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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어버드 Apr 07. 2023

넷플 비프(BEEF) 강추!

호주는 오늘부터 다음 주 화요일까지 부활절 연휴기간이다. 학교도 1학기가 끝나고 오늘부터 약 2주 동안 방학이다. 물론 나야 일주일간만 유급휴가지만 쉴 수 있어서 그저 행복할 뿐이다. 작년 추석 즈음에 한국에 다녀오고 얼마 안돼 올 1월에 다시 한국을 다녀오느라 쉴 틈이 없었다. 인프제(INFJ)인 나는 오롯이 혼자 있을 때 방전된 배터리가 충전이 되는데 다행히 기다리고 기다리던 부활절 방학이 찾아왔다. 어찌나 고마운지 그 첫 휴일을 거실 소파에 두 다리 쭈~욱 뻗고 넷플릭스와 함께 시작했다. 오 해피 데이~~~!  


정확히 어제 날짜로 넷플릭스에 공식 개봉을 한 미드 비프를 클릭! 오늘아침 호주 공영방송 채널나인 뉴스에서 이번주 개봉작 추천으로 비프 예고편이 나와서 망설임 없이 틀었다. 역시 엑셀런트 초이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오늘 하루 만에 전 에피소드를 자동재생으로 내리봤다. 늘 그렇듯 영문자막을 틀어놓고 보는데 나중에 번역된 타이틀을 찾아보니 성난 사람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꽤 그럴듯한 제목이었다. 원제는 소고기를 뜻하는 BEEF인데 아마도 최고의 복수는 날 것 그대로임을 나타내기 위한 영어적 타이틀인듯 싶다. 참고로 호주영어에선 “I got beef with him (나 걔랑 말싸움했잖아)”처럼 말다툼, 실랑이, 말싸움질 등의 뜻으로 종종 쓰인다. 


비프는 워킹데드와 미나리로 잘 알려진 스티븐 연(극중 ‘대니’) 주연으로 드라마 중간중간에 정겨운 우리말 대사가 꽤 많다. 반가웠다. 특히 대니 핸드폰에 울리는 “딴따단딴~~”하는 깨톡 보이스톡 전화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내 전환줄 알고… 극중 대니가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통화를 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찐으로 나를 보는듯했다. 전형적인 한국부모님과의 대화…그리고 그 특유의 정서…한국인이라면 ‘맞아 우리 엄마랑 똑같네, 나도 저러는데…’하는 부분이 참 많았다. 


그런데 두 주인공 대니와 에이미의 시선으로 한 회 한 회 보다보니 인류보편적인 정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약으로 일을 연명해가는 도급업자 대니와 성공한 사업가 에이미는 표면상 사회경제적 위치가 달라 서로 다른듯 보이지만 사실 같은 기저에서 출발한 삶의 고통을 지닌 인간들이다. 누구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고군분투를 하는데 잘 안되는 사람들이다. 결국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그 둘은 서로 뿌리가 같은 고통을 공유하며 서서히 녹아든다. 결국 모든 인간은 부모에게서 무언의 감정자산을 물려받는 건 아닌지… 그리고 그 무언의 감정자산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감정을 억압하는 건 아닌지…주인공 대니와 에이미의 대사를 빌려보자면 부모의 트라우마가 자식에게 전해지는 건 아닌지…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애초에 행복하기가 쉽지 않은건 아닌지…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두 남녀 주인공 대니와 에이미가 서로 죽어간다고 생각하고 흙바닥에 누워 나누는 대화들이 인상 깊었다. 대사가 깊고 어려울 수 있는데 어찌나 쉽게 와닿던지… 스크립트 대박이었다. 자동차 추격으로 시작해 결국 자동차 추격으로 끝이 나는 코미디인데 분노조절이 안돼서 사건을 벌이는 인간들을 통해 인생철학을 이렇게도 보여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각 에피소드별 소제목이 죽인다. 유명한 시, 소설 작가들의 인용문에서 발췌한 타이틀로 각 스토리별 정확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 아직 안 보신 분들이라면 꼭 꼭 꼭 보시길! 강력 추천드린다. 영어식 코미디가 익숙지 않은 토종 한국인들이더라도 중간중간 한국말 섞인 농담으로 꽤 웃을 수 있다. 그리고 미드나 영드 코미디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재밌게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비프 덕분에 실컷 웃어서인지 부활절 휴가의 출발이 순조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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