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더우인(영어로 TikTok, 중국어로 抖音 더우인)을 시작해 근 6개월 동안 한국어 수업 영상과 강의를 올리며 4,600명의 구독자가 생겼는데 단 60분 만에 날릴 뻔한 것이다.
더우인을 알게 된 건 2년 전인데, 그때만 하더라도 구독자 1000명만 있어도 해외에서 라방(라이브 방송)이 가능했다. 그런데 이제는 더우인 영향력이 커져 해외에서 라방을 하려면 구독자 만 명을 채우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한국에 있는 두 달 동안 갑자기 만 명을 채우려면 어디서 구독자를 사오는 것 말고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돈 주고 사온 숫자는 공허하다. 한 달쯤 지나면서부터는 썰물 빠지듯 구매한 숫자는 우수수 떨어져 나간다. 시간이 걸려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린 영상들로 한 명 한 명을 내 팬으로 만드는 게 단단하게 내 브랜드를 구축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라방이 너무 하고 싶었지만 구독자 천 명이 넘으면 라방 조건이 만족되는 중국 땅을 밟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중국에 입국하고 이튿날부터 라방 버튼을 켜놓기 시작했다. 어떤 버튼에 무슨 기능이 있는지 몰라서 허둥대다가 일단 켜놓고 하나하나 차근차근 배우자 했다. 팀원들도 눈팅만 했지 라방 경험이 없어서 같이 헤맸다.
첫날에는 약 30분간 진행한 라방에 151명이 다녀갔고, 24명 정도가 오래 체류하면서 나와 대화를 나눴다. 팀원들은 이만하면 꽤 괜찮은 성적이라고 했다. 보통 첫 라방에는 두 명 정도만 들어오는데 '엄마, 아빠'거나 '남자친구, 여자친구'거나 '언니, 오빠'라고 했다. 그러니까 진짜 시청자라고 할 만한 사람은 오지 않는 셈인 것이다. 그런데 24명이나 와서 내 이야기를 들었다는 건 의미 있는 거라고.
라방 기록
문제는 둘째 날에 터졌는데, 한 시간 조금 넘는 동안 569명이 다녀가고 300개가 넘는 댓글을 달리면서 분위기가 한창 좋았을 때였다. 내가 올린 영상을 다 보았다며 한창 한국어 공부에 열중 중이시라는 어르신이 실시간 통화를 요청해서 연결을 받았는데 역사 관련 이야기를 하면서 한국의 역사는 중국 것이라는 투의 말을 이어갔다.
중국 더우인에는 금기어와 다뤄서는 안 되는 주제가 굉장히 많아서 보수적으로 정리해도 A4 용지로 4쪽 분량이 된다. 그 중 가장 민감한 편에 드는 것이 바로 역사 관련 주제인데 이 어르신은 한국어의 70%가 한자에서 왔다는 것을 들어 한국의 역사와 문자까지 중국의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것이었다.
등에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팀원은 위챗으로 더우인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았다며 통화를 끊을 것을 알려왔다. 나는 재빨리 다음 실시간 통화를 연결해 받으면서 다음 학생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며 말머리를 돌렸는데, 아뿔사, 이번 학생은 조선족으로 어르신 말에 소위 빡이 쳐서 실시간 통화를 연결한 것이었다.
“아니, 무슨 의도로 지금 전부 중국 역사라고 하는 건데요?”
로 시작한 연변 특유의 말투를 들으면서는 눈앞이 아찔해졌다.
‘아니, 이 사람들아! 싸우려면 너네 방송에서 싸우라고! 왜 내 방송에 와서 분탕질인데 ㅠㅠ 이러다 계정 폭파당하겠는데!’
중국에서 외국인이 라방을 할 때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한국인이 라방을 한다면 거의 필연적으로 한국과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언급하며 ‘한국은 중국이 속국’이라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팬인 것처럼 화면 뒤에 잠복해 있고, ‘한국 너희가 뭔데 중국의 단오절을 훔쳐가냐’는 시비는 물론 동종 업계 경쟁자들이 일부러 전화 연결이나 댓글로 더우인 금지어들을 폭탄 투하하듯 도배하고 튀어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라방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면서부터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갖가지 금지어들을 숙지하며 긴장을 했지만 생방으로 터지는 일들은 역시나 경험치로나 커버가 가능했다. 나는 시간이 늦었다며 서둘러 라방을 정리했고 off 버튼을 누르고서는 계정이 폭파되지 않은 것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라방을 끝낸 후, 우리는 라방 시 주의하고 준비해야 할 몇 가지 규칙을 정하는 것으로 피드백을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