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온 Feb 11. 2024

강아지와 산책

같이 하는 산책

동네 산책을 하면서 강아지와의 산책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대한민국의 30%에 달하는 가구가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합니다.


저 역시 열다섯 살에 접어든 반려 노견이 있습니다.

본인이 사람인 줄 알고, 귀여움을 독차지해야 성이 풀리는 관종,

이빨은 몇 개 안 남아서 사료는 잘 못 먹지만 맛있는 건 잇몸으로도 잘도 먹는 강아지 옹을 모시고(?) 삽니다.


산책을 나온 견주들과 강아지들을 보는 것도 참 재미가 쏠쏠합니다.

어느 견주는 개에 휘둘려 쫓아다니기 바쁘고, 어떤 개는 주인 옆에 딱 붙어있고, 어떤 개는 다른 개만 보면 어디 한판 붙어보자는 식으로 짖고 덤벼드려고 합니다... 각양각색이죠.


강아지와 산책은 나 홀로 산책하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강아지 속도에 맞춘 산책을 하다 보니 더 천천히 가게 되어, 이것저것 주위를 돌아보게 됩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관찰하고, 그날그날 하늘의 변화를 감지하고 동네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 구경도 합니다.

가끔 회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낯익은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하죠.


작년 이맘때쯤엔 어떤 꽃이 피었었는지 기억해 보기도 하고, 조경이 바뀐 부분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강아지들도 서로 맘에 드는 강아지가 있는가 봅니다. 무조건 친구다 친구 하면서 다가가게 해 줘도 어떤 강아지에겐 꼬리를 치고 반갑게 대하지만, 어떤 강아지에겐 쌀쌀맞게 쌩하고 가버리기도 합니다. 요즘 줄임말로 개취라고 하던데, 강아지도 다 취향이 다른가 봅니다.

그렇게 강아지와의 산책은 동식물과의 교감이고 주변 환경의 관찰의 시간입니다.


길어야 30분 남짓의 산책이지만 많은 것을 보고 관찰합니다.

특히 주말에 꼼짝 안 하고 쉬고 싶을 때, 한 겨울에, 비가 내릴 때 강아지와 산책은 생략하고 싶음 마음이 굴뚝같죠.

그래도 우리 강아지는 무조건 하루에 2번을 나가 드려야 한답니다.

이쯤 되면 누가 누구를 산책시키는 건지 알 수가 없게 됩니다. 산책을 시키는 건지, 당하는 건지.


강아지를 키울 때 손도 많이 가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어떤 한 생명에게 무한한 환대를 받고 싶으면 키우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언제 들어와도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친구처럼 반겨줄 테니 말이죠.


커버그림 : Jane Massey

매거진의 이전글 새벽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