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와 육아는 다르다.
코로나로 어린이집 휴원이 반복됐던 지난 1년. 2021년도 달라진 건 없다.
나는 전업주부다. 그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가끔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며, 전업주부가 집에서 놀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며 비난하는 글을 만날 때가 있다. 심지어 엄마들만 모여있다는 맘카페에서도 비난의 글을 만난다. 그럴 때면 속으로 읊조린다. '너나 잘하세요.'
이제는 전업주부도 직장인 취급을 하는 사회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나 스스로 직장인 취급 중이다. 비록 월급은 없지만 출퇴근 시간은 있다. 아침 7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그중 6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학원에 다니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기도 한다. 그러면 남는 시간은 8시간. 근로기준법에 맞춘 시간이다. 그 시간만큼은 집안일과 육아에 열중한다.
아이가 있는 전업주부다 보니 집안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한다. 그런데 해본 사람은 안다. 아이가 있으면 집안일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전혀 효율적이지 않다는 의미다. 효율을 찾기 위해선 육아와 집안일이 분리되어야 한다. 도우미를 보라. 가사 도우미와 육아 도우미는 엄연히 다른다. 가사 도우미는 육아를 하지 않고, 육아 도우미는 가사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전업주부는 둘을 동시에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
물론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고 내가 육아를 해도 되겠지만, 일단 어린이집은 나라에서 지원을 해준다. 내 돈이 들어갈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사나 정리 자격증은 민간 자격증이지만, 보육교사는 국가자격증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당연히 내 아이를 국가에서 지정한 전문인에게 맡기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전업주부=육아 전문인은 아니지 않은가.
지난 월요일,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며 아이가 울었다. 억지로 보낼까 하다가 가끔은 아이의 마음도 이해해 주어야겠다 싶어 하루 쉬면서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기로 했다. 아이는 어린이집을 쉬고, 나는 학원 수업을 쉬고. 어디를 가면 좋을까 하는 물음에 아이는 단번에 '물고기 보러'를 외친다.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고 싶지만 주변 아쿠아리움은 모두 월요일엔 휴관이다. 차선으로 '공룡을 보러' 가는 건 어떻겠냐며 제안했다. 아이 입에서 '야호'가 절로 나온다.
1시간가량 걸리는 공룡수목원으로 달려가는 차 안. 어린이집에 데려다줄 땐 말없이 헬로카봇 노래만 듣던 녀석인데, 공룡을 만나러 간다니 신이 나는지 입이 쉬지 않는다. 공룡은 이렇고 저렇고, 물고기는 이렇고 저렇고. 1시간 내내 신남을 감출 수 없어 재잘거린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서인지 도착한 공룡수목원 안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그 넓은 곳이 우리만의 세상인 것이다. 아이는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공룡과 만난다. 자신이 아는 공룡의 이름을 내뱉으며 '나 잘 알죠?' 하는 미소를 보인다. 공룡 울음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간다. 물이 얼어붙은 곳에서 스케이트를 타본다. 열심히 달리다 미끄러져 넘어진다. 엄마가 말해준 나무들의 이름을 되새겨본다. 동물을 만나 인사를 나눈다. 유튜브에서 만난 곤충 잡아먹는 식물을 직접 만난다. 홀로 그네에 앉아 사색도 즐겨본다.
아이에겐 즐거웠을 하루. 그런 아이를 보며 나도 즐거웠다.'내일 어린이집 갈 거야?'하고 묻는 아이에게 '응. 가야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엄마가 바로 나다. 그래도 생각해본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어린이집을 쉬고 같이 놀러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 이상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전업주부의 변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