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 시끌한 그 시절 귀 양쪽에 이어폰을 꽂고 걸어갈 때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곤 했다.
현실이 달라지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전혀 변하지는 않지만
그 시간 이후로는 내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었다.
‘막막한 현실 이 정도쯤이야, 내가 함 딛고 서볼 때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생겼는지 단단한 힘이 느껴졌었다. 밖에서 오는 소리를 잠시 차단시키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내 목소리를 듣고 만나는 그런 공간에서 나는 채워지고 다른 사람이 된다.
낙심해서 울고 있는 나를 달래주고 내 안의 숨겨진 힘을 느끼게 해 주었다.
오늘은 피트니스센터에 있는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했다.귀 두쪽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현실에선 찌뿌둥한 몸으로 터그덕 터그덕 걷고 있는 그다지 신나는 일 없는 나였다면, 눈을 감자 내가 들려오는 음악에공명하여 화려한 구두를 신고 활짝 웃으며 걸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블링블링하고 신나는 바이브는 내 존재를 한 순간에 바꿔놓았다.상상의 순간, 나의 정신이 주도하는 장면 속에 나는 기쁨이 넘친다.
활기가 넘친다. 눈을 뜨면 다시 현재의 나로 돌아온다. 다시 감으면 다시 설렘을 느낀다.
말로 다 표현이 안되지만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랄까?
가끔 햇살이 너무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날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의 리듬에 맞춰 걸을 때
바람결에 흔들리는 버들잎처럼 내 힘이 들어가지 않아도 다리가 자연스레 움직이는 느낌이랄까?
어디서 나오는 삶의 원동력인지 그럴 때는 많이 걸어도 몸이 힘들지 않았다.
마치 함께 합을 맞추며 주거니 받거니 하는 악기 연주자와 같은 느낌이랄까?
발은 저리지만 몸은 날아오를 것 같은 마음은 한 없이 기쁨이 넘치는 상태…
러닝머신 위에서 실험을 해보았다.
음악을 듣다 상상 속 공간에 머물다 갑자기 눈을 떠보기로 했다. 뇌의 인식은 현실과 상상의 공간을 인지한다. 눈을 뜨니 다시 현실, 눈을 감으면 다시금 상상 속 존재가 보인다.
몸은 어떠할까? 눈을 떴을 때 몸은 여전히 그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생각의 인식보다 몸의 인식이 늦기 때문일까?
눈은 떴지만 몸은 잠시 동안 여전히 눈을 감았을 때 같은 느낌이었다.파도의 기포가 사르르 사라지듯이 찰나의 순간에 그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에게 숨겨진 능력을 발견했다.
인간은 상상할 수 있다.
인간은 공간을 창조할 수 있다.
인간은 시간을 가지고 놀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다.
꿈속에 찬란하게 때로는 상서로운 꿈을 꾸곤 하는 인간의 정신세계는 심히 방대하다.
하지만 유한한 우리의 한계에만 집착하고 있을 때가 많다.
경쟁해야 하고, 목표를 이뤄내야 하고, 삶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남기에 급급하다.
또한 바뀌지 않는 어떤 사람 때문에 괴롭다, 외롭다, 힘들다를 반복한다.
누군가를 바꾼다는 것은 신도 하지 못한 일이다. 누군가가 바뀐다고 한다면 나는 과연 행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