있다.


가능한 한, 그곳으로 향해야 한다.

빛이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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