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온 세상이 ‘못 한다’ 병에 걸린 것 같았다.
한 세대 전체가 ‘해도 의미 없다’ 병에 걸린 것 같았다.
바다가 보이는 25층 호텔에 살면서 생긴 부작용은 호텔 방 밖으로 잘 나가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밖에 나가지 않고도 25층 높이에서 도시가 내려다보이니 내가 저 속에 가지 않고도 갔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 시대가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온갖 SNS 플랫폼 혜택으로 가지 않고도, 하지 않고도 갔다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했다는 가짜 감각을 느끼며 역설적으로 ‘직접 해 보자’ 하면 시대 전체가 ‘못 한다’, ‘해도 의미 없다’ 병에 걸려 ‘못 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것이다. ‘SNS에서 본’ 남이 한 것만큼 못 할 거면 애초 시작도 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쌓여 자기뿐 아니라 주변의 가능성도 제한한다.
나는 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주변의 ‘못 한다’ 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같이 해 보자’고 설득하느라 1년을 소진해 버린 것 같은 공허감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혼자 가면 멀리 가기 힘들다’는 지론은 참말로 맞는 말이다. 그래서 ‘같이 가 보자’ 부단히 사람들을 설득하고 팀원을 찾고 있지만 정말정말 쉽지 않다.
어차피 안 될 프로젝트라고 생각해서, 스타트업이라 우스워서 많은 회사가, 기관이 자료를 요청해도 한 번에 주는 법이 없었고, 전화나 문자를 거듭해도 답도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빵구난 작업을 오늘도 밤을 새워 채워 넣고 있는 중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어딘가 갇혀 있고, 묶여 있다는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돈이 없어서 못 하고, 시간이 없어서 못 하고, 직장이 있어서 못 하고, 가정이 있어서 못 한단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내지만 내일은 오늘과 다른 특별한 일이 자기의 인생에 기적처럼 일어날 거라 꿈꾼다. 어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오늘이 어제와 같기만 해도 평타를 친 것이다.
우리는 뭐든 할 수 있다고 하자, 자기는 뭣도 할 수 없다고 답하기에 고개를 떨구고 키우는 강아지 얘기만 하다 돌아왔다. 가슴이 찌르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