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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어버드 Nov 30. 2023

호주사투리 제3원칙

욕 = 메이트쉽

호주 사투리, 그 대망의 마지막 원칙이자 공식은 ‘욕 = 메이트쉽(mateship)’이다. 이 공식을 뼛속깊이 이해하는 1인이라면 호주식 영어가 친숙하고 능숙한 사람이다.


사실 처음 호주에 오면 가뜩이나 호주사투리도 잘 안 들리는데 호주식 욕까지 못 알아들으면 정말 환장한다. 저게 욕이구나! 를 알면 무언가 대항이라도 할 텐데 그러지 못하면 당하기 일쑤고 대화에 끼지를 못한다. 그야말로 호주식 메이트쉽(mateship)에서 알게 모르게 열외를 당하게 된다.


다들 잘 알겠지만 호주문화의 가장 큰 뿌리이자 기둥은 메이트쉽(mateship)이다. 영국, 미국, 캐나다 등지의 다른 영어권 국가와 구별되는 특징 중 하나이다. 북미권의 buddy와도 상당히 다른 개념이다. 동료애 혹은 동지애 등으로 번역이 되고 심지어 본토발음으로 ‘마이트십’이라고도 하는 호주 사람들의 메이트쉽(mateship)은 친구(friend)와의 우정(friendship)을 뛰어넘는 개념이다. 가장 근사치의 우리말 표현을 찾자면 영화 [친구]의 명대사 ‘친구 아이가~’가 찰떡인 것 같다. 의리로 똘똘 뭉친 찐친, 찐 우정, 그래서 ‘다 이해하고 괜찮다’는 함축적인 의미가 곧 호주인들의 메이트쉽(mateship)이다. 그래서 말 끝마다 ‘hello, mate!’ ‘G’day, mate!’ 등 mate를 붙이는 습관이 몸에 배었고 친구끼리 한 턱 쏘는(shout) 문화가 모름지기 당연한 게 호주인들이다. (더치페이 문화가 익숙한 대부분의 서양인과는 다른 점이다.)


그러나 요즘 호주의 10대 20대 등 젊은 세대들의 메이트쉽은 사실상 그 색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소셜 미디어 등의 디지털 세상이 익숙한 세대로 이전 세대보다 개개인의 창의성과 지성을 좀 더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여 그런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트쉽(mateship)은 분명 호주사회의 근간으로 작용하고 있고, 이는 곧 연대(solidarity)로 이어진다. 그렇게 연대의식으로 뭉치고 다져진 호주인들은 서로같이 밥을 먹고 일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게(work for mate) 자연스럽고 이는 남반구 최대 다민족 국가가 유지되는 힘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이런 호주의 메이트쉽(mateship)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자 표현이 바로 호주사투리 욕이다. 우리로 치면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가 쓰는 걸쭉하고 드센 욕이 바로 호주의 메이트쉽이다. 서로의 관계가 친하면 친할수록 빈번하게 욕을 주고받고 빈정거리며 하하 호호 낄낄거린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You look like a bloody half-sucked mango, mate.” 직역을 하면 반쯤 핥아먹은 망고같이 생겼다는 말인데 우리말의 근사치 표현을 찾자면 ‘짜식아, 너 씹다만 껌같이 보여.’ 이 정도의 느낌이다. 호주사람이 아니고서는 잘 쓰지 않는 욕쟁이 말투다. 비슷한 느낌으로 “He has a face like a fucking dropped meat pie.”라는 표현도 전형적인 호주식 욕이다. 호주 전통음식 미트파이가 철퍼덕 바닥에 떨어져 퍼진 모습 같다는 뜻으로 우리말 근사치 표현을 찾자면 “저놈 상판대기가 퉁퉁 불어 터진 라면 같다.” 정도의 느낌이다. 그리고 영어의 입 닥쳐!라는 뜻의 shut up을 호주사람들은 ‘Put a sock in it’이라고 말한다. 입에 양말을 처넣으라는 뜻인데 우리말 근사치로는 ‘주둥아리를 쪼매다’ 정도의 느낌이다. 종종 ‘Shut ya gob!’ ‘아가리 닥쳐!’라고 말하기도 한다.


반쯤 먹다만 망고, 바닥에 떨어진 미트파이, 양말이나 쳐넣은 입 (출처: 구글이미지 및 Larry & Noah Podcast Youtube)

중요한 건 이런 욕쟁이 말투가 섞인 호주식 표현을 듣고 괜히 위축되고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우리 ‘친구 아이가~’! 바로 메이트쉽(mateship)! 호주사람들은 메이트 즉 찐친이라고 생각하면 욕이 섞인 말투를 습관처럼 사용한다. 물론 욕이 섞인 표현은 뉘앙스를 잘 들어야 한다. 정말 욕을 하는 거라면 같은 단어도 뉘앙스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호주사람들의 걸쭉하고 정감 어린 뉘앙스의 욕은 메이트쉽으로 받아들여야 옳다.


알아두면 유용한 호주사투리 욕을 모아보았다. 모르고 당하느니 외워두었다가 알아들으면 받아칠 수 있기에 꼭 알아두자. 생김새도 다른 이방인이 호주사투리 욕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같은 뉘앙스로 되받아치면 호주사람들은 으하하거리며 좋아하고 이후 메이트처럼 가까워진다. 마치 외지사람이 제주도 사투리 욕을 잘 알아듣고 반응해 제주도 삼춘들이 '괸당(제주도 사투리로 친족,가족처럼 사랑하고 아끼는 관계)'처럼 좋아하듯이 말이다.



참고로 호주사람들은 쌍시옷 발음이 나는 단어들을 욕으로 참 잘 쓴다. (e.g. shit, shut, suck, sock, sook, shove…etc). 감사하게도 영문 알파벳의 S 혹은 Sh를 세게 발음하면 우리의 쌍시옷 소리와 가까워 욕하는 맛이 난다. (적나라하지만 Shit!이라고 하면 괜히 우리말 썅! 하고 욕하는 기분이다.)

마지막으로 표에 정리한 단어들 외에 매일같이 호주 사람들이 입에 붙어 잘 쓰는 Top 3 욕이 있다. 꼭 알아두고 사용하자.

1. Bloody hell!

2. Freaking jesus!

3. Far out!

전부다 우리말의 ‘C발, 염병, 망할, 빌어먹을’ 이런 느낌이다. 이 세 가지 욕이 들린다면 그들의 관계는 두터운 사이이며, 만약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나에게 저런 욕을 퍼붓는다면 긴장해야 한다. 진짜 열받아서 하는 욕이니까.


호주 사투리 욕은 생각보다 호주인들의 중요한 문화이기 때문에 조금은 거칠 수 있는 욕을 최대한 읽는데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적어보았다. 개인적으로 호주사투리 욕은 욕지거리하면 일가견이 있는 우리나라말을 따라올 재간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표준영어가 해주지 못하는 감칠맛 나는 욕은 호주사투리로 해야 기분이 풀리는 건 사실이다. 살면서 호주물이 많이 들었나 보다. 결론은 호주 사투리의 끝은 걸쭉한 막걸리 맛을 닮은 호주식 욕을 이해해야지만 끝이 난다는 것이다. 잊지 말자, 호주 사투리 제3원칙 ‘욕 = 메이트쉽’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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