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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리스너 미라신 Jun 23. 2021

가족은 좋은 거야

아이의 마음은 엄마의 마음보다 크다


체력이 유독 약한 나는 저녁이 되면 완전 방전 상태가 된다. 아니, 저녁이 아니라 오후 3시만 넘어가면 소파에 누워있고 싶은 마음만 가득하다. 내가 서포터즈로 있는 컴퓨터 강사님은 별명이 나무늘보시다던데... 나도 그분처럼 소파에 마음껏 늘어져있고 싶은 소망이 있다. 소망이라고 하기엔 너무 소박한가?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안다. 소파에 누워있는 것이 얼마나 큰 소망인지를.



어제는 유독 피곤한 하루였다. 아침에 일을 갔다가 오후에 들어와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아이들이 하원하면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과 놀아주고. 그러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소파에 잠깐 누워 잠이 들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둘째가 우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 보니 남편이 와있었다. 아이들이 남편에게 매달려 사과주스를 달라고 떼쓰는 중. 아- 눈 뜨기 싫다. 


지금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면 남편도 일하고 늦게 들어와 지쳤을 텐데, 아이들이 우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나는 이런 생각을 어제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피곤이 앞서 짜증을 내고 말았다. 사과주스를 유리컵에 먹겠다며 서로 싸우는 아이들. 첫째를 확 밀쳐버렸다. 남편이 '뭐 저런 엄마가 다 있어?'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데 얼마나 열이 받던지. 방귀 뀐 놈이 성낸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어찌 상황은 마무리되고 첫째는 할머니 집에 자러 가고, 둘째와 방에서 잠이 들었다. 이런 기분에 잠이 잘 오냐고? 안타깝게도 나는 잠만큼은 정말 잘 자는 편이라, 정말 푹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옷을 입혀 등원시키고 부랴부랴 출근을 했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놀이치료가 있는 날이라 아이들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갔다. 아이 둘을 뒤에 태우고 놀이치료실에 가는 길.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섰다. 


어제 있던 일을 아이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그런데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리톨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내가 질문을 하면서도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다 좋아."

"전부 다?"

"응. 가족은 좋은 거야."

"가족은 좋은 거야?"

"선생님이가 가족은 같이 사는 건데 다 좋은 거라고 그랬어."


가족은 다 좋은 거라는 아이의 말. 별거 아닌 말,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인데 새삼 눈가가 시큰해졌다. 가족은 다 좋다는 아이의 솔직한 말. 엄마도 너를 좋아하는데, 어제는 너에게 왜 그랬을까?


"리톨아, 어제 엄마가 밀어서 미안해. 많이 아팠어?"

"응. 엄마 때문에 화가 났어."

"아- 화가 났구나. 이제 엄마가 안 밀게. 미안해. 엄마가 사과할게. 다음부터는 안 민다고 약속!"


새끼손가락을 내미니, 아이가 따뜻한 손으로 꼬옥 잡아준다. 다 자란 내 손과 작디작은 아이의 손. 손의 크기는 내가 큰데, 마음의 크기는 아이가 훨씬 크다. 자신을 밀쳐버린 엄마를 이해해주고, 용서해주는 아이. 너의 마음은 얼마큼일까? 엄마는 그 마음을 따라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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