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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어버드 Jul 23. 2023

호주사투리 제1원칙

호주 사투리의 절대원칙! 줄임말!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영국 영어가 모태인 호주식 영어는 무조건 줄여서 발음하고 쓰는 경향이 있다. 사람 이름까지도 줄여서 부른다. (예: Johnson: Johnno, Thompson: Thommo, Victoria: vicky/tory, Elisabeth: ellie/liz/lisa/beth/betty)


서호주 아웃백 시절 현지 사람들 말에 의하면 호주는 워낙 모래먼지가 많고 파리 모기 등 잔벌레가 많아 사막바람이 불면 입안으로 다 들어와 퉤! 퉤! 거리고 침을 뱉느라 원활한 의사소통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조때부터 입을 오므리고 웅엉웅얼 뭘 씹듯이 모든 단어를 줄여서 발음했다고 한다. 언어의 경제화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찌됐든 다음의 표를 한번 주~욱 훑어보자. 호주 사람들이 밥먹듯이 쓰는 줄임말 베스트들을 모아놓았다. 



철자만 보아도 황망하기 그지없는 호주 사투리! 스펠링도 모른 채 귀로만 듣게 되면 황망이 아니라 환장한다. 그래도 줄임말들을 자세히 보고 소리를 내보면 나름의 음운 규칙이 있는 것도 같다. 

대개 반모음 y 혹은 단모음 i로 소리를 줄여 발음을 하거나 장모음 o로 소리를 줄여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 


표의 첫 여섯 단어(aggro, arvo, bottlo, bowlo, garbo, smoko)는 끝소리를 장모음 o로 줄여 사용하는 호주 사투리의 흔한 예이다. 

표의 대부분, 아니 호주 사투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어(barbie, bickkie, brekkie/brekky, stubbie, tinnie, sunnies, sickie, mozzie, mushies/mushy)는 대개 끝소리를 반모음 y소리나 단모음 i소리로 줄여 사용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호주 사투리로 초콜릿은 뭐라고 할까? 

정답은 영어로 Chocolate이니까 '~이'소리가 나는 모음 i를 붙여 Chockie! 


활용을 해보자. 초콜릿 비스킷을 호주 사투리로 말하려면 어떻게 할까? 

영어로는 Chocolate biscuit이니까 다 줄여서 Chockie bickkie!  


문장으로 호주 사투리를 써보자. 

야, 오늘 오후 바베큐 어때? ------ Oi, How about barbie this arvo?

표준 영어로 고쳐보자면 Hey, How about having a BBQ this afternoon?     


사실 저런 문장을 들을때면 우리말 표준어인 '오늘 오후 바베큐 어때'보다는 전라도 사투리인 '거시기, 오늘 적나절 괴기구이 어뗘?' 이런 느낌이다. 그야말로 지역적 사투리 냄새가 폴폴 나는 호주식 영어다.  

    

한 발짝 더 나아가서 호주 사람과 영국 사람을 속되게 줄여서 일컫는 말이 있다. 우리도 중국 놈을 떼놈이라 부르고 일본 놈을 왜놈이라고 부르듯이 여기 사람들도 호주놈을 Aussie, 그리고 영국놈을 Pommie(Pom,Pommy)라고 줄여 부른다.  


줄여서 발음하는 통에 싼티가 줄줄 흐르고 험악함이 활활 타오르며 무식함이 철철 넘친다고 소위 Posh English(영국 상류층이 쓰는 말) 혹은 Queen's English(정통 영국 영어)를 구사하는 Pommie(영국놈)들은 Aussie(호주놈)들을 웃기다고 조롱한다. 우리나라식으로 생각해보자면 서울놈이 경상도 놈한테 사투리 쓴다고 왜 이렇게 표준말이 안느냐고 뭐라 흉보는 격이다. 그런데 호주 사람들은 그런 영국 사람들에게 Whinging pom(매사 부정적으로 토달고 징징대는 영국놈)이라고 되려 놀리는데 이때 호주놈들은 Posh English를 쓰는 영국놈을 흉내내며 과장되게 웃기는 성대모사를 꼭 한다. 호주식 코미디 빅리그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쿨하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제주도 촌년이라고 제주도 사투리로 말해보라고 신입생 개강 모임 때 어찌나 갈굼을 당했던지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ㅉ) 벌써 이십여 년 전 기억인데 아직도 생생하다.  

 

언어 정체성을 폄하하거나 조롱하는 발언은 그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 문화를 평가절하하는 무례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는 호주놈들의 두둑한 뱃심이 부럽고 닮고 싶었다. 우아한 말투 속의 무례함보다 거친 말투 속의 견실함이 더 좋았고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그렇게 배웠나 보다. 호주 사투리를.


잊지말자. 뭐든 줄여서 말하는 호주 사투리를 듣게 되면 겁먹지 말고 반드시 "뭐라구요? 뭐라고 하셨어요? (Sorry? I beg your pardon?)"이라고 꼭 물어보자! 그러면 호주사투리를 못알아듣는 외지인인줄 알고 표준 영어로 얘기해준다. 제주도 삼춘들이 제주사투리 못 알아들으면 표준말로 이야기해주듯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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