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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살아가는힘 Jul 12. 2021

아들인 줄 알고 있었는데 딸이었던, 내 최초의 시작점

나의 어린시절 이야기


요즘은 임신을 하고 병원에 검진할때마다 초음파로 아이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기때문에

임신 15주에서 21주 정도가 되면 아이가 웅크리고 있지 않은 한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다.

최대한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엄마(또는 아빠) 닮았네요.”라고 살짝 언지를 듣거나

찍어온 초음파 사진으로 유추해보면서 성별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태어날 무렵은 초음파검사를 거의 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엄마는 막연하게 내가 아들일거라 믿고 계셨던 듯하다.

왜냐하면 첫째 딸이 시끔하고 새콤한 과일이 땡겼다면, 둘째는 그와 반대로 고기가 그렇게 땡겼기 때문에 합리적인 의심반 바램을 하고 계셨는지 모르겠다.


하늘에 눈이 내리던 날 크리스마스 다음 날,  엄마는 진통이 시작되었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났다.

 

당시 막내 딸의 산바라지를 위해 시골에서 올라오신 외할머니는 아쉬움 가득

“저것이 하나 달고 나와야쓴디”

라고 말하셨고, 이 말은 내가 어린시절에 외할머니를 만날때마다 들었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빠도 아들일 거라는 기대를 잔뜩하셨는지

둘째가 딸인 것을 확인하고 지인 돌잔치에 가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셨다고 한다.  


나는 그렇게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환영보다는 아쉬움과 서운함을 주는 존재가

되어져 버렸다. 그것이 나의 시작점이었다.


가끔 부모님이 해맑고 순수한 언니에 비해

듬직한 아들같다고 이야기 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땐 왠지 내가 내 가치를 다하는 느낌이 들었다.

늦은 나이에 상담을 공부하신 엄마는 그때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종종 얘기하셨다.

엄마 뱃 속에서도 얼마나 불안했겠나며..


하지만 엄마는 그 느낌을 알까?  

내가 여자이건 남자이건

나로서 받아들여지지 못했던 외로움을 …


나의 인생시작점은
지금까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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