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
나의 사람들 이야기
이사를 많이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썼던 일기장은 보물처럼 잘 모아놓았다.
다시 일기장을 펴보면서 ‘옛날에 내가 이랬나?’ 유치하면서 순수하기도 했던 내 글쓰기에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일기장은 내 일상을 적는 곳이지만 선생님과 일대일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이기도 했다.
학교에서 있었던 억울한 일이 있거나 선생님께 혼나는 일이 있다면 뭔가 항변하기도 했다.
선생님의 칭찬이 써져있는 날에는 기분이 좋아 집에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던 것 같기도 하다.
6년간 다양한 선생님들의 일기장 검사와 확인이 있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나의 삐뚤빼뚤한 글씨를 보았던 선생님은 이렇게 적어주셨다.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란다. 글씨를 바르게 잘 쓰도록 노력해보렴!”
‘마음의 거울? 내가 후다닥 썼던 글씨에 내 마음이 담겨 있다고?’
첫 마음은 선생님이 뭔가 나를 위해 꼭 전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있다는 마음을 느꼈었다.
나는 선생님이 나한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렇게 얘기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글씨를 바르게 써야 공부를 잘한다거나, 누군가가 잘 알아볼 수 있다거나, 점수를 잘 맞는다는 말이 아니라,
마음의 거울이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바르게 쓰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나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글씨를 바르게 쓰려고 “노력”이란 걸 하게 되었다.
글씨가 내 마음의 상태를 보여줄까 봐 걱정이었는지
아니면 내 마음을 더 좋게 만들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그 선생님이 나에게 삶에 대한 태도에 대해 처음으로 가르침을 주신 분으로 기억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